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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영 Jun 17. 2023

내 인생 '최초의 펭귄'으로 살아간다는 것

삶은 계란이 아니고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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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펭귄이란?

선구자 또는 도전자의 의미로 사용되는 관용어로, 남극 펭귄들이 사냥하기 위해 바다로 뛰어드는 것을 두려워하지만 펭귄 한 마리가 먼저 용기를 내 뛰어들면 무리가 따라서 바다로 들어간다는 데에서 유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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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해 씨!"

갑자기 남편이 포켓몬 빵 이름을 보더니 크게 외친다. 이번엔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더니 "이상해 씨!"라 외친다. 옆에 있던 딸이 "맞아. 이상해 씨~" 가족에게 나는 어떤 사람으로 비치는지 가끔은 궁금한 순간이다.
사실 일주일 전부터 다시 운동량과 운동시간을 늘려가며 내 생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던 남편이 한마디 툭 던지는 한마디.

"역시 운동에 미쳤어."

별 의미 없이 던진 말이지만 꽤나 기분이 좋다. 미친 게 맞다. 운동에 미친 여자라니 곧 마흔 중반인 내가! 마치 뭐라도 된 거처럼 혼자 뿌듯해한다. 그 안에서 수많은 자아 중의 '또 하나의 자아'를 찾은 것뿐. 그런 미친 존재감 꽤 괜찮다.

인스타그램 속 운동습관 챌린지를 시작한 건 순전히 나를 위해서였다. 운태기(운동이 하기 싫은 권태기쯤)가 오는 거 같아 '함께 운동'을 핑계로 내게 동기부여를 시작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많은 이들의 변화가 시작되었다. 챌린지를 대하는 나의 마음도 점점 더 진지해지기 시작했다. 도전자들은 운동전문가부터 홈트를 막 시작한 운동초보까지 다양했다. 그런 건 중요치 않았다. 모두가 도전하고, 성취하고, 응원하는 과정 속에서 자기 자신을 찾아나갔다. 포기하다가도 다시 도전하고, 더 큰 도전을 하는 이들도 늘어만 갔다.

내 인생 '최초의 펭귄'이 된 지는 10년도 더 되었다. 둘째가 갓난쟁이일 때부터 책 쓰기를 배우겠다고 왕복 4시간 가까이 움직였으니 말이다. 한번 시작하면 불도저가 '나'였다. 때로 현실과 타협하며 그 현실에도 충실했지만 마음 한편엔 꿈을 키워나갔다. 언젠가는 새로운 도전을 끊임없이 하겠다는 조금은 막연한 꿈을 내면 깊숙이 차곡차곡 쌓아갔다.

그 꿈이 이루어지기 위한 시작점은 엉뚱한 곳이었다. 2016년부터 몸 여기저기 고장 나더니 이석증, 목디스크, 만성두통과 구토 증세가 심해져 갔다. '이러다 그냥 이 세상 뜨겠구나.'라는 생각에 아찔했다. 2018년 5월 31일, 살기 위해 헬스장이란 곳의 회원권을 끊어버렸다. 운동은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러닝머신 위에서 40여분을 걷는 시간마저도 내겐 천국이었다. 그런 시간을 계속 끌어당겼다. 없을 것 같으면 손으로 땅을 파서라도 찾아내어 운동시간을 마련했다.


2018년 10월 마라톤 도전 시작
2019년 8월 웨이트 배우기 시
2019년 11월 첫 바디프로필 성공
이후 꾸준한 운동과 두 번째 바프
2021년 8월 WNGP 모노키니 AGE 그랑프리
2021년 11월 인스타 <헬추녀 챌린지> 시작

* 헬추녀: 헬스 추천하는 여자(녀석)
- 헬추녀 캐릭터 공모
- 헬추녀 챌린지 티셔츠 제작
- 헬추녀가 간다 시작
2022년 2월 정교관 님과 유튜브 촬영
2022년 4월 미단바 1기 단체바프
2022년 5월 글쓰기 '나바말' 리더 시작
2022년 12월 미단바 2기 단체바프
2023년 4월 마이헬스다이어리 펀딩 성공
2023년 7월 미단바 3기 단체바프 예정

나를 위한 시간을 끌어당길수록 더 많은 도전과 성공이 이어졌다. 타인의 시선이나 충고는 잠시 넣어두고 또다시 불도저처럼 밀고 갔다. 많은 이들과 함께 하다 보니 예상치 못한 상황들도 많이 만났다. 더 이상 바다에 뛰어들지 못하게 펭귄의 날개 한쪽을 덥석 잡혔다. 한쪽 날개로만 뛰어가보려고 있는 힘껏 힘을 줄수록 힘은 더 빠져만 갔다.


"날 붙잡지 말아 주세요. 제발이요..."


사정하고 울어도 그 손은 좀처럼 움직여주지 않았다. 도대체 그 손은 왜 그토록 나를 붙잡고 있었던 것일까? 이제 도전을 그만둬야 하나 힘을 빼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너는 도전하고 함께 하기 위해 태어난 거야. 우주의 여행자가 되었다면 기꺼이 너의 미션을 완수해야지! 많은 사람들이 기다린다고. 하려면 계속해."

그 손을 붙잡고 있던 건 다 아닌 바로 '나'였다. 한껏 힘을 주며 일으켰던 모든 감정들을 내려놓았다. 아직 하고 싶은 게 얼마나 많은데, 쓸데없는 감정과 잡념들을 내려놓고 지금 이 순간을 살기로 결심했다. 나의 느낌을 따라 실행하고, 숨 쉬고, 살아가며 더 많이 사랑하기 시작했다.

최초의 펭귄은 먼저 간 발자국이 없어 한 걸음 떼는 게 두려웠다. 잠시 뒤를 바라보니 많은 펭귄들이 나를 보며 환하게 웃어주고 있었다.

"괜찮아요. 우리가 함께 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당신의 길을 걸어가요. 우리도 우리만의 길을 걸어갈게요. 당신도, 나도 내 인생 최초의 펭귄이잖아요. 우리 그렇게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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