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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PD Feb 23. 2020

인디게임과 카피캣 #2

카피캣 혐오의 시작

카피캣으로 판정되는 시간 3초


얼마 전 페이스북 '인디라! 인디게임 개발자 모임' 공개 그룹에서 올라온 게임을 두고 인디 개발자들끼리 자그마한 논쟁이 있었다. 사실 올라온 게임에 대한 논쟁보다는 서로 다른 가치관의 충돌과 다른 접근으로 인한 논쟁이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러한 논쟁들도 더 많은 생각과 고민들을 하게 만들고 궁극에는 철학적인 접근을 해 볼 수 있다는 면에서 진보적이고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그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키워드는 '카피캣'이었다. 하지만 카피캣과 독창성을 가지고 마치 선과 악의 대립을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카피캣 : 독창성 = 상업성 : 예술성'이라는 비례식이 너무 쉽게 만들어지는 현실에 좀 다른 접근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쉬운 비례식이 있는데 우리는 무엇을 위해 게임을 만드는 걸까? 란 생각도 들었다. 그런 고민 속에서 모든 현상을 부정적인 시각에서만 바라보며 서로를 프레임에 가두고 비난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게임에 대한 비판은 개인의 자유다. 그리고 커뮤니티에서 커뮤니케이션은 개인의 스킬이다. 하지만 자신이 가진 혐오의 스펙트럼을 몇 개의 키워드로 재단하여 증오의 대상으로 만드는 것은 피해야 한다. 그리고 그 증오의 대상이 시스템이나 행위가 아닌 사람이 되는 것은 더욱 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나도 누군가를 증오의 대상으로 삼아 자신의 도덕성이나 우월함 그리고 이념의 증명을 위하여 혐오를 소비한 건 아닌지 반성하며 글을 쓴다.




#2 카피캣의 혐오의 시작


최근 코로나19로 인하여 전염병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인류는 언제나 병원균들과 함께 공존해 왔다. 그리고 수많은 전염병들과 싸워가며 생존해 왔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염병이었던 13세기 흑사병은 당시 전체 인구의 3분의 1을 사망에 이르게 한 무시무시한 전염병이었다. 그리고 당시 유럽의 지배층이었던 기독교는 흑사병으로 흉흉해진 사람들의 불안과 공포를 잠재울 대상이 필요했다. 당시 교황이었던 그레고리 9세는 '고양이가 악마와 관계가 있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당시 악마를 숭배한다는 마녀를 증명하는 방법 중 하나가 고양이를 키우고 있느냐였다. 이렇게 '마녀 재판'에서 화형 선고를 받는 건 그녀들 뿐만 아니라 같이 키우던 고양이도 함께였다. 그렇게 유럽 대부분의 고양이들은 혐오의 대상이 되어 산채로 불에 태워졌다. 그렇게 쥐를 잡아먹던 고양들이 죽임을 당하자 쥐들은 더욱더 들끓게 되었고 흑사병은 더 많은 사람들을 죽이기 시작했다. 역사적으로 많은 정치 집단이 대중의 불안, 공포와 분노의 대상이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특정 대상에게 혐오의 씨앗을 심고 선동하여 집단의 목적을 달성하거나 과오를 덮는데 활용해왔다.



독창성의 모호함


전자제품 시장에서 '카피캣'은 잘 나가는 제품을 그대로 모방해 만든 제품을 비하하는 말로 많이 사용된다. 유명한 일화는 바로 애플 스티브 잡스가 아이패드를 선보이는 자리에서 삼성전자와 구글, 모토로라 등을 '카피캣'이라고 비난했던 2011년 3월 애플 스페셜 이벤트라고 생각된다.

당시 애플은 소송을 통해 삼성이 애플의 디자인을 여러 제품에서 모방했고, 소비자가 이러한 유사한 디자인에 혼동을 느낄 수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삼성은 아이폰 이전부터 존재한 둥근 모서리, 스크린의 위치, 네모난 액정화면 등을 '구체적인 수치'로 아이폰과의 차별을 역설했다. 하지만 애플은 소비자가 디자인의 디테일이 아닌 전체적인 인상을 본다고 이야기한다. 즉 사용자 입장에서는 '척 보면 안다'라는 것이다. 이것이 법정에서 이야기되었다는 걸 생각하면 애플의 디자인을 표현하는 독창성이라는 모호함에 과연 '차별화의 영역은 어디까지 인가?'란 질문을 던지게 된다. 

