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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훈 Hoon Lee Jan 19. 2023

MBA 에서의 위기 & 극복 과정에서 깨달은 대화의 힘

MBA 수업이 시작되었을 때는 좌절의 연속이었다. 400명 남짓한 동기들을 6개 섹션으로 나눠 진행된 첫 번째 학기(쿼터)는 모든 수업을 같은 섹션에 배정된 65명 친구들과 함께 듣게 하는 구조로 진행되었다. (65명이 반달 형 좌석 구조로 설계된 지정 교실 내 지정석에 이름표를 앞에 높고 앉아 있고, 수업마다 교수님이 찾아오시고 가운데에 서서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 


2시간 단위로 진행되는 65명이 참여하는 수업은 가장 압박감이 높은 수업의 형태였다. 사실 100명이 넘어가는 수업에는 숨을 곳이 있었고 (참여 보다는 경청 중심의 수업), 10~15명 규모의 수업은 발언권이 많이 주어지고 보는 눈이 많지 않아 ‘참여’에 대한 스트레스가 오히려 적었는데, ‘65명, 2시간’ 세팅은 모두가 약 1분 발언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압박감과 난이도가 매우 높은 수업 형태였던 것이다.


영어가 부족한 상황 & 65명 친구들의 ‘집중도’가 매우 높은 상황에서, 매 수업마다 약 1분 발언을 이어 나가야 한다는 것은 극심한 부담이었다. 

‘어떤 타이밍에 이야기 해야지? (어떻게 치고 들어가지?)’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해야지? ‘그런데, 나에게 질문이 들어오면 어떻게 하지?’ ‘민폐가 되긴 싫은데 (도움이 되고 싶은데)’ 생각으로 가득찬 2시간을 보내는 것은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심적, 정신적, 체력 소모가 상당한 과정이었다.


그런데, 부담이 다소 경감될 수 있었던 계기가 2가지 있었다. 하나는 관점과 마음가짐의 변화. 나머지 하나는 1:1 coffee chat의 힘.

 

첫 번째 쿼터 시작 후 약 2주 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때, 6명으로 진행되었던 수업 내 같은 조로 편성되었던 친구 중 한 명과 1:1 coffee chat을 할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MBA 에 와서 제대로 된 첫 번째 coffee chat 이었다. 서로 왜 MBA 에 왔는지? 입학 첫 2주에서 느낀 챌린지가 무엇인지? 공유하는 과정에서 나에게 그 친구가 한 마디 해줬다. 


‘우리 섹션 65명 다 힘들어 하는 것 같아. 나는 회사 경험을 적게 하고 와서 그런지 수업 따라가기 너무 힘들다. 너만 힘든 것 아니야. 서로 다른 힘듦이 있을 뿐이야. 너가 쌓아온 경력을 부러워하고, 그 회사에 가고 싶어하는 친구도 있어’


‘내가 너에게 바라는 것은 완벽한 영어로 소통하는 것은 아니야. 그러면 더 좋겠지만, 영어 원어민 중 내 친구가 될 수 없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아. 내가 너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솔직한 너의 생각과 경험을 나눠주는 것이야. 다들 네 영어 실력(?) 보다는 네 경험에 집중할 꺼야. 우리 수업은 잘하고 못하고를 서로 평가하고 평가받는 곳이 아닌, 각자의 경험이 공유되는 과정에서 서로 이어지는 과정이라 생각해. 그게 진정한 networking 아닐까? 아. Networking 보다는 connection이라 표현하고 싶다’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사실 매우 당연한 사실인데, 영어에 대한 스트레스에 압도당해 잠시 잊고 있었던 것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친구들이 나에게 기대하는 것은 내가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는 것 보다는, 내 솔직한 생각과 경험을 편하게 나누는 것이다. 한국어로 진행되는 수업에서, 내가 해외에서 온 친구들과 수업을 듣고 있는 상황에 놓여 있다면, 나 역시 그들에게 완벽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것이 아닌, 그들의 현지 경험을 공유하는 것을 원했을 것 같다’


40분 남짓 했던 1:1 coffee chat 이 내 MBA의 전환점이 되었다.


그 coffee chat 이후, 나에게 뭔가 의미 있는 강제함을 하나 주고 싶었다. 그래서, 내 자리 기준에서, 오른쪽 순서로 한 명 씩 한 명 씩, 1:1 Coffee chat을 이어 나갔다. Coffee chat을 하면 할수록, 물론 긴장감을 떨쳐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수업에서의 과도한 부담은 조금은 경감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내 영어는 여전히 실수가 많았지만, 조금 씩 편하게 나올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미국에 가면 영어가 늘겠지’라는 말에 큰 어패가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막상 유학을 와도, 그리고 미국 현지에서 일을 해도, 현지 동료와 1:1 로 이야기할 기회는 노력하지 않으면 주어지지 않는다. 학업/업무에 필요한 영어를 익히는 것은 상대적으로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 다만, 이들과 대화하고 교감하며 영향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변화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소통’이 필요한데, 이러한 소통은 우리가 매일 하는 ‘업무 ’처럼, 자주 해봐야 느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소통은 미국에 있어도 안 하면서 살아갈 수도 있다. (피하려면 얼마 든 피할 수 있다) 당시, 하루에 한 번 진행했던 coffee chat 을 통해, 대화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 씩 벗어냈던 것 같다.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에서 하나의 다짐을 했다. 나는 MBA 이후, ‘스타트업 하느라 바쁘다’는 이유로 영어로 소통하고 관계 맺음 하기 위한 노력을 매우 더디게 하고 있지 않았나’는 반성이 깊이 하게 되었다. 사실 많은 링글 유저 분들께서 영어 소통 노력을 종종 멈추게 하는 원흉으로 ‘바쁨의 덫’을 말씀해 주셨었는데, 나 역시 그 덫에 꽤 오래 빠져 있었던 것이다. MBA에서 첫 쿼터 때 1:1 coffee chat을 매일 이어 나갔던 것처럼, 매일 (최소 이틀에 한 번) 1시간 남짓 시간은 원어민 친구들과 1:1 chat 하며 소통하고 교감하며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과정을 이어나가야겠다는 다짐 아닌 다짐을 했다. 


꾸준한 노력을 스트레스로 다가오던 상황을 조금씩 편하게 만들어 주는 힘이 있다. 2023년은 간절했던 2014년 MBA 1학년 1쿼터의 마음으로 다시 금 돌아가, 소통과 관계 맺음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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