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차 안에서
토요일 아침 일찍부터 인천대공원 내 인천수목원 숲해설 체험을 위해 나섰다. 오늘은 아빠와 가온이, 라온이 셋이 함께하는 날이다. 확실히 아빠랑만 있는 날의 아이들은 아빠를 위해 평소보다 의젓한 모습을 보여준다. 인천대공원에 가는 차 안에서 이런저런 대화를 하던 중, "아빠는 엄마, 가온이, 라온이만 있으면 돼. 우리 가족이 제일 중요해."라고 한마디 했다. 아이들과 평소에도 자주 나누는 대화여서 가볍게 이야기를 했다.
딸 : 그럼 한 명이 없어야 되면 누가 없어야 돼? 누가 죽어야 돼?
아빠 : 그럼 당연히 아빠가 죽어야지. 아빠는 엄마랑 가온이랑 라온이가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
딸 : 아니 아빠는 있어야지.
아빠 : 아니지 우리 가족 4명이 있어야 하는데 한 명이 빠져야 한다고 하면 아빠가 빠져야지.
갑자기 뒷좌석에서 울먹거리는 딸에 이어, 시끄럽던 아들이 조용하다. 조용히 백미러로 살펴보니 눈시울이 붉어진 채 어깨가 들썩거리고 있다.
아들 : 싫어. 아빠 죽지 마. 그럼 아빠랑 같이 죽을래
초등학교 1학년임에도 아직도 한없이 귀엽다.
아빠 : 아니지 가온아. 왜 같이 죽어. 아빠는 가온이 보다 30년을 더 살았는데 같이 죽으면 안 되지. 가온이 하고 싶은 거 다하고,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건강하게 살다가 죽어야지.
아들 : 싫어. 나도 엄마랑 아빠랑 같이 죽을 거야.
딸은 옆에서 울먹거리고 있고, 아들은 같이 죽겠다고 떼를 쓴다.
아빠 : 아니 가오니아 대체 몇 살 때까지 아빠 괴롭히려고?
아들 : 백 살, 천살 계속 같이 살 거야
아빠 : 엄마랑 아빠처럼 가온이도 나중에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도 하고 아기도 낳고 행복하게 살아야지.
아들 : 싫어. 아빠 괴롭힐 거야.
딸 : 아빠 백 살 돼서도 나 책 읽어줘야지.
아빠 :...(아침부터 눈시울이 붉어졌다.)
토요일 아침부터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에 행복했고, 백 살에도 딸에게 책을 읽어주려면 건강하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아직까진 아이들 눈에 엄마, 아빠의 존재가 꽤나 믿음직한 존재로 비친다는 점이다. 오랫동안 아이들에게도 자상한 아빠, 건강한 아빠의 모습으로 콩깍지를 씌워야겠다.
그렇게 감동을 받으며 인천대공원 내 인천수목원 숲해설 장소에 도착했다. 더운 날씨 때문에 한 달 전에 예약했던 다른 손님들이 많이 예약을 취소했다고 한다. 오길 잘했다. 숲해설 시작한 지 5분이 지나자마자 나와 아이들의 옷은 땀으로 젖었다. 숲이라고 생각해서 시원할 줄 알았는데 햇빛은 뜨거웠고, 벌레들은 날뛰었다. 이마에서부터 흘러 볼을 지나 땅으로 뚝뚝 떨어지는 땀들을 닦아가며 1시간이 넘게 인천수목원을 돌아다니며 각종 매미들도 만져보고, 나비애벌레도 만져보고, 산개구리도 만나봤다. 당일 아침까지만 해도 가지 않겠다고, 예약을 취소하라던 가온이는 숲해설이 시작하자 선생님을 따라다니며,
아들 : 참매미 아니에요? 그건 말매미, 이건 애매미잖아요.
선생님 : 어 맞아요. 많이 아네요?
아들 : 책에서 봤어요.
아빠 : (안 온다며, 최소 하라며)
숲해설을 취소하라던 오빠 옆에서 자기는 날씨가 더워도 숲해설을 꼭 가겠다며 예약을 취소하지 말라던 라온이는 숲해설 시작부터 아빠 옆에 찰딱 달라붙어서는 매미, 애벌레는커녕 나비도 싫다며 기겁을 한다.
아빠 : 라온이 숲 속어린이집 다니잖아? 곤충 직접 만져보지 않아도 돼. 그냥 오빠 옆에 가서 보기만 해 봐.
딸 : 싫어, 벌레 징그러워. 그리고 어린이집에서 해봤어.
아빠 : 아 해봤어? 오기 싫다던 오빠는 뛰어다니고, 오고 싶다면 라온이는 아빠 옆에 붙어 있네
딸 : 아빠, 안아줘
그렇게 무사히 숲해설을 마쳤다. 차로 가던 중,
아빠 : 가온아, 아빠가 가온이랑 밤마다 책을 읽으면서 아빠는 참매미, 말매미, 애매미 처음 들어봤는데 아까 가온이는 어떻게 다 대답한 거야? 알고 있었어?
아들 : 응 책에서 봤어.
아빠 : 책? 어떤 책? 아빠는 본 기억이 없는데
아들 : 아빠 곤충백과사전 책 있어?
아빠 : 찾아보면 잊지 않을까?
아들 : 아빠, 나 곤충 백과사전 책 사줘
아빠 : 책은 언제든지 사줄 수 있지
맨날 보드게임만 하고, 게임만 하고 싶어 하는 줄 알았는데 언제 또 이렇게 책을 보고 책 내용을 기억하고 있을 줄이야,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