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오랜 친구를 만나 고등학교-대학교-첫직장-유학-창업 등에 걸쳐 여러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이후 집에 돌아오며 문득 든 생각 중 하나는, '참 쉼 없이 달려오긴 했구나' 였다.
대학교 시절 전략 컨설팅 사에 너무 입사하고 싶었었는데, 몇 번의 인턴(RA) 지원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신 후, 하필이면 군 입대 3개월 전 전 운 좋게 Bain 에서 RA 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어 '하나라도 더 기억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업무하다가 군대가기 3일 전까지 일을 했었던 기억이나,
4월 제대 후 복학까지 시간이 남은 시점에서, '경영학도로서 HBS 케이스 appendix 에 나오는 재무제표를 해석하지 못해 매번 그냥 넘어가서 항시 아쉬웠는데, 복학까지 시간을 활용하여 AICPA 시험을 패스하며 재무제표 만큼은 확실히 읽을 수 있는 상태를 만들자' 로 결심하며 '3회독!!'을 외치며 CPA 관련 공부를 했던 기억이나,
컨설팅 회사 offer 를 9월에 받은 후, 마지막 학기를 어떻게 하면 의미있게 보낼까 고민하다가, '졸업하면 더 이상 들을 수 없는 것이 대학교 수업인데, 나중에 아쉽지 않도록 수업이나 왕창 들어봐야겠다. 취업이 확정된 만큼 더 많은 수업을 더 여유롭게 들어봐야지' 마음으로 22학점을 들었던 기억들,
MBA Admission 을 운좋게 받고, 2월에 회사 퇴사 후 9월 학교 입학까지 뭘할까 고민하다가, 데브시스터즈에 Pre-MBA 인턴으로 들어가서, 입학 1주일 전까지 '실리콘밸리 벤치마킹 보고서' 작성을 시간/노하우를 갈아 넣으며 만들었던 기억들,
MBA 중에는 골프와 여행은 반납한 채, 우연히 창업하게 된 Ringle 서비스 개발 및 확대를 위해 주공야창 (낮에 공부하고 밤에 일한다) 모드로 살았던 기억들,
그리고 MBA 졸업하자마자 한국으로 돌아와서 바로 전업 창업 모드로 전환하여 당시 한국 WeWork 1호점이었던 강남역 WeWork 에서 밤을 지새던 기억들,
이 주마등처럼 스치며, '아직 많이 산 인생은 아니지만, 공백이 없는 삶을 살긴 했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따라왔던 또 하나의 생각은, '그래도 이따금 찾아온 2주 간의 off 가, 그 간의 삶을 무채색으로 만들지는 않았구나'
신혼여행 휴가 2주 간 프랑스/스위스에서 보냈던 시간이나, MBA 친구 결혼식 초대를 받아 휴가를 쓰고 이태리-독일-네덜란드에서 보냈던 2주, 그리고 약 1년 전 다녀온 독일-오스트리아에서의 2주 간 시간을 돌이켜보면, '아 참 좋았었지~!!! 당시에는 몰랐었는데, 저 시간들이 쉼 없이 도전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준 버팀막이 되어 줬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MBA 및 창업을 하며 한국, 미국을 오고가는 여정을 통해, 나름 어느 한 지점에 매몰되지 않고, 균형감을 가지며, 본질에 몰두할 수 있었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MBA 를 했던 실리콘밸리에 창업 이후에도 머무르며 당시의 배움이나 인연을 이어나갈 수 있었고, 또 한국에서 시간도 충분히 가지며 팀과 유저 분들과의 최소한의 컨센서스를 잡아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결론적으로, 사실 그냥 하루 하루 최선을 다한다는 마음으로 살다보니, '쉼 없이 달려온 15년'을 보낸 듯 한데, 그 15년을 버틸 수 있게 해줬던 것은 중간 중간의 2주 off, 그리고 2~3개 지역을 오가며 살 수 있었던 것에 있었던 듯 하다. 앞으로도 체력과 기회가 허락하는 한, 쉼 없는 여정을 꾸준히 밟아 나갈 듯 하지만, 2주 off 를 미리 계획적으로 설계하고, 다양한 지역을 넘나들며 비즈니스 할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만들며, 나름 sustainable 한 커리어 3막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