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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PD Aug 09. 2021

인디게임 인식전환 #2

인디게임자본 독립비판

인디게임은 인디게임이라는 이름이 붙기 전에도 존재했다. 마치 최근에 유행하는 메타버스라는 용어처럼 말이다. 그리고 여전히 인디게임을 만드는 사람부터 플레이하는 사람들까지 '인디'라는 단어가 가진 모호함에 물음표를 던진다. 그렇게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불명확성을 통해 오해와 논쟁을 이어오고 있는 게 현실이다.


나는 이런 불명확성으로 인한 모호함의 경계에서 철학적 비판을 통하여 느낌표를 던지고자 한다. 우선 기존 인디게임을 정의하던 형이하학적이고 절대적 기준을 버리고 형이상학적이고 상대적인 이념으로 정리하여 인식을 전환하고자 한다.


그럼 우리가 이제까지 인디게임을 규정하기 위해 선봉에 세웠던 단어들을 비판해 볼 시간이다. 그리고 '인디'가 가진 진짜 독립이라는 의미를 다시 한번 고민해볼 시간이다.




#2 인디게임 자본 독립 비판


인디게임을 이야기할 때 누구나 다 이야기 하지만 아무도 정립하지 못하는 이상한 테제가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자본으로부터 독립'이라는 말로 시작하는 테제들이다.


대부분의 '자본으로부터 독립'으로 시작하는 테제의 뒤에 나열되는 단어는 투자, 투자사, 상업성, 소규모 자본, 유통, 스폰서, 퍼블리셔 등등 다양하다. 하지만 이 모든 명제들은 형이하학적으로 정립하기 너무 애매하다고 생각된다.


과연 소규모 자본은 얼마를 의미하는 걸까? 천만 원? 1억? 심지어 많은 인디 개발사들이 이미 엄청난 투자를 받고 있고, 심지어 중국 최고의 게임 자본 텐센트도 유럽의 여러 인디 게임사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디볼버 디지털에서 출시된 수많은 인디게임들은 인디게임이 아니란 말인가? 그리고 국내에서는 스마일게이트, 네오위즈 등 대형 퍼블리셔들이 활발하게 인디게임에 투자하고 퍼블리싱하거나 인큐베이팅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자본으로부터 독립을 하지 못한 것일까?


결국 '자본으로부터 독립'으로 시작되는 기존의 테제들은 '인디게임 개발사에서 급여를 받고 일하는 개발자가 만드는 게임은 인디게임이 아니다'와 같은 안티테제를 만나게 된다. 그럼 나름 깊은 사유를 통해 정립하려는 진테제를 형이상학적이고 상대적인 이념으로 이야기해보려 한다. 우선 자본에 대해서 좀 더 들여다보자.


자본은 언제나 이윤을 목적으로 한다. 이것이 자본이 가진 관성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자본은 항상 수요를 기진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 자본은 항상 주류 시장을 쫓아가는 숙명을 갖게 된다. 그리고 이런 숙명을 지닌 자본이 추종하는 시장은 '합리적 소비'를 지향하지 않는다는 것은 <유한계급론>의 '사회적 소비'를 언급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럼 이러한 자본과 시장의 관계를 바탕으로 진테제를 정립해보려 한다.


나는 인디게임의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을 주류가 점령한 '시장이 가진 힘의 논리'에 저항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본이 계속 트렌드를 따라 순행 궤도를 돌고 있다면 인디는 역행 궤도를 도는 것이라고 본다. 즉 자본이 추종하는 주류 '시장의 힘'이 만든 '상업적 가치만을 위한 룰(Rules)'이라는 순행 궤도에서 벗어나 '궁극의 재미를 찾기 위한 역행 궤도에 돌입하는 몸부림이라고 볼 수 있다.


누군가는 이런 주류 시장에 대한 저항이 실익도 없고 결국 힘없는 약자들의 메아리일 뿐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사회가 철학이 필요한 것처럼, 게임 산업은 인디게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마시기 전 마지막 변론의 일부를 인용하며 글을 마치려 한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을 자신을 신이 '아테네에 보낸 등에'와 같다고 말했다. 말은 크고 살이 찌면 움직임이 둔해진다. 등에는 그런 말이 눈을 뜨게 하고 활기 있게 움직이게 한다. 우리 마음의 감은 눈을 뜨게 뜨게 하는 사명을 가진 게 철학자의 삶이다. 항상 자신의 삶을 검증하며 사는 게 철학자의 삶이 아닐까 생각한다.


인디게임 개발자들도 게임을 개발하다 보면 소크라테스처럼 독배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한참을 독배를 들고 만감이 교차하며 합리적인 해결책을 생각하기 위해 고뇌를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마시거나 던지거나 하는 것은 오직 자신의 결정이다. 그렇게 독배를 맞이한 자만이 독립을 이야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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