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찾아온 기회가 큰 깨달음을 줄 때가 있다.
MBA 입학 전 데브시스터즈에서의 Pre-MBA 인턴십 경험이 없었더라면, 1) MBA 수업에서 많이 배우지 못했을 것 같고, 2) MBA 과정 중 Ringle 창업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사실, MBA 합격 소식을 들었을 당시, 나는 6년의 컨설팅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MBA 에서 수업을 따라가기에 업력 또는 경험이 부족하지는 않나...' 는 생각은 하지 않았었다.
다만, 실리콘밸리가 워낙 스타트업으로 유명한 곳이었기 때문에, MBA 입학 전 짧게라도 스타트업에서 일을 해보고 싶었었다. 정말 운 좋게 데브시스터즈라는 게임 start-up 에서 pre-MBA 인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당시 데브시스터즈에서 마주한 업무 환경 및 방식은, 컨설팅 회사에서 client 분들과 협업하며 마주했던 환경과는 매우 많이 달랐다.
우선, 제품을 기획하고, 만들고, 홍보하고, 판매하고, 유저를 대응하는 활동이 한 공간에서 모두 이루어졌다. 개발자/UX 디자이너/PM/마케팅 등 다양한 직군의 인재들이 모여 제품을 만들고, 이를 출시하고, 운영하고, 마케팅하고, 유저와 소통을 진행하였는데, 나는 인턴이었지만 그 과정을 모두 볼 수 있었다. (보통 대기업에서는, 위의 모든 과정을 한 공간에서 볼 수는 없다. 대기업이 워낙 규모가 크기도 하고, 조직이 분업화 & 전문화 되어 있기 때문에 한 공간에 모든 function 이 모여 있을 수는 없다. 일례로 기획 부서만해도 매우 크고, 빌딩 한 층 전체를 차지하고 있을 때가 많다)
그리고 사람이 전부인 환경이었다. 데브시스터즈 안에는 공장도, 기계도, 물류도 없었다. 사람과 PC가 있을 뿐이었는데, 그 안에서 모든 것이 만들어지고 운영되었다.
더불어, 많은 것을 직접하는 환경이었다. 당시 대행사와의 협업도 있었겠지만, 대부분의 작업은 내부 구성원들이 직접 고민하고, 기획하고, 회의하며, 만들어 나갔다.
무엇보다 소수 정예의 젊은 조직이었다. 경력과 경험이 회사를 만들어 나간다기 보다는, 열정과 도전, 그리고 창의적 문제해결이 회사를 남들이 가지 않은 길로 나아가며 성장하게 했다. 정말 의사결정 포인트 마다 적임자들이 빠르게 헤쳐모였으며, 의사결정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었다.
당시 내가 데브시스터즈에서 담당했던 일은 '실리콘밸리의 선도사들이었던 페이스북, 넷플릭스, 에버노트, 드랍박스를 벤치마킹 하는 일' 이었는데, 해당 회사들은 BCG 시절의 client 사들과는 사업구조/업무방식/성장궤도 등이 많이 달았고, 오히려 데브시스터와 더 비슷했다. 그래서, 데브시스터즈 안에서 보고 듣고 느낀 부분들이 실리콘밸리 선도사들을 이해하는데에 매우 큰 도움이 되었었다. 결국, 데브시스터즈에서 일하며 스타트업이 일하고 성장하는 방식에 대한 이해도가 생겼기 때문에, 실리콘밸리라는 환경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
결국, 데브시스터즈에서의 기억, 그리고 벤치마킹을 하며 느낀 점들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에, 인턴십 종료 후 MBA 입학 후 수업을 듣는 과정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MBA 1학년 때부터 나름의 관점과 철학을 가지고 창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Pre-MBA 인턴십 경험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래서 매우 감사하고, 요즘도 '오늘 우연히 만난 사람과의 대화 또는 오늘 마주한 경험이 내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하루 한 시간 집중하며 최선을 다하려 노력하고 있다.
나의 세계관을 넓여준 경험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