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도시 'London' , 첫 맥주 'Otley'
내가 받은 걸 그대로 돌려주고 싶어
2015.08.13 London
자전거 여행 1일차
와, 나의 첫 해외여행지 영국이다!
비행기 안에서의 설렘과 달리 히드로 공항에 도착했을 땐 폭우가 내리고 있었다.
그때 스친 지인들의 목소리.
사서 고생이니. 힘들면 한국으로 돌아와.
그래도 이미 떠나온 몸
입국 심사를 빠르게 통과하고
런던 히드로 공항 귀퉁이에 서서 3시간 동안 자전거를 조립했다.
내 머리에 흐르는 게 땀인지 빗물인지 모를 험난한 라이딩이 시작됐다.
페달을 잘못 조립한 탓에 바퀴는 꿀렁꿀렁,
좌우 도로 방향이 달라 도로를 가로지르다 한 영국 남자에게
"fuxx!!!"
이란 욕을 먹기도 했다.
그래도 오늘의 호스트를 만나기 위해 직진해야만 했다.
약속시간 6시보다 한참 늦게 도착한 나를
따뜻한 포옹과 웃음으로 맞아주던 Emma.
그녀는 나의 첫 웜샤워 호스트였고
그녀 역시도 내가 첫 여자 게스트였다고 한다.
웜샤워(warmshowers) - 전 세계 자전거 여행자들의 커뮤니티. 자신이 거주하는 곳에 찾아오는 여행자들에게 숙박을 제공하며 문화를 교류하는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샤워를 마친 내게 배가 고프지 않냐며
맛있는 맥주와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가자고 날 근처 펍으로 데려갔다.
그녀 역시도 작년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많은 일들이 있었고
웜샤워를 통해 많은 호스트들이 베풀어준 따뜻한 배려에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상생활로 돌아온 이후에
반대로 본인이 받은 것들을 다 돌려주고 싶다고 했다.
맥주 여행을 한다는 내게 이런저런 펍과 맥주들을 소개해주며
내 여행을 가득 채워 주려는 그녀의 모습에 난 다짐했다.
나 역시도 돌려주겠노라고.
덕분에, 첫 여행지 낯선 이방인에 대한 긴장감은 눈 녹듯 사라지고
Otley 맥주 한 잔과 함께
늦은 밤까지 이야기 꽃을 피웠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