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본성에 반하는 서비스를 만들어 내야 한다.
에듀테크 회사들이 마주하는 가장 본질적인 챌린지는 '꾸준히 학습하는 유저 그룹의 부재'에 있다. 조금 더 일반적으로 표현하자면, 낮은 DAU, MAU 및 서비스 이용률이다.
공부는 게임/콘텐트와는 달리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하는 활동'이기 때문에, 1) 에듀테크 서비스 이용 및 결제 결심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2) 결제 및 학습 시작 후 1~2주 뒤부터 서서히 공부양이 줄어드는 패턴이 보인다. 한 마디로, 공부는 중독성이 1도 없는 것이다.
그렇게 active 유저였다가 2~3주 만에 휴면 상태가 되어버린 유저 분들이 강한 외부 자극이 생기면 (예: 급 영어 발표를 해야 한다. 신년이 도래했다 등)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가 1~2주 뒤부터 공부양이 줄어드는 패턴이 반복된다.
그래서 B2C 로 시작했다가 B2B에 집중하는 회사들이 꽤 많다. B2B 는 각 회사마다 교육비가 책정되어 있어 꾸준한 수요가 존재하기도 하고, 학습자 대상 '수강을 강제하는 요소' (예: 승진하려면 특정 시간 이상 이수하세요. 환급 받으려면 80% 이상 출석하세요 등등)도 있기 때문에 완강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기도 하고, 연간 계약 등 토대로 하기 때문에 cash flow 가 비교적 안정적이기도 하다. 다만, 까다로운 개인 고객을 상대로 한 제품 개발을 하다가 B2B 비중이 높아지는 순간, 제품 그 자체에 대한 고민/몰입은 감소할 수 있고, Local 또는 Vertical 시장에서의 강자가 될 수 있으나,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감소할 수 있는 risk 가 있다. (물론 Local 또는 Vertical 시장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좋은 전략일 수도 있다)
더불어, 위와 같은 이유로 에듀테크 산업 내 낙전수입 비중이 높은 회사들도 있다. 결제는 했는데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유저가 많으면, 낙전수입 비중이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예: 1년 권을 끊고 1개월만 듣는 경우 등). 다만, 낙전수입은 에듀테크 스타트업에게는 매우 단기적으로 보면 '수익률을 높여주는 매출' 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회사의 건전한 성장을 침해하는 치명적인 '독'이다. 유저가 학습을 해야 데이터가 쌓이고 제품이 좋아질 수 있고, 또 유저가 학습을 하고 성장을 해야 입소문이 나며 추가 성장을 할 수 있는데, 유저가 결제는 했는데 학습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잃는 것이기 때문이다. (독서와 비슷하다. 사람은 책은 사지만 잘 읽지는 않는다. 그런데, 잘 팔리는데 잘 읽히지 않은 책을 출판하는 출판사가 있다면, 결국 해당 출판사는 '좋은 책을 만들어 내는' 의미의 출판사가 아닌 광고/마케팅 회사가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에듀테크 회사들이 풀어야 하는 핵심 문제는 '꾸준히 학습하는 유저 비중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찾는 것'이다. 확실한 것은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확실한 '한 방'은 없다는 것이다. ChatGPT 를 도입한다 하여, 게이미피케이션을 도입한다고 하여, 꾸준히 학습하는 유저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지도, 유지되지도 않는다. 사람들은 공부 관련해서는, 아무리 좋은 기술/기능을 제품에 가져다 붙여도, 상대적으로 빠르게 실증을 느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Ringle 은 1) 매주 수업 듣기 옵션 제공 (추가 할인을 제공하는 대신, 매주 수업듣지 않으면 수강권이 차감되는 압박이 존재), 2) 매일 교재/스터디자료 발간, 3) 챌린지/이벤트 운영, 4) AI 및 GPT 응용한 진단 제공 및 수강신청 독려, 5) 앱/웹 업데이트 기반 수강신청 독려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꾸준히 학습하는 유저 비중 증가를 위한 노력을 경주 중이다. 각 각 기능의 타율이 4할이 넘지는 않지만, 종합 타율 5할을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 중이다.
물론, 사람의 본성을 바꾸는 것, 그리고 사람의 행동 패턴을 변화시키는 것이 정말 힘듦을 느끼고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학습하는 유저의 증가'라는 목표를 위해 달리고 있다. 그걸 해낼 수 있다면, 전 세계 교육 시장에 들어갈 수 있는 제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은 채 말이다.
스타트업 시작하면서 '시장'에 대한 고민을 가장 많이 할 줄 알았는데, '유저'와 '서비스'의 상호작용에 대한 고민이 더더욱 깊어지는 것 보면... 하루 하루 마주하는 챌린지의 난이도가 너무 높고 '우리가 만든 자산으로 과연 될까?' 라는 한계도 자주 느끼지만, 그래서 창업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도 도전해 볼 수 있는 기회는 주어지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