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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PD Oct 08. 2021

인디게임 인식전환 #3

인디게임 마케팅 비판

인디게임은 인디게임이라는 이름이 붙기 전에도 존재했다. 마치 최근에 유행하는 메타버스라는 용어처럼 말이다. 그리고 여전히 인디게임을 만드는 사람부터 플레이하는 사람들까지 '인디'라는 단어가 가진 모호함에 물음표를 던진다. 그렇게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불명확성을 통해 오해와 논쟁을 이어오고 있는 게 현실이다.


나는 이런 불명확성으로 인한 모호함의 경계에서 철학적 비판을 통하여 느낌표를 던지고자 한다. 우선 기존 인디게임을 정의하던 형이하학적이고 절대적 기준을 버리고 형이상학적이고 상대적인 이념으로 정리하여 인식을 전환하고자 한다.


그럼 우리가 이제까지 인디게임을 규정하기 위해 선봉에 세웠던 단어들을 비판해 볼 시간이다. 그리고 '인디'가 가진 진짜 독립이라는 의미를 다시 한번 고민해볼 시간이다.




#3 인디게임 마케팅 비판


많은 주변 인디게임 개발자들이 게임을 완성하고 마켓에 게시를 한 후 커뮤니티나 지인들에게 하는 질문이 있다. 


'게임은 만들었는데 마케팅은 어떻게 하죠?'


이번 비판의 주제는 인디게임 마케팅이다. 나는 인디게임과 마케팅이 이념적으로 얼마나 반대에 있는지 이야기해보려 한다. 우선 '마케팅이란?'이라고 구글링만 해봐도 인디게임과 마케팅이 얼마나 역설적인 관계인지를 한 번에 알 수 있다.

마ː케팅, marketing / 명사-경제학

상황의 변화에 대응해 가면서, 소비자의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하여 상품 또는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소비자에게 제공하기 위한 활동. 시장 조사·상품화 계획·선전·판매 등. 순화어는 `시장 거래', `시장 관리'.

-정의 출처: Oxford Languages-

인디라는 이념이 제작자 중심의 가치를 만드는 반면 마케팅은 시장이나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고 판매하여 소비자의 수요에 가치가 포커싱 되어있다. 가치를 만드는 출발점이 완전히 반대인 셈이다.


결국 이런 괴리는 인디게임을 만드는 것 자체의 만족감을 낮추는 행위들을 억지로 하게 되는 상황을 만들게 된다. 그렇게 되면 결국 누구에게도 아무런 가치를 줄 수 없는 상태가 된다. 그리고 인디게임이 장르가 되는 역설로 귀결되는 괴리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괴리를 반복하다 보면 결국 플랫폼이 가진 합리적인 BM을 중심으로 게임 개발의 방향이 결정되고 호기롭게 시작했던 행복한 항해는 침몰을 막기 위한 물바가지질로 매몰된다. 그렇게 정신없이 만들다 보면  폐기물이 되거나 걸림돌이 된 자신의 로망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재미를 위한 시스템이나 콘텐츠가 거세된 게임을 만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주변 많은 인디게임을 만드시는 분들이 겪었을 익숙한 허무함일 것이다.


인디게임이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하면서 인디게임 장르라는 역설에 편승하여 '팔릴만한 게임'을 만들기 위해 집중하는 현실은 우리 모두 반성해볼 만한 부분이다. 이런 '팔릴만한 게임'은 결국 시장의 트렌드를 따라가고 인디게임의 핵심가치인 다양성을 훼손하는 필연성을 갖는다. 물론 인디게임의 상업성 자체를 거세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며 방법론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보자는 것이다.


이번 주제와 유사한 주제의 글을 예전에 쓴 적이 있었다. "구글플레이는 진화가 필요하다."라는 주제로 4개의 글 중에 네 번째 '#4 개발자와 게이머의 동상이몽'이라는 글이다. 이 글에서 언급한 내용 중 인디가 1% 팬덤을 만나는 조건이라는 문단을 공유한다.


인디가 1%의 팬덤을 만나는 조건

1%를 계속 모으려면 팬덤이 생성되어야 한다. 그 팬덤을 잘 가꾸면 그들이 바이럴 하고 계속 1%를 모으게 된다. 그래서 인디의 성공 여부는 지구력에 영향을 받는다. 혜성처럼 나타난 인디 개발사들은 그리 많이 않다. 그리고 인디 개발자에게 본인도 재미없어하는 게임 만들지 말라고 하는 이유는 게임에 빠져들게 하는 재미라는 임계점을 구축하려면 본인이 그 임계점에 도달해보지 않으면 그 심도를 느낄 수 없다. 결국 그런 게임을 가장 좋아하는 1%들이 그걸 모를 것 같은가? 바로 티가 난다. 그럼 당신의 게임은 그 1%들에게 뼈까지 물어 뜯긴다. 나머지 99%는 그 게임에 관심도 없다. 인디게임이 실패하는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이것이다. 그러니 본인이 재미있는 게임 만드시라.


이 싸움은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고 지구력 싸움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꾸준하게 나아가는 것이다. 이런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는 인디게임과 카피캣이라는 주제로 쓴 글의 마지막 7번째 '카피캣의 당위성'이라는 글에 적었던 내용을 공유해 본다.

인디 게임 개발사가 영속성을 가지려면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자신을 찾는 것'이다. 보통 정체성이라고 이야기하는 성질이다. 그리고 카피캣은 그 과정을 완성하는 전략이다. 물론 다시 강조하지만 정체성은 독창성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리고 독창성은 생존의 필수조건이 아니다. 하지만 생존하지 못하면 영속성은 보장되지 않는다. 그리고 위에서 설명한 복잡계에서 '영속성을 위한 최선 방법은 일관성'이다. 위에서 이야기했던 이솝우화의 원숭이처럼 내가 10년간 물고기를 잡아온 어부도 아닌데 그물 던지는걸 한번 봤다고 그 어부처럼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냐는 말이다.

결국 일관성은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한 가지를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다. 결국 누군가를 만족시키는 게임을 만들려면 비슷한 타입의 게임을 3~5개 정도는 만들어 봐야 그런 게임들이 주는 궁극적인 재미나 감동의 근처에 도달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것도 굉장히 분석적으로 게임 개발을 했어야 가능한 영역이다.

이번 주제를 관통하는 하나의 문장을 적으라면 단연 이문장 일 것이다. 어찌 보면 인디라는 이념을 가장 잘 표현하는 문장 중에 으뜸이 아닐까 생각한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시장만 바라보고 따라가면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결국 뒤꽁무니만 쫓아가는 상황의 연속일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처음 우리가 가졌던 마음, '게임 제작의 즐거움'을 서랍에 두고 멀리 파랑새를 찾으러 가는 우매한 사람이 아닐지 오늘도 생각에 잠긴다.


인디게임은 팬덤과의 소통이다. 그곳에 접점은 주관적인 재미와 객관적 재미의 교집합이다. 교집합이 확고할수록 팬덤은 확고해지고 합집합을 보강할수록 팬덤은 확장한다. 그렇게 모든 국가에서 1%의 팬덤을 찾고 관리하는 것이 인디게임의 마케팅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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