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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하이팅 Jul 09. 2016

[제 5 잔] 영국에서의 마지막 밤

링우드 브루어리 - Forty Niner

지구 반대편에서 온 낯선 이방인



2015.08.17 런던

자전거 여행 5일 차




저녁 식사를 마치고

우린 David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작은 펍으로 갔다.

워낙 작은 동네라 그 펍은 동네 어르신들의 아지트라고 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어르신들이 동그란 테이블에 둘러앉아 카드놀이를 하고 계셨고 

말 한마디 없이 여기저기서 피어오르는 담배 연기와

카드 넘기는 소리, 눈 굴러 가는 소리로 펍 내부는 가득 차 있었다.


뭐가 그리도 진지해 보이는지, 그 모습이 새삼 귀엽게 느껴졌다.

 

분위기를 깨트리기 싫어

우리는 칸막이가 쳐져있는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어떤 맥주를 마셔야 할지 몰라

David가 평소에 즐겨 마신다는 Ring wood brewery의

FORTY NINER를 마셨다.


맥주 한 잔씩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우리 옆 테이블에 여행자로 보이는 한 프랑스인 부부가 보였다.


어쩌다 대화가 트여 그분들과 합석을 하게 되었고,

Rebbeca가 한국에서 온 자전거 맥주 여행자라고 날 소개하니

자기들은 지금 아이리쉬 펍을 오픈할 예정이라고 했다.

아이디어를 구하고 싶어 여기저기를 여행 중이라고.

오픈하면 꼭 초대해준다고 했으니, 무조건 기다려야겠다.


때마침 David의 친구가 우릴 발견했고

3명에서 5명, 5명에서 6명이 한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나를 신경 써준 탓인지 대화의 주제는 '맥주'였고

David의 친구는 맛있는 맥주를 추천해주며

앞에 있던 코스터에 메모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고

내 그림이 마음에 든다며 꼭 티셔츠로 만들어 입겠다고 했다.


그 말에 기분이 좋아진 나는 늘 그래 왔듯 하하호호

그 분위기에, 사람들에 취하기 시작했다.


지구 반대편, 낯선 곳에서 온 나를 그리고

내 맥주 여행을 채워주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그들의 모습에

참 감사하다. 난 참 행복하구나.


서로 다른 국적, 다른 언어를 사용해왔지만

그들과 함께 나눈 맥주 한 잔은

앞으로 그려질 내 여행을 더욱 설레게 만들었다.


작은 동네 펍
여기가 처음이라구요?
그럼 이 맥주를 마셔봐요
한국말로 '건배'라고 외치면 되요
그들의 메모장
오늘 하루도 따뜻한 침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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