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에 대한 질문 보다 '너 제대로 하고 있니' 라는 질문이 뼈아프다
과거 컨설턴트로서 기업 전략을 논할 때에는,
시장 규모 만큼이나 '경쟁' 에 대한 많은 분석을 진행했다.
이유는, 비즈니스는 경쟁에서의 승리(winning strategy)를 통해, 더 많은 매출, 수익, 트래픽, 유저를 확보하기 위한 전쟁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많은 회사들이 선도사 벤치마킹을 진행하는 이유도, pain point 에 대한 gap 을 줄여나감과 동시에, 엣지를 살려 경쟁에서 승리할 확률을 높이기 위함일 것이다.
다만, 컨설팅을 그만두고, 스타트업에 약 5년 간 종사하며 매번 드는 의문 중 하나는,
'우리가 퍼포먼스가 생각보다 나지 않았던 이유가, 과연 경쟁사(?) 때문이었을까?'
퍼포먼스가 안나올 때를 분석해보면,
'우리는 꽤 잘했는데 경쟁사가 월등히 훌륭했어!!'
보다는,
우리가 생각해도 우리가 너무 못해서.
우리가 집중과 몰입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우리 내 비효율이 너무 커서,
우리의 실수가 잦아서,의사결정 상의 실수가 있어서,
등등 내부적 요인이 컸다.
그래서, 가끔 외부 분과 미팅을 할 때,
"그런데, 경쟁사 동향은 어때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저... 진짜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저희가 목표한 바대로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또 기대 이상의 amazing 한 performance/impact 내는 데에만 집중하는 것도 벅차서요"
라 답할 수밖에 없다. (정말 생각해 본 적이 없기에)
그리고,
'경쟁사'에 대한 질문을 하는 분들의 경우,
대개 '경쟁사'를 위협요소로 간주하는 뉘앙스를 풍기며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퍼포먼스가 뛰어난 경쟁사의 존재는,
선의의 경쟁을 해 나간다는 전제 하에서는,
시장의 파이를 더 더 더 크게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우군과도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큰 회사가 들어온다고 하면 더 반겨야 할 일일지도 모른다.
1) 그들이 들어옴으로써 시장이 더 커짐은 자명한 사실일 것이고,
2) 하나의 서비스에 목숨걸고 임하는 스타트업 팀이, 큰 서비스의 하부 조직에서 운영해 나가는 유사 서비스 feature 대비 경쟁력이 떨어진다면, 사실 스타트업을 그만 두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우리 회사가 엄청 대단하지는 않은데 (또는 독야청청 할 정도의 엄청난 고성장 traffic 을 찍고 있지는 못한데),
눈에 띄는 경쟁사가 없거나, 큰 회사가 들어올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면,
사실 우리가 pay 하는 시장의 매력도가 엄청 높지 않다는 반증일지도?
아무쪼록,
누구나 인정하는 압도적 퍼포먼스의 경쟁사가 명백히 존재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나는 경쟁에 대한 질문 보다는,
"지금 팀이 정말 최선의 결과를 내부적으로 만들어 내고 있는가? 이게 정말 최선인가?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질문이 더 핵심을 파고드는 질문처럼 들리고,
팀의 발전을 위해 더 도움이 되는 챌린지 인 듯 하다.
암튼, 내부 팀원들의 full potential 을 끄집어 내어,
우리가 최선을 다했을 때 할 수 있는 것,
그 이상으로 훨씬 이상으로 잘하고 싶다.
그 이상의 이상의 이상을 해야만 달성할 수 있는 지점을 '당연히 성취해야 할 미래'로 상정해 놓고,
그게 가능하기 위해서 우리는 하루 하루를 어떻게 play 해야 하는지 backward 로 설계해 나간다.
가장 큰 위협요소는, 보통 팀 내에 있고,
어찌보면 더 똑똑하지 못한, 더 부지런하지 못한, 더 집중하지 못한, 더 냉정하지 못한, 더 공감하지 못하는 나 자신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