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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훈 Hoon Lee Feb 11. 2017

"MBA 에서 스타트업 시작하면 어떨까요?"

에 대한 솔직한 답변

MBA 와 Start-up.


가끔 사람들이 찾아와 "MBA 가 Start-up 하는데 (Ringle 을 하는데) 도움이 되었는가?" 에 대해 문의하실 때가 있다.


사실 위의 질문에는 아래와 같은 생각이 내포되어 있는 것 같았다. 


1) MBA 졸업 만으로는 가치를 인정받는 시대는 끝난 겉 같은데, MBA + 알파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2) Start-up 은 시작해보고 싶은데 risk 가 너무 큰 것 같고, MBA 에서 사업을 시작하면 start-up 이 실패해도 학위는 나오기 때문에 risk 를 최소화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이력서에 MBA 뿐만 아니라 Start-up 경험을 쓰면 뭔가 더 경쟁력이 생기지 않을까? 

3) MBA network 을 활용하면 start-up 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래서, "MBA 가 Start-up 하는데 (Ringle 을 하는데) 도움이 되었는가?"에 대한 답변은 아래와 같이 드린다. 



제가 동문서답을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는데, "MBA 가 Start-up 하는데 (Ringle 을 하는데) 도움이 되었는가?"에 대한 답변으로, 3가지 이야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1. 우선 저는 MBA 가기 전 'Ringle' 계획하지 않았습니다. MBA 가기 전 'Start-up 창업해야겠다'는 계획을 세우지도 않았습니다.


MBA 에 가기 전 까지는, 'MBA 졸업 후 한국 start-up 에 조인하여, 그들의 세계화 과정을 돕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제가 start-up 을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MBA 에 입학 초반, MBA 동기 (성파)의 머리에서 Ringle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아이디어를 듣는 순간, 입학 초기 한국 토종인으로서 겪을 수밖에 없었던 힘든시간들이 떠오르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이 떠올라서, 아이디어를 test 하는 과정에서 링글 Ringle 이 탄생한 것입니다.


애초에 사업을 하기 위해 MBA 가는 것 (예: MBA 에 가서 사업 아이디어를 실행해야지)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이디어가 있으면 바로 사업을 시작하면 되었지, 굳이 MBA 에 갈 필요는 없기 때문입니다. 설령 미국에서 시작해야만 하는 사업이라 할지라도, 그냥 미국에 와서 사업을 하면 되지, 굳이 MBA 에 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2. 링글 Ringle 을 하는데 있어, MBA 에서 배우고 얻은 것은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데, 기대하셨던 networking / funding / resource 등은 아니었습니다. 사업인으로서의 영혼과 정신 (기업가 정신)을 배웠습니다.


한국에서 저는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사업을 고민하고 있다고? 너 혹시 아이템 있어? 그 아이템은 시장성이 있어?"


저는 당시 아이템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 자체를 한국에서는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Devsisters 에서 벤치마킹을 하고, MBA 에 입학해 수업을 들으며 배웠던 3가지 교훈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 교훈은 "start-up = 문제해결" 이었습니다. 


"Start-up은 곧 문제해결이다. 사람들의 삶에는 아직 많은 문제가 있다. 이 사회도 문제 투성이다. 그 문제로 인해, 사람들은 비효율적이고, 행복하지 못한 삶을 살고 있다. Start-up 은 바로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여, 그들의 본질적 삶을 개선시키는 데에 있다"


문제해결의 관점에서 사업을 바라보니,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꽤 많았습니다. 왜냐면, 제가 오늘 하루의 삶을 돌이켜봤을 때, 많은 문제들을 무의식적으로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 커피가 맛은 없는데 비싸다. 택시는 비싼데 친절하지 않다. 영어교육은 그냥 미국인들이면 다 하는거 같다 -_- 등)


사업을 아이템이 아닌 문제해결로 바라보는 순간, start-up 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습니다.


두 번째 교훈은 "start-up = 자아발견" 이었습니다. 


Stanford 는 Essay 자체가 "what matters most to you and why".. 자아발견의 과정을 제공하였습니다. 수업 자체도 "나의 삶 발견" 에 초점을 둔 수업이 많았습니다.


제가 Ringle 을 시작한 이유는, 제가 인지하고 있었던 많은 문제들 중 "교육" 에 가장 마음이 많이 갔기 때문입니다. 교육에 마음이 간 첫 번째 이유는, 교육은 사람을 자유롭고 평등하게 만드는 해결책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못하는 나라 사람들에게 더 나은 삶을 줄 수 있는 본질적 솔루션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못사는 사람들에게 마음이 계속 갔던 이유는, 그것이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사명이라는 몇 가지 삶의 이벤트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교육에 마음이 갔던 두 번째 이유는, 제가 가장 잘 아는 것이 교육이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나마 공부를 가장 잘했고, 공부를 즐겼습니다. 제가 잘하는 것을 통해, 사람들의 불평등/부자유의 문제를 교육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만, 영어는 제가 정복하지 못한 영역이었고, 영어로 인해 저는 항상 위축된 삶을 살았습니다. 그 문제를 우선 해결해보고 싶었습니다. 내 문제를 해결하고, 내 주변 친구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의 교육 문제를 해결하다보면, 나에게 주어진 삶의 사명을 다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결국, 이 모든 과정은, "자아발견" 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자아발견"을 통해 Ringle 을 시작할 수 있었고, 또 언젠간 교육을 통해 전 세계인들의 삶을 개선시키고 싶다는 비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세 번째 교훈은 "Start-up = 소수정예의 팀" 이었습니다.


