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창업자가 되기 위해 어떤 커리어를 밟아야 할까요?"
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대학생 분들만 하는 질문은 아니다.
창업 경험이 없으신 직장인 분들께도 받고,
과거 창업을 해보신 분들께도 받는 질문이다.
이런 질문 받으면, 먼저 말씀드리고 시작하는 멘트는
"저희도 아직 성공하지 못해서 성공한 창업자의 요건은 잘 모르겠습니다" 이다..
그 이후 아래와 같은 답변을 주로 공유한다.
"저는 과거 컨설팅 회사에서 6년, 게임 스타트업에서 약 7개월, MBA 2년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데, 해당 경험이 모두 창업하는 데에 중요한 밑거름이 되긴 하지만, 창업자가 되는 것이 목적인 커리어는 아니었습니다.
창업을 해본, 그리고 계속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느끼는 것은,
창업자가 되기 위한 가장 좋은 커리어는,
마음의 결단이 섰을 때, 그리고 창업에 집중할 수 있을 때, 창업을 해보는 것 입니다.
그 이유는, 창업자가 되어야만 마주하는 챌린지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창업자는 유저가 10명이던 10만 명이던, 법을 준수하고 세금을 잘 내고, 계약내용을 준수할 책임이 있습니다. 즉, 창업자는 창업을 하는 순간 신경써야 하는 일의 범위가 굉장히 많아집니다. 물론 보통은 모르고 잘못을 저지르곤 하는데, 규모가 작을 때에는 만회할 기회가 주어지긴 합니다. 단, 만회하지 못한 채 그대로 놔두면, 또는 너무나 빠르게 회사가 급성장하여 법률/회계/세무/노무적인 실수를 방치한 채 회사가 커버리면, 그 책임은 창업자가 져야 합니다. 창업자는 그 의도와 관계 없이 결과에 책임을 지는 사람입니다.
창업자는 지표로 잘함을 증명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직장생활에서는 회사의 실적이 미진해도 개인은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다들 많은 노력을 다양하게 합니다. 그런데, 창업자는 회사의 지표가 좋지 않은 경우, 이를 다른 노력으로 만회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창업자는 제품에 대한 유저의 평가 및 유저의 이용률/결제율로 평가받는 사람이기 때문에, 진짜 output 뿐 아니라 impact 까지 잘 내야 합니다. 결국, 창업자는 결과로 책임지는 사람입니다.
창업자는 전략-제품-인사-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크고 작은 의사결정을 하루에 30개 이상 매일 내려야 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창업자가 내리는 의사결정은 회사 관점에서는 중요하고 안중요하고가 있을 수 있지만, 팀 사람 관점에서는 하나같이 모두 중요한 의사결정들입니다. 의사결정 하나가 회사의 미래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수는 있지만, 구성원들에게는 매우 큰 영향을 줍니다. 의사결정을 내릴 때 구사하는 단어, 뉘앙스까지도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혼선을 줍니다 (급 반성이 되네요.. ㅠ). 이에, 창업자는 모든 의사결정을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모든 의사결정에 최선의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모든 의사결정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 창업자이고, 창업자의 의사결정에 파레토의 법칙은 없습니다 (중요한 20%만 잘하면 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만 잘못 결정해도 비난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창업자는 결과로 책임지는 사람입니다.
창업자는 칭찬받을 수 없는 사람입니다. 작년 대비 실적이 잘 나왔다 해도 더 잘해야 하고, 더 잘해도 더더 잘해야 합니다. 즉, 창업자는 창업한 년도 대비 현재 얼마나 성장했는지로 평가받는 사람이 아니고, 어제 대비 오늘 얼마나 더 잘했느냐로 매일 평가받는 사람입니다. 일례로, 회사에 입사하는 분들은 입사일 기준으로 회사가 얼마 더 성장했는지 봅니다. 성장하는 회사에는 입사하시는 분들이 늘 있기 때문에, 가장 최근 입사한 분의 입사일 기준으로 회사는 항시 더 성장해 있어야 좋은 분들을 지속적으로 회사 내 모실 수 있습니다. 창업자가 평가받는 날의 기준은 회사가 존속하는 한, 영원히 어제 입니다. 결국 창업자는 매일 매일 어제 대비 오늘의 결과 더 결과를 잘 낼 수 있도록 팀을 이끌어야 하는 사람입니다.
창업자는 일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팀이 맞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그 방향으로 조직 내 구성원이 매일 매일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일 잘하는 창업자란 정의는 없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길을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회사가 downturn 을 맞이했을 때, 창업자가 급한 마음에 "나라도 열심히 하자" "내가 회사를 구해보겠다" 발벗고 나설 수 있지만, 그것은 착각에 지나지 않습니다. 창업자는 일을 하는 사람도 아니고, 일을 함으로써 앞으로 가게 만드는 사람도 아니며, 창업자가 열일한다고 해서 회사 지표가 나아지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억울할 수도 있고, 당황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창업자 입니다. 창업자는 개인의 결과물로 평가받는 사람이 아닌, 팀의 성과로 평가받는 사람입니다.
창업자는 위와 같은 하루 하루를 사는 사람인데, 어떤 커리어를 선택한다 한들, 과연 창업을 하기 위한 경험을 쌓을 수 있을까요?!
창업자가 되고 싶다면, 내가 창업에 집중할 수 있을 때에, 창업을 빠르게 하세요!"
결론적으로, 혹 창업을 고민하고 계시는 분이 있다면,
어떤 커리어를 밟으면 추후 창업에 도움이 될까?의 고민은 잠시 내려 놓ㅇ시고,
1. 지금 나는 창업에 집중할 준비가 되어 있고, 여건이 마련되어 있는가?!
2. 10년은 집중해 보고 싶은 문제, 또는 아이템이 있는가?
3. 함께 하고 싶은 믿을 수 있는 좋은 팀이 있는가?
를 생각해 보시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