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미화에서 자기 반성으로.
과거를 미화하려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과장된 성공담의 공유)
과거를 솔직하게 공유하는 사람들도 있다. (실패담 중심의 소통)
나 역시 과거를 미화하려 노력했던 34년을 살았던 듯 하다.
주목받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차별적인 존재로 인지되었으면 했었다.
하지만, 두 가지 깨달음이 찾아온 후, 과거를 공유하는 패턴이 바뀐 듯 하다.
우선, 나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것 (나는 비범한 사람은 아니고, 노력을 하고 운이 따라야 겨우 인정받을 수 있는 사람이다) 이 변화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내 마음속에 들어오는 나에게 영감을 주는 이야기는, 누군가의 성공담이 아닌, 누군가의 실패담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 그 과정에서, 존경할 만한 분들은 모두 여전히 실패하며 살아가는 과정에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며 살아간다는 사실에 대해 인지한 것이 중요한 변화의 지점이었다.
생각해보면, 위의 변화가 찾아온 시기는 MBA 전후 즈음이었다.
(직장 생활 7~8년 즈음, 30대 중후반, 장소/환경이 바뀌었던 시점)
그 이후 내 과거를 이야기 할 때에 '은근한 자기미화 (나한테 일이 너무 많이 몰려서.. 자꾸 팀장님이 나에게 물어봐서 힘들다!)'에서 '대놓고 사실/실수 공유 (나는 일을 잘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실수도 많았다.)'로 바뀌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과거에 대한 이야기 하는 자리가 '부담/긴장'이 아닌 '즐거움/교감'으로 변화되었다.
그래서 요즘은 과거의 실수를 사실 그대로 이야기 하는 것이 즐겁고,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의 고민과 시행착오를 듣는 과정이 찾아와서 감사하다. 그 여정 속에서 많이 배우고, 또 의미있는 인연을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약간 다른 이야기이지만, 예전에는 현재 그리고 지금의 내가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요즘은 현재가, 지금이 그냥 좋다. 여전히 잘 해야 하는 부분이 많고, 더 많이 노력해야 하고, 객관적으로 '성취했다! 성공했다!' 말하기에는 아주 많이 부족하지만 (어찌 보면 20~30대 시절 대비 커리어적 성취는 더 적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 것,
좋은 인연을 만나 가정을 꾸리고, 의미 있는 하루 하루를 함께하고 있다는 것,
내가 좋아하는 장소들을 오고 가며 일하고 있다는 것,
비전/문화 등을 외부의 압박에서 살짝 벗어나, 소중한 팀원 분들과 함께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 것에서,
요즘은 하루가 마냥 즐겁고 좋다.
어제도 잘한 결정 보다는 틀린 결정을 더 많이 내렸던 것 같지만, 이를 잡아주는 or 함께 삽질하며 답을 찾아 가는 팀이 있음에 즐겁다.
그래서 '내가 대단한 사람으로 포지셔닝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아무쪼록, 과거를 마주하고 공유하는 태도가 달라지면서, 굉장히 많은 것이 변했다.
그 변화가 감사하게 느껴지는 하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