MBA 에서 배운 가르침의 핵심은 아래와 같습니다.


"문제는 자본으로 푸는 것이 아닙니다. 문제는 머리 쪽수로 푸는 것도 아닙니다. 


많은 돈을 투자받아 마케팅을 엄청하면 고객이 늘어나지만, 그렇다고 고객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많은 돈을 투자받아 사람을 엄청 뽑으면, 서비스가 금방금방 나오겠지만, 그렇다고 고객의 본질적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요즘은 많은 기술/노하우들이 오픈소스로 널려있습니다. 세상이 만들어놓은 기술을 가지고, 고객이 가진 문제의 본질에 집중하며, 그들의 문제를 해결 가능한 솔루션을 만들어 내는 것은, 소수정예의 초심을 잊지 않은 강력한 팀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사업가가 겪는 문제는 대부분 고객과 기술이 아닌, 사람에서 나옵니다. 팀의 문화가 헤이해지고, 팀이 모티베이션이 떨어지고, 사람들끼리 갈등이 발생하면서.. 사업가가 겪는 고민들이 시작됩니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팀이 세상을 향해 엄청난 도전을 하고 있는데, 사람은 소수일 때 입니다. 그리고 본질적 솔루션을 만들어내어, 가속성장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그러면 사업가가 겪는 꽤 많은 문제가 해결됩니다"



위의 3가지 교훈을 바탕으로, 지금의 Ringle 이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MBA 에 입학해서 소통의 어려움을 겪으며.. "무엇이 글로벌에서 온 친구들과 나의 소통을 막고 있는 것인가?" "어떻게 하면 상호 교감할 수 있는 소통을 할 수 있을까" 라는 문제의식을 느낄 수있었고, 


MBA 동기들에게 하버드/스탠포드 학부생들을 소개받으며, 비영어권 국가 사람들과 소통하며 그들의 영어문제를 함께 해결해주고 싶어하는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고, 


MBA 각 수업을 통해 Ringle 의 Case/Topic 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고, 


Ringle 을 성장시켜나가며 겪었던 여러가지 고민과 문제 (예: 공동창업자 간 지분은 어떻게 나누지?)들을, MBA 수업에서 나누고 피드백을 들으며 해결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Ringle 을 위해 MBA 갔던 것은 아닙니다. Ringle은 MBA 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아발견을 하고, 인생의 문제를 발견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으며 탄생된 것입니다. 



3. 그럼에도 Start-up 을 꿈꾸며 MBA 에 가시겠다면, 4가지 질문을 꼭 여쭤보고 싶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을 사전에 계획하고 MBA 에 입학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MBA admission 을 받고, 새로운 도전을 위해 스폰서쉽 지원을 포기하고 회사를 퇴사하는 시점부터 변화가 조금 씩 시작되었습니다. (스폰서쉽을 포기한 것은, 나름 큰 Risk taking 이었습니다) 그리고, Devsisters 에서 인턴을 하며 start-up 의 본질에 대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었으며, MBA 입학하고 큰 고통을 느끼며 내가 헌신하고 싶은 문제를 발견할 수 있었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서비스가 탄생되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MBA 입학 전 사전에 디자인하고 MBA 에 입학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사업을 하기 위해 MBA 에 입학하고 싶으시다면, 권해드리고 싶은 질문은 있습니다.


1) 내가 정말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것.


2) 문제를 찾는 과정에서 자아발견을 해볼 것. (왜 그게 내 문제인지, 내가 인생을 걸 만큼 중요한 문제인지,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지 등)


3) MBA 에서 골프와 여행 등을 포기하고, 오로지 수업과 start-up 에만 집중할 수 있는지 생각해볼 것.


4) 사업은 혼자하는 것이 아님을 명심할 것. MBA 에 가서 영혼을 함께할 사업 파트너이자 친구를 만날 수 있을 확률을 생각해 볼 것.



결론적으로, 


"Ringle 을 하는 데 있어 Stanford 가 준 가치는 엄청나지만, 사업을 하기 위해 MBA 에 가야할 필요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생각해 보십시오. 내가 왜 MBA 에 가고 싶은지? 정말 사업을 하기 위해 MBA 에 간다는 생각 자체가 솔직한지? 님도 보고 뽕도 딴다는 마음으로 MBA 와 사업을 같이 고려하고 계신것은 아닌지?" 


확실한 것은, 


"Start-up 은 인생을 걸지 않고서는 해 나갈 수 없습니다" 


"사활을 걸고 MBA 와 Start-up 을 병행하다 보면, 다른 MBA 생들이 겪지 않는 숱한 위기 (퇴학의 위기, 투자자를 찾아가도 '졸업 후 Start-up 접고 좋은데 취업하는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 결국 운영자금을 얻지 못하는 위기, 미국에서 통장 잔액이 0이 되는 위기, 한국에 돌아왔는데 당장 거지인데 학비를 갚아 나가야 하는 빚쟁이가 되는 위기 등등) 를 겪어야 하는데, 그런 삶을 살고 싶으신지 생각해 보십시오" 


그래서 마지막으로 던지는 질문은, 


"왜 MBA 에 지원하고 싶으신지? 왜 Start-up 을 위해 MBA 가 꼭 필요한지, 정말 솔직하게 생각해 보세요"



토요일 정오, Ringle 교재 쓰다가 요즘 고객분들 만나면서 하는 이야기들이 떠올라 이것 저것 써보다가 길어져버린 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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