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A 재지원 과정에서 캠퍼스 방문이 내 인생에 미친 영향
스탠포드를 처음 방문한 것은 2011년이었다. BCG 4년 시절 '예전만큼 집중이 잘 안되네. 에너지는 잘 올라오지 않는데, 불만은 더 많아진다'는 느낌을 받는 시기가 있었는데, 그 때 휴가를 내고 샌프란시스코 및 스탠포드를 방문했었다. 당시 너무 다른 환경을 경험하며 신선한 충격 & 좋은 에너지를 받았고, 덕분에 다시 일에 몰입할 수 있었다.
이후, 다시 스탠포드를 방문한 것은 2013년 9월이었다. 사실 2012년에 스탠포드 MBA 에 지원 및 인터뷰까지 봤었는데, 아쉽게도 waitlist 가 되어 마음 졸이고 있다가 2013년 6월 최종 탈락 연락을 받았었다. 너무 아쉽게 탈락했던 상황이어서 약 1주일은 상심에 빠져 살았었다. 다만, 스탠포드 지원 과정에서 '꼭 이 학교에 와야 하는 이유'를 찾기도 했었고, waitlist 로 마음 졸이던 중 더 입학하고 싶은 마음이 강해졌기 때문에, 그 해 바로 재지원 하기로 마음먹었다.
처음에는 '재지원하면 불합격 가능성이 더 크지 않나?' 등 불안한 마음 때문에 집중이 잘 안되었었다. 그런데, 그 시점에 '차라리 스탠포드 현장에 가서 info session 도 가보고, 학교에 약 3~4일 머물며 essay 를 완성시키자'는 생각이 들어서 2013년 9월 추석 연휴 때에 휴가를 붙여서 스탠포드에 다시 방문하게 되었다.
아이러니 했던 것은, 나의 스탠포드 방문 첫 날이 1학년의 공식 일정이 시작되는 입학식 날이었는데, 내 생일이기도 했다. '내가 조금만 더 잘했더라면, 지금 1학년 새내기로서 이 현장에 있을 수 있었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매우 컸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MBA 입학설명회에 참여하였다. 원래 질문을 많이 하는 성격은 아니었는데, 워낙 간절한 상태에서 info session 에 들어가서 그런지 "Stanford MBA 가 다른 MBA 대비 진짜 다른 점이 무엇인가요?" 라는 질문을 던졌는데, 그 때 입학사정관이 해준 답변이 마음에 매우 와닿았고, 다시 essay 를 작성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었다. 답변은 아래와 같았다.
"Stanford MBA 의 교수님, 수업 종류, 학생들의 수준은 여타 Top MBA 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Stanford MBA 의 차별점은, 여기 입학한 학생들의 career와 life 를 transformation 시킨다는 부분에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 도전과 실패를 이어나가고 있는 주변 창업가/기업가들의 매우 personal 한 이야기를 수업에서 매일 듣고, 또 '사서 고생하는 인생'에 기꺼이 도전하기 위해 입학한 동기들과 대화 나누며 하루 하루 지내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인생의 방향과 강도가 바뀌는 기적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러한 transformation 을 경험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 스탠포드 MBA의 단 하나의 차별점인 것 같습니다"
위의 이야기를 들은 직후, MBA 건물에 있는 Coupa 카페에서 노트북을 켜고 Essay 를 바로 수정하기 시작했다. 핵심 내용은 '나는 작년에 쓴 에세이처럼 진짜 살아보고 싶다. 하지만 나는 그런 도전을 해 나가기에, 관련 경험이 부족하여, 해당 일을 해내기에 꼭 필요한 성향을 아직은 갖추지 못한 사람이다. 이런 나를 짧은 기간 내 transformation 시켜줄 수 있는 곳은 다시 생각해봐도 여기밖에 없다' 였다.
그렇게 MBA 건물에 있는 카페의 야외 벤치에 앉아서 essay 를 쓰며 3~4일 나름 천천히 시간을 보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 과거의 중요한 순간들이 회고가 되었고 (스탠포드는 혼자 생각하기에 정말 좋은 환경이다)
'여기에 2년 있으면 정말 내 인생이 서서히 바뀔 수 있겠다'이라는 깨달음이 스며들 듯 찾아왔다.
그 과정에서 '불안함'은 사라지고 '오기/집념'이 강하게 자리잡게 되었고,
'이 학교에 합격할 수 있게 해주신다면, essay 에 쓴 것처럼 도전하는 인생을 살겠습니다' 기도하며 열정을 불살를 수 있었다.
그렇게 재지원 한 후 2013년 12월 주중 어느 날 오후 5시 경, 여의도에 있는 client 사이트에서 업무를 하던 도중 '합격 전화'를 받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다. 그 당시 가장 먼저 했던 생각은 '추석 때 현장에 가길 잘했다' 였다.
합격 전화를 받은 이후부터, 진짜 하고 싶은 일에 대해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고, 그 이후 다른 결정을 연달아 하기 시작했다.
우선 회사에 MBA 스폰서십을 신청하지 않고, 퇴사를 결정했다. 당시 대표님과 미팅 시 'MBA Sponsorship 은 과거의 헌신에 대한 보상이 아닌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MBA 졸업 후 서울 오피스에 다시 돌아오기 보다는, 실리콘밸리 현장에 남아 그 곳의 성장 DNA를 배운 이후, 한국 스타트업들이 세계적인 회사로 성장할 수 있도록 현장에서 직접 뛰어보고 싶습니다' 이야기 했었는데, 당시 대표님이 '졸업 후 PE 다른 professional firm 으로 가려고 퇴사하는 것이었다면 아쉬웠을텐데, 스타트업을 대기업처럼 키워보겠다는 의지로 퇴사하는 것은 BCG Asso 출싱니 할 수 있는 좋은 생각이다. 건승을 기원한다' 말씀해 주시기도 했다.
2014년 2월 퇴사 이후에는 바로 데브시스터즈라는 모바일 게임을 만드는 스타트업에서, 2014년 9월 입학 1주일 전까지 약 7개월 간 인턴으로 업무를 진행하였다. 과거 같았으면 전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Big Tech 사 또는 스타트업에서 일해보려 했었을텐데, MBA 지원 과정에서 '내가 기여할 수 있는 기회 및 일을 가장 많이 주는 스타트업에서 빡세게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2014년 9월, 1학년으로 다시 방문한 스탠포드 현장에서 동기와 창업에 도전하게 되었고, 지금도 그 도전은 8년 째 이어지고 있다.
'제대로 된 영어 교육을 통해 전 세계 비영어권 국가 사람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그 과정에서 전 세계적 Tech 기반 교육 스타트업을 만든다'는 비전 하에 쉽지 않은 하루 하루를 8년 째 살고 있는데, 그래도 한 번도 후회해 본 적은 없다.
오늘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것은 2013년 9월. 현장에 가길 정말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