아이폰4S VS 갤럭시 S3

이런 모호함은 스티브 잡스 스스로도 너무나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독창성은 과연 무슨 기준으로 평가되는 걸까? 처음 만들어진 모든 게 독창적인 것일까? 그가 생전에 자주 인용하던 문장이 있다.


유능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
Good artists copy, great artists steal.


이 말은 파블로 피카소가 한 말이다. 사실 예전부터 이 문장을 계속 들어오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모방과 도용을 무엇으로 구분하는 것일까? 하지만 최근에 이 문장의 맥락에서 생략된 두 가지의 단어를 찾아냈다. 그것은 '겉과 속'이었다. 그럼 위에 문장을 다시 완성해 보자.


유능한 예술가는 외면을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내면을 훔친다.
Good artists copy the outside, great artists steal the inside.


하지만 내면을 훔치는 것 또한 온전하게 독창성이라고 인정받기는 어렵다. 결국 모방, 도용, 참조, 차용, 오마주, 패러디, 벤치마킹 등으로 포장되는 모든 행위가 독창성 성립의 반대에 있어야 된다. 이것이 '카피캣 프레임의 조건'이다.



마케팅 프레임 전략


사실 스티브 잡스가 처음으로 컴퓨터를 발명하지도 않았고, GUI를 처음 만든 인물도 아니며, MP3 포맷을 만들지도 않았으며, 스마트폰을 처음 만들어낸 사람도 아니다. 그런데 왜 스티브 잡스는 자신의 독창성을 다른 경쟁사를 비하하며 '카피캣'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게 되었을까? 나는 스티브 잡스를 '악마 같은 마케터'라고 생각한다. 그 정도로 대중을 스토리텔링으로 선동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사실 지금 시대에 태어났으면 세계 제일의 '악마 같은 마케터'가 되었을 인물이 바로'괴벨스'다. 그의 천재성이 전쟁이 아닌 산업에서 이루어졌다면 다른 역사가 만들어졌을 거라고 생각한다. 참 안타까운 역사 속 인물이다. 


이런 '악마 같은 마케터'들은 대중의 심리를 너무 잘 알고 있다. 대중이 무엇으로 움직이는지를 알고 단어를 선점하고 대중의 잠재의식에 단어를 각인시킨다. 마치 영화 인셉션에서 상대방의 꿈속에 들어가 내면의 금고라는 잠재의식에 생각을 심는 거와 비슷하다. 이것이 마케팅 불변의 법칙 중 하나인 '독점의 법칙'이다.


<독점의 법칙>
소비자의 마음속에 심은 단어를 두 회사가 동시에 소유할 수는 없다.


당시 애플은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하기 위하여 많은 고민들을 하는 시기였다. 그리고 구글의 안드로이드 OS가 스마트폰 시장 장악을 위하여 많은 스마트폰 제조사와 협력을 하는 시기였다. 그중 구글과 삼성의 연합은 애플에게는 스마트폰 시장의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는 어마어마한 위협이었다. 스마트폰 시장의 주도권을 빼앗긴다는 것은 애플의 미래가 없다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런 승부의 시점에 스티브 잡스는 본인이 이제까지 쌓아온 최고의 무기를 사용한다. 하지만 이번엔 애플을 각인시키는 것이 아닌 경쟁사의 이미지를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전략을 선택한다. 이유는 이미 애플은 '혁신'이라는 단어를 소유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경쟁사들에게 '카피캣'이라는 낙인을 찍으며 대중에게 네거티브를 심게 된다. 이 전략은 매우 잘 먹혀들었고 이 시점을 계기로 아이폰의 생산량은 급격하게 늘어난다. 보통 이런 '카피캣 프레임' 전략이 활용되는 시점은 아직 독보적인 1인자가 자리잡기 전 치열한 경쟁구도에서 실행된다. 즉 아직 자리잡지 못한 '오리지널리티의 불안감'이 후발주자들을 경계하며 경쟁자들이 '오리지널리티를 형성하여 낙인이 불가능'하기 전에 실행된다. 물론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이 애플한테는 당하지만 모든 가전에서 그런 건 아니다. 삼성도 TV 분야에선 중국 경쟁사들에게 애플과 똑같은 전략을 활용한다. 이렇게 따지면 '카피캣 프레임 전략'을 카피캣한거라고 봐야겠다.

