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가의 노트: 사람들을 몰입시킨 서비스, 내가 몰입했던 기억의 조합
창업가의 노트: 몰입과 집중에 대하여.
요즘 철학적인 생각을 좀 한다.
물론 서비스 하나 하나 보고 챙기느라 하루하루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가지만,
잠시 멈춤을 허하는 시간에, 마음과 머리가 하나되어 동작하기 시작한다.
요즘 화두 중 하나는 몰입과 집중이다.
몰입과 집중을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기 때문이다.
이는, 요즘 스스로를 돌아보며 드는 반성이기도 하다.
굉장히 바쁜데, 순간순간 치고 들어오는 생각들 때문에, 스스로 몰입을 못한 적도 있었고, 팀을 몰입시키지 못한 적도 분명히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마음 깊은 속에서 ‘몰입해야 한다, 집중해야 한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행히 링글은 그 자체로 몰입과 집중이 되어서 (시작 자체가 몰입해 있는 문제의 해결에 있었기에), 마음을 굳게 정하고 하나만 보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간 다른 이야기지만,
강렬히 기억에 남는 과거의 순간들이 있다.
2004년 겨울, 군대가기 4개월 전, Bain 에서 RA 할 때가 그런 순간 중 하나였다.
너무 Big 3 에서 일해보고 싶었는데, 당시 유일하게 RA 의 길이 열려있던 Bain 의 일원으로 미친듯이 일해보고 싶었다.
저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 나갈까? 저들의 하루는 어떨까?
그리고, 내가 저 안에 있다면 얼마나 좋으까?
두 번인가 떨어지고 나서도 포기가 되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진짜 진심으로 하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진심이, 그 회사 RA 에 몰입하고 집중하게 했다.
떨어졌다는 것은 나의 몰입과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는 아니었다. (그 이후에도 항상 그랬다. 스탠포드도 첫 지원에 Ding 맞고 또 도전한 것 보면)
세 번째 도전에서 선발될 수 있었는데,
이미 시작부터 백퍼 몰입과 집중을 하고 있었기 때문인지, 당시 생각은 딱 하나밖에 없었다.
‘잘해서 인정받자’ ‘내가 구한 숫자가 나온 장표가, 이 그롤벌 조직의 해가 되지 않게 하자’
당시, 진짜 열심히 했다. 군대 가기 3일 전까지 자발적으로 일을 했었는데, 사실 그 전날까지 하고 싶었을 정도로 몰입해 있었다. 남자 인생의 큰 고비라던 군대 입대 따위는 머리와 마음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냥 여기서 잘하고 싶었다.
군대에 입대해서 느꼈다. 나의 몸은 군대에 있지만, 마음은 아직 저 회사 저 팀에 있구나.
관성의 힘이라는 것을 느꼈다. 너무 몰입하고 집중해서 4달을 살았기에, 나는 팀을 나오고 군대에 있지만, 내 머리와 마음은 멈출 수가 없었다.
쪽팔린 일일 수도 있지만, 군대의 일기장(? 그 일기장의 군대식 이름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ㅠㅠ)에 당시 하루에 한 개씩 스스로 case study 헀던 것 보면, 그냥 거기에 미쳐있었던 것이다.
다시 돌아와서, 그 때 만큼 강렬하게 인생에서 무엇인가를 강하게 열망하고, 또 집중과 몰입을 했던 시절이 있나 싶다. 그 시절이 그래도 너무 좋았기에, 계속 문득 생각이 나나보다.
그 추억에 잠시 빠져 나올 때마다 들었던 생각은,
‘지금의 나는 무엇인가를 미친듯이 열망하고 있는가? 나는 초집중, 초몰입을 하고 있는가?’
인생을 걸고 한다는 스타트업을 하고 있는데,
군대가기 전 대학교 4학년 학생이 인턴에 몰입했던 그 이상으로 집중과 몰입을 해야 하는데,
지금의 나는 그 때 만큼 딱 하나의 무엇인가에 강렬한 집중을 하며 사는가?
또 다른 이야기지만,
예전에 데브시스터즈에서 실리콘밸리 벤치마킹을 할 때에,
당시 딱 하나의 목표가 있었다.
당시에는, 스타트업에서 투자받으러 가면, 팀에 컨설턴트가 있으면 가치를 오히려 깎는다는 웃픈 농담이 돌던 시기였다.
‘컨설턴트가 스타트업에서 뭘 하겠어?’ 에 대한 생각이 가득하던 시기?
물론 BCG 를 그만두고 MBA 를 앞두고 한 pre-MBA 인턴쉽이었지만,
나는 내가 사랑했던 일이 가치 폄하되는게 그냥 싫었다.
‘아니 왜? 컨설턴트 출신이 어때서, 내 후배들 보면, 그리고 선배들 보면, 어느 조직에 들어가든지 가치를 줄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인데... 살짝 짜증나고, 또 짜증나네.’
