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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훈 Hoon Lee Dec 27. 2022

모든 일은 다 소중하다

모든 일은 다 그 의미가 있고 소중하다 생각한다. '그냥 평범한 업무' 처럼 보일 수 있는 일들이, 실행하는 사람의 마음가짐 및 회사/창업자의 마인드셋에 따라, 회사의 가치를 높여주는 일이 될 수 있음을 과거의 경험을 통해 느껴왔다.



2015년 창업 이래 2018년까지 직접 CS 업무를 담당했었다. 특히 첫결제하신 유저 분들을 찾아뵙고 약 1시간 1:1 미팅을 진행했었고, 그렇게 연결된 카톡을 바탕으로 해당 유저 분들의 불편/문의에 대한 대응을 직접 했었다. 수업 입장을 부득이한 사정으로 못하신 분들의 경우, 타 유저 분이 입장하지 못하는 수업 발생 시 빠르게 카톡으로 연락해 무료로 수업을 make-up 하실 수 있도록 돕기도 했다. 그렇게 많을 때에는 매일 200~300명 정도와 소통했었었다. 그 과정에서, 언제, 어떤 상황에서, 어떤 유저 분께서, 왜, 어떤 문의를, 어떻게 주시는지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게 되었고, CS 라는 업의 본질이 '유저 1차 대응 (선방하자)'에 있는 것이 아닌, '유저의 사용성에 대한 6하 원칙 기반 깊이 있는 이해/공감을 통해, 고객의 사용성 개선을 제품/회사/서비스 차원에서 만들어 나감'에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요즘도 1달에 100명과 소통하자는 마음으로, 링글을 오래 이용하신 유저 분들 대상 세미나를 열고 피드백을 받다 보면 & 신규 유저분들 대상 회사 소개 웨비나를 개최하면서 피드백을 받다 보면, '아... 링글 제품이 유저 분들의 문제 해결을 full support 하기 위해서는 아직 멀었구나' 깨닫게 된다. 그 과정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팀과 공유하며 서비스/제품 개선을 위한 주춧돌과 같은 input 으로 적용하려 노력 중이다.



창업 후 2021년까지는 설날/추석에 마켓컬리를 통해 팀원 분들께 직접 선물을 보냈었다. 당시 컬리에서 팀원 분들께 선물을 보내려면, 한 명 한 명 이름, 주소, 번호 및 선택한 선물을 입력해야 했다. 그렇게 매년 설날/추석이 되면, 예산을 정하고, 예산 맞춤 추석 선물 옵션을 3~5개를 고르는 과정에서 '더 잘하고 싶다..!!'는 반성을 많이 했다. 과거 BCG 시절에 받던 명절 선물 (백화점 상품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에 비교하면 선물 금액의 차이가 자명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한 땀 한 땀 직접 보내는 진심으로 포장하기엔 솔직히 면이 서지 않았다. 그리고, 팀이 10명 시절일 때에는 컬리를 통해 금방 보냈는데, 약 60명 되었을 때에는 선물 발송에 시간이 꽤 걸렸던 기억이 있다. 실수하면 명절 전에 선물이 도착하지 않기 때문에 주소 체크, 선물 체크, 번호 체크 등 휴먼에러가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 신경 쓰다 보니, 업무 종료 후 선물 보내기를 시작해서 업무를 다 완료했을 때에는 자정이 훌쩍 지나있던 기억이 급 난다. 그 과정에서 '예전보다 시간이 훨씬 더 걸리네? 팀이 많이 커졌구나. 팀 규모가 성장한 만큼, 회사 시스템이 성숙해졌나? 그리고, 그 만큼 성과가 나오고 있나?' 등 반성을 많이 하게 되었다. 더불어, 컬리로 배송이 안되는 지역은 쿠팡을 통해 보내기도 하고, 부모님께 선물을 보내드리는 팀원 분들의 경우, 부모님 성함 및 사시는 곳도 알게 되고, 그 과정에서 팀원 분들의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을 많이 느끼게 되었다. 얼마 전, 오피스 오픈 데이를 개최하고, 희망자들에 한해 자유롭게 팀 가족 분들께서 오피스에 오셔서 자녀/배우자 분들의 업무 공간 등을 살펴 보실 수 있게 한 이유가 (그 과정에서 직접 맞이하고, 인사 드리고, 대화했었던 이유가), 사실 선물을 보내는 과정에서 '언젠가 가족 분들께 꼭 감사함을 직접 표현하고 싶다' 는 마음이 생겼기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지금은 직접 CX 업무를 하고 있지는 않고, 명절에 선물을 보내고 있지도 않다. (정확히 이야기 하면, 해당 실무를 더 잘하시는 분들께 빼앗겼고, 밀려났다 ㅠ) 다만, 해당 업무가 매우 중요한 일임을 인지한 상황에서, 담당자 분들께서 해당 업무를 더 재밌게 더 의미있게 더 생산적으로 하실 수 있도록 support 하려 노력하고 있다 (도리어 나 때문에 힘들어 하실 때도 많긴 하다) 그리고, 해당 업무를 직접 하는 과정에서 느꼈던 시사점들을 잊지 않고 회사 문화에에 녹여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창업자 후배 분들을 만나면, 초반에는 최대한 많은 실무를 직접 해 보시라 조언하고 있다. 창업자가 얼마나 실무를 공감할 수 있느냐에 따라, 해당 직무에 핵심인재를 모실 수 있는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동시에, 실무자 분들께서 이슈를 마주하셨을 때에, '원론적인 레벨, 논리적인 방법'이 아닌, 'detail 한 실무 상황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토의' 가 가능해지기 때문이고, 무엇보다 실무자 분들의 힘듦을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나 때문에 더 힘들어 하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모든 일은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는지에 따라, 평범한 일이 될 수도, 중요한 일이 될 수도 있다. 모든 일을 중요하게 바라보고, 그 일을 통해 회사/서비스의 발전을 만들어 내는 것이 창업자라는 사람 역할의 본질이라 믿는다.



그런 관점에서, 나는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부족한 점은 없는지? 나의 부족함으로 인해 회사 내 중요한 일을 평범해지는 참극은 없는지?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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