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뛰지 마라 걱정톤

세 번째 마라톤 풀코스 후기

by 최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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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일 연속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10km 달리기 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오늘은 2026 시즌 오픈 챌린지 레이스 마라톤 풀코스에 다녀왔다. 작년 풀코스 2회 완주에 이어 3번째 풀코스를 완주했다. 금요일부터 갑자기 기온이 올라주어 오전임에도 10도 가까이 따뜻한 날씨에서 달릴 수 있었다. 추운 겨울에도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매일 10km를 달렸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초반부터 치고 나갔다. 다른 러너들에게는 전혀 오버페이스가 아닌데 나에게는 오버페이스였다. 컨디션이 너무 좋다는 자신감에 15km까지 4분 후반대로 달렸다. ‘오늘 일 내겠는데?’라고 생각하는 순간 생각지 못하게 오른쪽 허벅지가 찌릿했다. 25km도 아닌데 15km에서 갑자기 찌릿한다고? 190일 넘게 매일 10km를 달렸는데 너무 빨리 찌릿하잖아? 잠깐 찌릿한다고 해서 멘털이 흔들릴 정도는 아니었다. 페이스를 살짝 늦추니 괜찮아졌다. 달리면서 지난 대회 페이스와 계속해서 비교하며 달렸다. 확실히 오늘이 초반 페이스가 훨씬 좋았다. 결과적으로 화근이었다. 페이스를 천천히 끌어올렸어야 했는데 너무 빨리 올렸다. 중요한 건 오늘 물품보관소에 짐을 맡기고 준비하느라 출발 1분 전까지 몸을 풀지 못했다. 스트레칭조차 하지 못했다. 09:30 출발 신호와 함께 달리면서 몸을 풀어야겠다고 생각했다.(평소에도 달리면서 몸을 푸는 습관이 있다.) 10km까지 몸을 풀며 여유 있는 페이스로 달렸어야 했는데 몸이 너무 가벼웠다.


8km, 17km에서 에너지젤을 하나씩 섭취하며 5분 초반대 페이스로 달렸다. 지난 대회에서는 34~35km 부근에서 다리가 무거워짐을 느껴서 30km까지는 여유 있게 달릴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문제는 생각보다 빠르게 왔다. 바로 25km를 지나자 다시 오른쪽 허벅지가 찌릿찌릿했다. ‘어? 이번 찌릿은 15km 부근에서의 찌릿과는 다르다. 큰일 났다. 아직 골인까지 한참 남았는데’ 아직 풀코스 경험이 많지 않아 순간 당황했다. 25km 부근에서부터 레이스를 멈추고 앉아 있거나 멈춰서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 러너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초반 컨디션이 너무 좋았던 만큼 아쉬움도 컸다. ‘기록 단축보다 끝까지 걷지 말고 완주만 하자.’라는 생각으로 두 주먹 불끈 쥐고 레이스를 이어 나갔다. 5km마다 있는 급수대를 하나도 지나치지 않고 모두 마셨다. 30km에서는 초코파이 4분의 1조각을 35km에서는 초코파이 2분의 1조각과 바나나 반 조각을 우걱우걱 먹었다. 이미 양쪽 종아리와 허벅지가 무거워진 상태라서 즐기기로 했다. ‘레이스를 즐기되 멈추지만 말자!’라는 마인드로 안양천과 한강 경치도 구경하며 달렸다. 무거워진 다리에 조금이라도 효과가 있길 바라며 26km와 35km에서 에너지젤을 또 섭취했다. 35km에서는 초코파이, 바나나, 에너지젤까지 당으로 가득 충전했다. 하체가 무거워졌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즐길 수 있었다. 지난 대회 때도 35km에서 바나나 반 조각을 먹고 그 맛에 취했는데 오늘도 감사하게도 35km에 바나나와 초코파이가 모두 준비되어 있어 힘든 와중에 활짝 웃을 수 있었다.


작년 풀코스 대회 때보다 2분 느리게 도착했다. 그럼 오늘 풀코스 도전은 실패한 것일까? 아니다. 너무나 값진 경험을 한 것이다. 190일 연속으로 매일 10km를 달리면서 나의 심박수가 크게 요동치지 않는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심장이 쿵쾅쿵쾅 나댈 정도로 페이스가 빠르지 않은 것도 한몫했다. 반면에 10km 달리기만으로는 42.195km 풀코스 완주는 가능하나 원하는 기록에 한참 못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작년 JTBC서울마라톤 2주 전에 30km를 3시간 동안 1회 달려 본 경험이 있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실제 풀코스에서는 34km 부근까지 원하는 페이스로 잘 달리다가 종아리가 잠겼다. 달리면서 작년과 오늘 레이스를 비교해 보았다. ‘마라톤은 정말 정직한 운동이다. 매일 10km 달리기로는 심박수가 안정되었다. 하지만 오래 멀리 달리기 능력이 향상되지 않았다.’ 풀코스를 무리 없이 달리려면 30km 이상 거리주를 4~5회 정도 달려보라는 매체와 지인의 조언이 있었다. 과감하게 무시했다. 혼자서 30km를 달리려면 거의 3시간 정도를 쉬지 않고 달려야 하는데 그만큼의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핑계를 댔다. 대신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매일 10km 달리기를 선택한 것이다. 3월과 4월에 각각 풀코스가 1회씩 예정되어 있다. 오늘의 실패 경험을 바탕으로 매일 10km만 달리고 멈추는 것이 아닌 최소 주 1회 20~30km 정도의 거리주를 할 수 있는 한 해볼 예정이다. 이렇게 다짐해 놓고 또 내 스타일대로 매일 10km만 달리다가 대회에 참가할 수도 있다. 나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이번 겨울에도 딱 한차례 20km를 달렸다. 귀신같이 25km에서 다리가 잠긴 것을 보면 풀코스 대비로는 장거리 훈련을 필수다. 이를 몸소 체험을 통해 깨닫고 있는 중이다. 마라톤 풀코스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아무리 전문가가 강조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그 말을 듣는 것은 아니다. 직접 다쳐보고 아파본 사람이 이후에 자신의 건강을 더 관리한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공부하라고 해도 자신의 공부의 중요성, 필요성을 깨닫지 못한다면 그 공부는 오래가지 못한다. 마라톤 풀코스를 이제 막 3번 완주했다. 달릴 때마다 깨닫는 것들이 있다. 마라톤 풀코스는 도전만으로도 큰 용기가 필요하다. 풀코스는 완주만 해도 성공이다. 다치지 않고 달릴 수 있음에 감사하다. 35km에서 먹는 바나나와 초코파이의 맛은 잊을 수 없다. 풀코스를 달리면 식욕이 폭발한다. 식욕을 마음껏 해소해도 몸의 변화가 없다. 그만큼 칼로리 소모가 굉장한 매력적인 운동이다.


주변에서 “매일 뛰지 말고 충분한 휴식으로 회복하는 시간을 가져”라는 이야기를 해준다. 당연히 맞는 말이다. 매일 10km 달리기는 나 자신과의 약속이자 나의 한계를 시험해 보는 것이다. 매일 달리다가 하프코스나 풀코스 대회에 참가해서 걷지 않고 완주하는 것이 내 꿈이다. 매일 달리기는 시스템이고, 몇 회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건강하게 풀코스 완주하는 것은 목표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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