그래서, 물론 데브시스터즈의 성과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일이었을수도 있지만,
그래도 당시 하던 일이 장표로 승부보는 일이었기에,
그 오기가 사람을 초집중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난 이 보고서 나오면,
“거봐 컨설턴트가 그린 스타트업 관련 장표는 도움 안되잖아”
“그냥 있어보이긴 한데, 별 도움은 안돼네?”
이런 이야기 절대 듣기 싫다.
그 당시, 박진영씨가 케이팝스타에서 심사평하는 말들이 도움이 되었었는데, 박진영씨가 하는 심사평이 내 귀에는
“노래는 기승전결이 완벽한 4분짜리 스토리이요, 완성품이다. 한 음이라도 틀리면, 한 소절이라도 감정이 잘못 나가면, 0.1초라도 호흡이 틀리면, 듣는 사람의 몰입이 깨지는데, 그 한 순간의 몰입의 깨짐이 발생하는 순간 끝이다”
라고 들렸다.
그리고, 당시 보던 드라마나 소설도 영향을 주었다.
“대본과 연기와 편집의 조합이, 사람을 몰입하게 만드는 작품의 3요소이다. 요즘은 유명한 배우가 나오는 드라마 보다는, 대본과 연기와 편집의 합이 100% 맞는 드라마가 큰 인기를 얻는다. 그 이유는 대본과 연기와 편집이 조화되면, 시청자를 100% 몰입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한 장면이라도 삑사리가 나면, 시청자는 몰입을 한 순간에 멈추는데, 이는 작품을 만드는 사람에겐 비극이다. 한 장면의 삑사라는, 그리고, 대본과 연기와 편집이 조화되지 않는 한 장면, 한 순간, 10초 미만의 찰나에 발생한다”
나는 보고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한 장이라도, 한 단어라도 엇나가면, 끝이다.
그래서 그 당시 몰입했던 것 같다. 한 장, 한 단어라도 어긋남이 없는, 많은 사람들을 몰입/집중 시킬 수 있는, 컨설턴트가 만들 수 있는 수 많은 결과물 중 하나인 보고서를 만들어 봐야겠다.
그 때의 기억이 또 나름 즐겁게 기억 남는 것은, 그 때도 무엇인가에 홀려서, 인생 걸고 초집중 했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그 때를 돌이켜 볼 때 마다, 지금의 나에게 하나의 질문은 한다.
‘링글은 전체 프로세스에서 고객을 100% 몰입시키고 있는가? 어느 하나의 워딩, 어느 하나의 페이지라도 삑사리가 없는가?’
솔직히 그렇게 대답 못하겠다.
보고서 쓸 때의 그 오기가, 인생을 걸고 한다는 스타트업을 할 때에는 덜 발동 되었었다.
‘소수팀으로 스타트업해서, 사실 챙길게 너무 많아서, 모든게 완벽할 수는 없어!’ 라는 핑계가 내 마음속에 문득문득 들었지만,
그게 핑계라는 것을 스스로 알기에, 그 핑계가 이제는 스스로를 납득시키지도 못하고, 그런 생각이 들 때 마다
처음에는 짜증이 났고, 얼마 전까지는 걱정이 되고,
지금은 오기로 바뀐다.
팀을 창조적으로 새로운 모듈을 만드는 파트와, 기존 서비스를 완성품으로 만드는 모듈로 나눈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한 파트는 창조에만 초몰입, 초집중하고, 또 한 파트는 완성품을 만드는 데에만 초몰입, 초집중하고.
이젠 정말 완성품을 만들어 보고 싶다.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너무 완벽한 그런 완성품.
그 과정이 마음과 기억에 또렷이 남는 그런 완성품.
서비스를 이용했을 뿐인데, 왠지 모르게 계속 기억에 남는 그런 완성품.
그런 완성품을 만들지 못하면, 솔직히 고객과 팀에게 미안해서 고개를 들지 못하겠고,
지난 시간을 나름 열심히 살아왔던 과거의 나에게도 체면이 서지 않아서 안되겠다.
요즘도 여전히 하루하루는 전쟁이다.
그래도 몰입한다.
누군가를 몰입시킬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기 위한 과정에, 나는 몰입한다.
그리고, 깨닫는다.
몰입하면 좋다.
바쁜 일상을 살며, 잠시 멈추고 음악을 들을 때,
10초 남짓 스쳐가는 마음의 감성이, 저 위의 의식의 흐름속의 감정의 잔재인 것 같다.
스치듯 지나가는 마음을 느끼며,
다시금 깨달으며,
일을 손에 잡는다.
몰입하면... 좋다.
그런 나로 인해,
다른 누군가도 몰입할 수 있다면...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