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서지 말고, 버텨내어 이겨낸 기억을 쌓아가야 한다.
후배님들을 만날 때, 자주 하는 말 중 하나가 "나 스스로를 위해, 좋은 기억 (또는 winning 기억)을 많이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이다.
커리어를 밟아 나가다 보면, 항시 어려운 상황, 불확실한 상황이 찾아 오는데, 이 때 내가 어떤 마음가짐을 갖느냐에 따라 대응 태도, 대응 방식 및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나는 대학교 때 인턴을 하다가 계약기간 종료 전에 그만둔 적이 한 번 있다. 세일즈 코칭을 전문으로 하는 로컬 컨설팅 펌에서 인턴을 했었는데, 내가 생각하던 컨설팅 업무와 매우 달랐기 때문에 (나는 전략 컨설팅 업무를 하고 싶었었다), 하루하루가 괴로웠었다. 동기부여가 떨어진 상태로 하루하루 지내던 도중, Bain 에서 공고가 떠서 잽싸게 지원했고, 운좋게 붙어서 계약 상태가 종료되지 않은 상태로, 매니저님께 양해를 구하고 그만뒀었다. 그 때 매니저님이 애정을 가지고 꾸지람하시며 한 마디 하셨다.
"네 옆에 있는, 너와 같은 일을 하는 분은, 본인도 전략 컨설팅 가고 싶어하지만 맡은 바 임무를 성실히 해서 회사에 도움이 되는 솔루션을 만들어 내고 있는데... 솔직히 비교된다. 앞으로는 절대 계약 끝나기 전에 해지하고 다른 곳으로 도망치듯 가지 말아라"
매우 죄송하고, 무엇보다 쪽팔렸다. 그리고 그 때 인턴을 끝까지 하신 분을 보며 솔직히 많이 배웠다. 나와 너무 비교되어 보였다.
그 때부터 다짐은,
'어떤 일을 하던 절대 중도 포기하지 말자. 때로는 하기 싫은 일을 해야하는 순간이 와도 어떻게든 버티자'
'이를위해서는, 힘들어도 버텨내고 싶은 회사를 찾아서 입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고 싶은 회사가 있으면 어떻게든 그 회사에 꼭 들어가자'
그래서, 진짜 열심히 노력해서 준비에 준비를 거듭하여 BCG 라는 꼭 입사하고 싶었던 회사에 들어갈 수 있었고,
중간 중간 진짜 하루하루 버티기 힘든 프로젝트를 많이 만났었지만, '이 프로젝트도 언젠가는 끝난다. 그리고 솔직히 이 일에 잡혀먹고 싶지 않고, 내가 이 일을 이겨버리고 싶다'는 독한 마음 품고 버텨냈던 것 같다.
그리고, 동기들은 한 방에 MBA 가는데, 몇 번 떨어지는 고배를 마실 때에도, '나는 내가 가고 싶은 학교 어떻게든 간다. 한 번 떨어졌어도, 다시 지원해서 가고야 만다' 다짐하며 버텼었고 (MBA 떨어진 상태로 회사를 다시 나가서 일하는 경험은 사실 매우 힘들었다. 쪽팔리기도 하고, MBA 에서 공부하는 동료들 사진 보면 부럽기도 하고...), MBA 지원은 삼수, 스탠포드 지원은 재수하며 겨우 겨우 입학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창업을 한 이후에도, 숱한 고비가 많았다. 지금도 고비지만, 지금보다 더 힘든 고비들이 많았었다. 2번 정도 망할뻔 한 적도 있다. 그래도, '하루하루 집중하고, 열심히 노력하고, 끝까지 버티다 보면 길이 생기겠지. 예전에도 그랬었잖아. 이번이라고 다르겠어?' 마음 품으며 버텼던 것 같다.
나는 나 스스로에게 그래도 감사한 것은, 대학교 시절 인턴 도중에 한 번 도망친 이후로는, 중간 중간 실패(?)한 적은 있었어도, 중도 포기하거나 도망친 적은 없었다는 사실이다. 덕분에, 어려운 순간이 찾아와도, '과거에도 그랬듯, 나는 이 위기를 어떻게든 넘어선다' 는 태도와 마음으로, 멘탈 붕괴나 좌절에 빠진 순간이 없이 그냥 밀어 붙였던 것 같다. 스스로에게 그런 기억을 많이 만들어줬다는 것에, 스스로에게 감사하고 있다.
순간 순간의 기억이, 커리어를 마주하는 평생의 태도를 좌우한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스스로에게 좋은 기억 (내가 이기는 기억)을 심어주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고, 일하는 것 자체가 괴로울 수도 있다. 괴로우면 피하자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런 경험이 두 세 번 이어지면, 매번 피하는 사람이 되고, 그런 사람을 그 어떤 사람도 좋아하지 않는다. 지금 내가 힘든 상황에 놓여 있더라도, 나 스스로를 위해, 버텨내고, 어떻게든 의미를 찾아 열심히 노력해서, 이겨내고, 인정을 받아낸 이후에 (그래서 이 조직에서 나에게 의지하고, 나에게 더 큰 미션을 부여하는 경험을 한 뒤에), 그 기억을 바탕으로 내가 더 승리하고 싶은 곳을 찾아 새로운 도전을 해 나갈 필요가 있다.
피하지 말고, 어떻게든 부딪혀서 버티고 이겨내고 극복할 것. 이것은 회사를 위해서가 아닌, 나 자신에게 승리하는 유전자를 만들어 주기 위한, 내가 가장 사랑하는 나 자신을 위한 노력인 것이다.
우리 모두, 지금이 트라우마로 남을 순간이 아닌, 새로운 winning story 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