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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훈 Hoon Lee Jun 06. 2023

실리콘밸리에 산다는 것

오늘 미국 오피스를 찾아오신 유저 분과 대화하다, 실리콘밸리에 산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매우 주관적인 의견이지만, 공유드렸던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최근 실리콘밸리의 분위기에 대하여.


"2014~2016년의 실리콘밸리는 사람을 만나 대화하기 좋아하고, 마음에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무엇인가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공간이었습니다. '모이고, 대화하고, 만든다'를 재밌어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다가 금요일이 재택근무화 되었는데, 이는 혼자 업무하는 것을 선호해서가 아닌, 당시 차가 너무 막혀서 금요일은 집에서 일하자 분위기 였습니다. 당연히 그 때 그 당시 분위기는 remote work 보다는 만나서 대화하며 업무하는 것을 선호했습니다. 


그런데, 펜데믹 이후 remote work 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급증한 것을 보며, '지난 3~4년 동안 실리콘밸리에, 이 곳 특유의 문화를 쫒아 온 분들 보다는, 좋은 직장을 찾아 온 분들이 굉장히 많아졌구나'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살짝 붕 뜬 상태인 듯 합니다. 다만 유동성이 넘쳐나던 2~3년 전 대비, 오히려 지금의 이 곳 문화가 그래도 조금은 더 나아졌다 생각이 드는 이유는, 떠날 사람은 떠났고, 이 곳의 분위기를 여전히 value 하는 사람들 중심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자본이 성장을 밀어올리는 것 보다는, 열정 남치는 사람들이 만든 도전적 서비스에 유저가 열광하고 반응하며 성장을 만들어 내는 분위기가 다시 찾아오면 좋겠네요"


2. 인구 밀도나 낮은 곳에서 더 많은 대화가 생긴다.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일수록 사람 간 personal 한 대화가 줄어들고, 인구밀도다 낮을 수록 그 소통의 빈도가 높아지는 듯 합니다.


이 곳은 인구밀도가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그리고 좋은 날씨와 훌륭한 자연이 있습니다. 그리고 좋은 대학교가 있고, 멋진 회사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기 너무 좋은 환경입니다. 그리고 그 대화 속에서, 창업의 길이 보일 때도 있고, 지금 내가 운영하는 스타트업이 더 나아갈 방향이 보이기도 합니다.


저는 서울에 있을 때보다 실리콘밸리에 있을 때, 오히려 한국 분들을 더 많이 만나 대화하게 되는데, 사람을 만나 대화하게 만드는 힘이 이 곳에 있는 듯 합니다"



3. 공간감이 주는 여유, 


"이 곳은 시야기 트여 있습니다. 높은 건물이 없고, 사방이 나무와 산, 그리고 하늘로 덮혀 있습니다. 자연이 만들어주는 공간감은 사람에게 여유를 만들어주고, 창의성을 더해주는 듯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곳 건물들은 대부분 낮은데 층고가 매우 높습니다. 높지만 층고는 낮은 빌딩 보다는, 낮지만 층고가 높은 공간을 선호합니다. 높은 건물의 상단 층에서 내려다보다는 것 보다는, 낮은 건물에서 밖으로 자주 나갈 수 있고, 건물 안에서든 밖에서든 탁 트인 환경을 볼 수 있는 것을 선호하는 듯 합니다.


과거 서울/뉴욕에서의 높은 빌딩을 생각해보면, 층이 권력을 상징할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높은 층에 위치한 팀이 더 잘나가는 팀일 확률이 높았고, C-level 분들은 보통 상층부에 있었습니다. 도시에서는 더 빠르게 승진하고, 더 높은 지위에 서는 것이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다만 이 곳은 물론 승진하고 올라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것 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듯 합니다. 물론 워낙 잘나가는 회사들이 밀도 높게 모여있어서 '굳이 내가 이 회사에서 승진하기 위해  영혼 바쳐 일할 필요 있나' 생각들 이끌어내기도 하지만, 올라감 보다는 채워나감을 중시하는 문화의 영향도 있지 않나 싶습니다"


4. 한국, 그리고 미국


"실리콘밸리에 살다 보면, 한국 대비 부족한 것이 굉장히 많이 보입니다. 한국의 훌륭한 베이커리, 다양한 음식점, 맛있는 과일들, 잘 만들어진 소형가전들... 어찌보면 1차 산업, 2차 산업, 3차 산업은 한국의 품질 및 가격이 미국을 넘어섰다 생각합닏나. 그래서, 요즘 이 곳에서 한국 관련된 것들이 잘 되는 듯 합니다.


다만, 4차 산업, 대학교, 그리고 기업 문화 만큼은 미국이 한국 대비 많이 앞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IT 서비스 중 미국 대비 경쟁력 있어 보이는 서비스는 솔직히 많이 보이지는 않습니다. 한국의 대학은 미국 대학 대비는 많이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한국의 기업 문화는 이 곳의 다양한/창의적 기업 문화 대비는 배울 점이 많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IT 업을 잘하기 위해서는 미국에 일정 기간 체류하며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기술 기반 업이나 B2B SaaS 류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IT 업에 종사하는 사람 입장에서 이 곳에 머물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그래서 그런지 이 곳이 아직은 좋다. 이 곳에서 링글을 세계적인 회사로 키워나갈 수 있으면 좋겠고, 그 과정을 신나게 즐기며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이 곳에 있으면, 왠지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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