이런 카피캣의 낙인을 받은 2인자들이나 1인자의 따라갈 수 없는 초격차를 조금이라도 줄이며 어떻게든 어깨를 견주어 보려 노력하는 것이 바로 '벤치마킹'이다. 이 또한 마케팅 프레임이며 대중에게 인식된 '카피캣이라는 네거티브'를 '벤치마킹이라는 포지티브'로 전환하려는 마케팅 프레임 전략이다. 그리고 1인자와의 초격차를 기술력으로 줄이는 것이 아닌 마케팅 전략으로 옆에 바짝 붙어 후광을 얻으려는 대중 인식의 싸움이다. 마치 아직 유명하지 않은 래퍼가 유명한 래퍼를 디스 하며 자신을 PR 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방법과 비슷하다고 보면 될듯하다.


이런 마케팅 프레임 전략은 대부분 '상대적인 가치의 우위'를 점하기 위하여 자신 혹은 상대방을 프레임에 가두는 것이다. 이렇게 프레임 전략은 정치, 종교 등 대중을 상대하는 모든 집단들이 유용하게 활용하는 전략이며 깊게 파고들면 독창성이라는 정체성보다는 더 많은 이익을 추구하는 경쟁시장에서 대중의 심리를 이용하는 프레임 전략일 뿐이다. 요즘 같은 경쟁사회에서 이러한 프레임 전략으로 대중에 휩쓸리기보다는 자신의 절대적인 기준을 만들고 세상을 보라보며 '혐오를 소비하지 않으려는 저항'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3에서는 '인디게임 독창성의 진부함'이라는 주제로 우리가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는 진부함에 대하여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좀 더 긍정적으로 풀어볼 수 있도록 도움이 된 인디라 게시글 중 TaeHyeung Kim님의 댓글을 옮겨 적어 본다.

독창적이지 않으면서 인디 타이틀을 달고 수익을 내거나 내려는 상황에 대해 불만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디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고 예술성과는 무관합니다.

인디 중에 예술성을 추구하는 소수 팀이 존재할 뿐인데 카피곡 밴드가 있고 동인 게임이 있고 정말 설령 타락한 쥬얼 게임이 있어도 그것 모두가 인디 그 자체입니다. 동인과 카피곡 밴드와 쥬얼이 없는 인디는 인디가 아니라 예술이며 그건 이미 상업적으로 실패하여 그것을 추구하는 분들끼리 똘똘뭉쳐 상업성을 추구해야하는 것이 영화계에서도 잘 보여집니다.

이런 논의는 충분히 이해는 가지만, 자신의 예술성을 인디라는 것에 투영시켜 합리화시키는 것은 인디가 아닌 예술라~ 예술게임 만들기 카테고리를 파시는게 더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어 스타듀 벨리 표절게임입니다. 인디 게임이죠. 이런 부분을 포함할 수 있는 인디라가 되면 힘 나지 않을까 합니다. 적으면서도 윗분들 모두 스타듀 벨리는 표절게임이니 인디가 아니다 하실 것 같아 정말 시각이 다르구나 싶습니다. 인디는 예술과 독창성을 선호하는 사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그분들이 칭찬받을 뿐이죠.

표절은 원작자와 개인의 문제입니다. 수많은 동인 인디들은 모두 표절입니다. 카트라이더도 표절이고 여기 수많은 게임들은 장르라는 이름 뒤에 숨어 표절입니다. 원작자가 법적으로 신청안하고 장르라고 풀어주고 많은 혜택 속에 게임업계는 발전해 왔습니다. 격투게임만해도 조작법 표절문제를 관대한 개발사가 시비걸지 않아서 발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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