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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호 Jun 23. 2023

뜨거운 심장을 가진 로봇

야.나.두 - 하루 10분

운이 좋게도 아직까지 급격하게 살이 쪄 본 적이 없다.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다. 주변에서 ‘그렇게 많이 먹는데 다 어디로 가는지? 원래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이다.’라는 말을 많이들 한다. 틀린 말은 없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덩치가 커지고 싶은 마음에 진지하게 상담을 받아본 적이 있다. “다른 사람들이 놀랄 정도로 많이 먹는데 먹은 것에 비해 키도 안 크고, 살도 안 찐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라는 질문에 “더 먹거나, 그만 움직이고 가만히 쉬면 돼 “ 더 먹을 순 없는 상황이며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기에는 많이 건강했다. 그렇게 수 십 년이 지나다 보니 내 몸 하나 정도는 조절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이 아닌 하루에 10~15분이라도 의식적으로 움직이려는 나만의 ‘꾸준함’이 지금의 ‘건강함’으로 이어진 것 같다. 3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걱정거리가 있다면 ‘잔병조차 겪지 않았던 사람이 갑자기 크게 아픈 경우가 많다.’라는 말도 많이 듣는데 그 표본이 되지 않게 더욱 건강 관리에 힘쓰는 것 같다.


1. 의식적 10,000보 걷기

위에서 하루 10~15분 정도 의식적으로 움직인다고 해놓고서는 하루 10,000보 걷기라니 아이러니하다. 10~15분 의식적인 움직임은 맨몸 운동이고, 나에게 하루 만보 걷기는 일상에서 숨 쉬는 것과 같다. 어렵지 않다. 계단과 친해지면 되고, 남들보다 조금만 더 부지런하면 된다. 흡연을 하지 않더라도 분리수거는 내 몫이고, 아이들 어린이집 하원 후 바로 귀가하지 않고 놀이터에 가서 조금이라도 활동하는 것도 의식적 10,000보 걷기의 일환이다. 미라클모닝, 아침형 인간이 떠올랐을 때 새벽에 눈뜨자마자 천천히 달려도 보았다. 일출과 함께 출근 전 10,000보를 찍어버리면 하루 숙제를 해버린 것 같아 뿌듯하지만 잠이 많고 의지박약인 나로서는 매일 같은 루틴의 삶은 맞지 않았다. 스트레스받지 않고 일찍 눈이 떠져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아침 일찍부터 10,000보를 채우면 되고, 하루 일정이 바빴다면 늦은 밤 아이들을 재우고 나서 10,000보를 채우면 된다. 건강하고자 하는 걷기가 스트레스받기로 바뀌면 안 되기 때문이다.


2. 국과 장은 먹지 않기

나의 신체는 어렸을 때부터 건강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하루종일 움직이고, 국물과 장, 빨간 음식을 먹지 않고, 있는 그대로 싱겁게 먹었던 식습관 덕분에 아무리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았던 것 같다. 그렇다고 식단을 지키거나 패스트푸드와 야식을 멀리하는 것은 아니다. 먹고 싶을 때 먹는다. 먹고 싶은 것을 제 때 먹지 못하는 스트레스가 더욱 건강에 좋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단 먹는다. 왜냐하면 먹은 만큼 아니 먹은 것보다 더 많이 움직이면 된다는 것을 자신 있게 알기 때문에 자신 있게 얼마든지 먹는다. 대신 10대, 20대 때와는 달리 아무래도 전날 폭식하거나 야식을 먹으면 다음날 아침을 거르는 습관도 만들었다. 체계적인 루틴은 아니지만 내 나름의 루틴을 지키니 예전만큼 운동하는 시간이 많지 않음에도 성장과 발전은 없더라도 유지는 하고 있는 것 같다. 지인들 중 ‘국도 안 먹고, 장도 안 찍어 먹고, 매운 음식도 안 먹고, 짠 음식도 안 먹으면 무슨 맛으로 먹는지?’라고 물었던 지인들도 이제는 내 식단을 따라 하곤 한다.


3. 맘스다이어리로 하루 마무리

빨리 바뀌었으면 좋겠다. 맘스다이어리가 아닌 ‘엄마아빠가 함께 쓰는 육아일기’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주양육자가 엄마인 경우가 많아서 맘스다이어리로 지었겠지만 첫째 출산 후부터 ‘내가 뭘 할 수 있을까?’라고 고민하던 찰나에 아빠가 쓰는 육아일기는 나에게 ‘유레카’였다. 하루에 한 단어만 쓸 때도 있고, 3줄 이상을 쓸 때도 있는데 아이들을 재우고 나서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하며 주로 아빠로서 반성 혹은 자아 성찰하는 느낌으로 육아일기를 쓰는 것 같다. 말이 거창해서 육아일기지 사실 그날 있었던 에피소드와 함께 아이들 사진을 올리는 성장일기 느낌이다. 첫째 아들이 54개월이니 하루 10,000보 걷기와 식습관에 비해서는 짧은 기간이지만 이것도 아빠로서의 ‘꾸준함’이라고 생각한다.


4. 긍정적인 마인드

눈에 보이지 않는 ‘꾸준함’이지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스스로를 ‘러키가이’라고 생각했는데 주변 지인들과 가족들도 나에 대해 ‘가진 능력에 비해 운이 정말 좋다.’, ‘복덩이’라고들 부른다. 그렇다. 내 능력에 비해 운이 정말 좋다고 생각하는데 운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조차 긍정적인 마인드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초긍정의 사례는 2018년 3월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로마로 향하는 기차를 탔어야 했는데 반대로 베네치아행을 타고 올라가던 중 운이 좋게 인지하여 다행히 로마에 도착하였고, 다음날 로마에서 여유롭게 조식을 먹으며 07:30 출발로 알고 있던 나폴리행 버스도 07:00 출발인 것을 07:20에 알게 되어 버스 타고 멀미하며 갈 뻔했는데 부랴부랴 무궁화호보다도 느린 기차를 타고 3시간가량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점심시간에 딱 맞춰 합류한 적도 있다. 대부분이 우리 부부처럼 해결했겠지만 또 그 순간 어느 한쪽이 참지 못하고 ‘똑바로 확인하라고 했지? 뭐 하나 시키면 항상 그렇다니까’라며 행복한 신혼여행이 불행한 신혼여행으로 바뀔 수도 있었을 것이다.


5. 건강한 정신과 육체

결국 안팎의 조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면의 강인함도 중요한 만큼 외적인 모습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굳이 꼽자면 건강한 정신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나부터 통제하고 조절하는 능력을 길러야 그 뒤로 건강한 육체로도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나열한 것들은 전문적인 자기 계발의 내용이 아닌 ‘뜨거운 심장을 가진 로봇’이 되고 싶은 한 여자의 남편이자 두 아이의 아빠인 건강한 남자의 작은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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