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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한 번! 그 한번들로 인해 우리는 변하는거야

박새로이의 대사를 통해 되새기는, 진짜 회사문화의 의미

by 이승훈 Hoon Lee


이태원클라쓰,

물론 말도 안되는 장면들도 여럿 있었지만 (그런데 드라마가 너무 말이 되면 재미없다)

가장 기억에 남는 명장면이 하나 있다.


제 4화 초반부에 나왔던

박새로이가, 조이서-장근수 때문에 영업정지 당하고,

경찰서에서 장근원과 마주치고,

장근원이 경찰 위에 존재하는 광경을 목격한 후,

천불이 끓어오르는 마음을 뒤로하고 경찰서에서 나올 때,


이를 본 조이서가


"아~ 자존심 그런건가?

가게 문 닫고 망하더라도 그깟 자존심이 중요하다?


장사하는 사람이 숙일 줄도 알아야지,

이래서 무슨 장사 하겠다고 그래?


몰라요, 몰라. 모르는데,

그래도 지금만 한 번 참고 넘어가면, 다 해결 될수도.."


라 했을 때의 박새로이의 표정, 그리고 대사가
마음을 때렸다.


"지금 한 번!

지금만 한 번!

마지막으로 한 번!

또 또 한번!


순간이야 편하겠지.

그런데 말이야,

그 한 번들로 사람은 변하는 거야"


===


스타트업을 하다 보면, 아니 인생을 살다 보면,

순간 순간은 의사결정의 연속이오, 소통의 과정이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내가 오늘 하루 어떤 의사결정을 어떻게 왜 내렸는지,

이를 어떤 단어로 어떻게 소통하였는지는,

모든 사람의 머리와 마음에, 의식 또는 무의식의 저장소에 또렷이 남는다.


이 기억들 하나 하나가 모여,

회사의 문화가 되고,

순간 순간 결정의 기준이 되어간다.


순간 순간,

때론 감동의 순간일 수도 있고,

때론 실망의 순간일 수 있으며,

서운함의 순간일수도, 뿌듯함의 순간일수도 있는

바로 그 순간들은

조작을 할 수도, 미화할 수도 없는

모든 사람의 기억과 느낌이라는 저장소에

아주 transparent 하고 또렷이 남는다.


이에, 정말 찰나의 순간이라도,

작은 결정이라도,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소통이라도,


절대 Compromise 하지 말아야지,

절대 타협하지 말아야지.

쉬운길로 들어서지 말아야지,


다짐에 다짐을 한다.


그런데, 참... 한스러운 것은,

이게 다짐한다고, 결심한다고,

내 사고, 내 행동, 내 말이 그렇게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나는 어쩔 수 없는 사람이고,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수 많은 찰나에

진짜 나란 사람이 툭툭 튀어나올 수밖에 없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가장 최근 졸업한 학교에서 미래를 계획하는 것 이상으로,

과거를 돌이켜보고, 과거를 있는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고,

상기하면 할수록 부끄러운 네가 너 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인 상태에서,

그래서 내 인생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what matters most to you and why)

그것이 왜 그토록 중요한가?

이를 위해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

나는 그러지 못한 사람인데, 되어야 하는 나로 성장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끊임없이 생각하고 성찰할 것을 강조한 이유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Feedback is a Gift 라는 표어 하에,

나라는 사람을 그대로 들어낸 상태에서 (나와 2~3년 함께 회사생활한 사람은, 나라는 사람을 정말 잘 알꺼다)

주기적으로 constructive feedback 을 받으며,

하루하루 성장해야 을 강조한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아무쪼록,

기업 문화, 그리고 행동 강령.

Top-down 방식으로, 회사의 철학과 비전을 뒷받침할 수 있는 진심이 담긴 멋진 단어들의 조합으로

정의내릴 수 있지만,


하루하루 회사에서 치열한 삶을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사실 다 안다.


이 회사의 진짜 문화가 무엇인지, 그리고 결정의 기준이 무엇인지를


그래서, 진짜 모두가 원하는 회사를 만들고,

선의와 정의를 바탕으로 한 결정을 내리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박새로이의 대사를 마음에 새기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그 대사를 살짝 바꿔 다시 한 번 읊조리며

글을 마무리 짓는다.


"지금 한 번!

지금만 한 번! 마지막으로 한 번!

또 또 한번!

순간은 편하겠지.

근데 말이야.

그 한 번들로 인해

나는, 우리는, 그리고 회사는

변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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