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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훈 Hoon Lee Aug 24. 2023

커머스 시장에서의 시사점: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는 방법

스타트업이 특정 시장에서 굴지의 큰 기업과 경쟁하며, 업의 패권까지 가져오는 경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커머스 분야 만큼은 20년 전부터 현재까지 스타트업들이 이끌어오던 분야였다.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당시에는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커머스가 본격 성장하기 시작하던 시점이었다. 인터넷 내 전문몰, 종합몰이 등장하기 시작하였으며, 대기업들은 오프라인 유통 채널 및 물류 계열사 등 협업 기반으로 한 온라인 커머스 채널을 운영하고 있었다.


당시, 인터넷 쇼핑몰 중 두각을 내던 회사는 오프라인 유통 채널 또는 홈쇼핑 채널 기반의 굴지의 기업들이 아닌 pure online player 였던 1) 인터파크, 2) 옥션이다.


인터파크는 큰 기업들 대비 규모가 작았지만, 1) 향수/도서를 loss leader 상품으로 활용하여 (최저가 보장 + 책 한권 구매해도 무료배송 해드림) 웹페이지 반복 방문 유도, 2) 반복 방문하는 유저 대상으로 2-1_ 연관 구매 유도력이 높고, 2-2) 수익율마저 좋았던 비브랜드 의류/생필품 상품에 대한 적극 sourcing 및 판매 통한 거래건수 및 수익 극대화 등 전략을 통해 업을 선도했다. 당시 인터파크는 '아마존 (당시 아마존은 도서 및 생필품 거래 위주로 큰 성공을 맛본 후, 기술/물류 투자를 통해 차원이 다른 온라인 커머스가 되고 있었음)'을 벤치마킹했고, 도서/향수 등 loss leader 상품에 대해 물류창고 건립 및 선별적 직매입 모델을 운영하여, 초저가 전략 및 거래건수 극대화 등을 구사할 수 있었다. 


옥션은 미국에서는 익숙했지만 한국에서는 생소했던 C2C 방식의 쇼핑몰 운영을 통해 traffic 을 일거에 많이 모았다. 미국 eBay 를 벤치마킹한 모델이었는데, 큰 기업 입장에서는 비즈니스 모델로 적용하기 어려웠던 (대기업 입장에서는 알면서도 하기 어려운 play 들이 있는데, C2C 가 그 중 하나였다) '소비자 간 직거래' '판매자-소비자 간 직거래'를 도입하여, 시장을 빠르게 키워나가고 엄청난 거래량을 확보해 나갔다. 


당시 큰 기업들은 1) 브랜드 상품 위주로 판매 (브랜드 상품은 판매 수익율이 낮고 제품 구색이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2) 그룹 내 타 계열사 상품 연계 판매, 3) 회사 내 상품군 별 조직 분리 통해, 각자 매출/수익을 많이 내기 위해 경쟁하는 방식 등 운영하고 있었는데 (특정 category 에서 손해를 보고, 다른 category 에 수익을 몰아주는 play 가 어려운 구조), 인터파크 및 옥션라는 다소 기괴한 player 등장으로 traffic 을 많이 잃었었다. 


상대적으로 신생 업체였던 인터파크와 옥션이 위와 같은 play 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복잡한 이해관계 없이, 필요한 것을 빠르게 실행할 수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그 이후, 커머스 판이 한 번 더 재밌게 바뀐 시점이 2014년 이후였다.


당시 커머스 업계에서는 몇 가지 통념이 있었는데, 1) 신선 식품은 온라인에서 거래가 어렵다 (아마존도 못한다), 2) 온라인 커머스 업체가 대규모 물류망을 자체 운영하는 것은 어렵다 (불법의 소지도 있고, 물류망 확보를 위한 시설 투자금 자체도 어마어마하기에 ROI 가 안나온다) 였다. 


그런데, '신선식품'은 온라인 커머스에서 취급하기 어렵다는 통념을 깨고, 1) 신선식품 위주 온라인 판매 + 2) 새벽배송이라는 컨셉을 들고 나온 서비스가 마켓컬리였다. 그리고 아마존을 제대로 벤치마킹하여 1) 대단위 물류창고 건립/운영, 2) 자체 물류망 구축/운영(로켓배송), 3) 그간 커머스 업체가 전반적으로 약했던 IT 기술 확보 등 통해 온라인/모바일 커머스의 경험을 뒤바꾼 쿠팡의 출현은 국내 커머스 판의 패러다임을 다시 한 번 바꿔놓았다. (두 업체는 본격적 성장을 구가하던 시절 전지현씨를 광고 모델로 발탁한 공통점도 있다)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두 업체의 고도 성장에 대응하기 위해, 큰 기업들은 fast follower 로서 유사 규모의 역량 구축을 위한 투자를 검토했고, 계열사간 시너지를 통한 돌파구 마련 등을 시도했으나, 1) follower 로 시장 참여 시 더 많은 시간/노력/자금이 필요했는데, 그 규모가 큰 기업 입장에서도 너무 커서 자본 확보 및 의사결정이 쉽지 않았다는 점, 2) 계열사간 시너지는 과거나 지금이나 그 구현이 매우 어렵다는 점 등으로 인해, 업의 주도권을 두 업체에게 일부 내어주는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커머스에서 성공한 스타트업들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점은, 1) 커머스(상거래)라는 전형적인 레드오션 시장에서, 업계에서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부분을 가능하게 만듦으로써 블루오션을 만들어 내었다. (신선식품 유통, 자체 물류망 구축 등), 2) 하나의 필살기에 집중하였고, 이를 기업의 아이덴티티화 하였다 (컬리는 새벽배송, 쿠팡은 로켓배송), 3)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 수 있었던 요소는, 빠른 의사결정과 투자금에 대한 지속적인 과감한 투자에 있었다, 4) 핵심인재 채용 등 통해 온라인 구매 경험의 차별화를 만들어 냈다, 5) 디지털 미디어를 똑똑하게 활용했다 였다. 


Ringle 은 교육업에서 play 하고 있지만, 커머스 스타트업들의 play 방식을 보면 배울 점이 많다. '내가 커머스 스타트업의 대표였다면, 저렇게 과감한 투자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까? 그로 인한 위기가 찾아왔을 때, 버텨낼 수 있었을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무쪼록, 뻔하다고 여겨지던 시장에서 과감한 initiatives 를 통해 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고, 지속적 & 대규모 자본 투자를 통해 Asset 을 만들고, 이를 통해 다른 player 로 진화해 나간 업체들을 보면서, 우리도 그런 업체로 진화하고 싶다는 다짐을 한 번 더 해본다. 


'지금 나는 너무 쫄보는 아닐까?' 스스로 반성하며 글을 마친다. 


ps. 20년 전부터 관심있게 봐오던 커머스 시장에 대한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의견 바탕의 글 입니다.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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