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
오늘로 36일 연속 10킬로미터 달리기에 성공했다. 36이라는 숫자가 특별히 대단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하루하루 의미가 있다. 처음 달리기를 시작했을 때는 하루하루가 고비였다. 오늘은 비가 와서, 내일은 너무 피곤해서, 모레는 약속이 있어서. 핑계를 찾으려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었다. 작년 이맘때쯤에는 각종 핑계를 대며 뛰지 않았던 것 같다. 특히 습한 날씨에는 더욱 그랬다. 끈적끈적한 공기 속에서 달리는 것이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계속 달리다 보니 이제는 습한 날씨도 상관없어졌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날씨에 핑계를 대지 않게 되었다. 비가 오면 비 맞으며 달리고, 더우면 더위를 감수하며 달린다. 날씨는 변할 수 있지만 달리려는 마음만큼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36일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사소하지만 쌓이고 쌓인 습관의 힘이다. 처음에는 억지로, 의지력으로 버텼다면 이제는 자연스럽게 몸이 움직인다. 저녁 시간이 되면 자동으로 운동복을 찾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달리지 않으면 오히려 뭔가 빠뜨린 것 같아 허전하다.
나는 굳이 매일 심장이 터질 정도로 빠르게 뛰지 않는다. 아니 그렇게 뛰지도 못한다. 내 호흡과 심장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건강하고 행복한 달리기를 하고 있다. 가끔 다른 러너들을 보면 정말 빠르게, 숨이 차도록 달리는 사람들이 있다. 멋있어 보이기는 하지만 나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 멋있게 잘 뛰고 싶지만 그렇게 뛸 수준이 아니다.
달리기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타인과 비교할 것이 없다는 점이다. 축구나 농구 같은 스포츠는 상대가 있고 승부가 있다. 하지만 달리기는 다르다. 옆에서 누가 나보다 빠르게 달려도 상관없다. 평소 내 페이스로, 내 호흡으로 달리면 된다. 내 실력을 과대평가하여 초반부터 오버페이스를 하거나 빠르게 달리는 러너를 따라잡겠다고 흥분하는 순간 그날의 달리기는 행복하지 않은, 그저 힘든 날로 남는다.
그리고 사실 과거의 나와도 비교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요즘 깨닫고 있다. 어제보다 조금 더 빨리 달려야 한다거나, 지난주보다 더 멀리 가야 한다는 강박을 가질 필요가 없다. 오늘도 10킬로미터를 무사히 달렸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물론 기록이 늘어나고 실력이 향상되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처음 달리기 시작했을 때는 1킬로미터도 버거웠는데, 이제는 10킬로미터가 일상이 되었다. 하지만 그런 변화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매일 조금씩 부상 없이 달리는 것이다.
부상은 정말 무서운 것이다. 한 번 다치면 며칠, 몇 주, 심하면 몇 달을 쉬어야 할 수도 있다. 그동안 쌓아온 습관과 리듬이 한순간에 깨질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몸의 신호에 귀 기울인다. 오늘 컨디션이 좋지 않다 싶으면 속도를 줄이고, 어딘가 아프다 싶으면 무리하지 않는다. 가끔 주변에서 "매일 10킬로미터씩 달리면 지치지 않아? 일상생활이 가능해?"라고 묻는다. 솔직히 지칠 때도 있다. 하지만 지치는 것과 습관이 되는 것은 별개인 것 같다. 양치질을 매일 해도 지치지 않는 것처럼, 달리기도 이제는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습관의 힘은 정말 대단하다. 처음에는 의지력이 필요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의지력 없이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된다. 마치 물이 바위를 뚫는 것처럼, 작은 행동들이 반복되면서 큰 변화를 만들어낸다. 36일 연속이라는 숫자가 누군가에게는 별것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소중한 성취다. 작년 이맘때의 나는 10킬로미터를 매일 달릴 수 있을 거라고 상상도 못 했다. 지금도 내년 이맘때의 내가 어떨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오늘도 달렸고, 내일도 달릴 것이라는 점이다.
습한 날씨든 맑은 날씨든 상관없다. 습관이 된 지금, 날씨는 핑계가 될 수 없다. 오늘도 운동화 끈을 묶으며 생각한다. 37일째, 또 하나의 작은 승리를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