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의 고집과 아집 사이.
종종 초기 창업자 분들을 뵐 때, '창업을 한 이유는 필요하다고 생각한 제품을 만들어보고 위함인데, 종종 내 고집이 아집이 아닌가? 하는 고민에 빠진다. 어디까지 경쟁사 벤치마킹, 유저 피드백 팀 의견을 반영해서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지 고민이다. 특히 필요하다 생각했던 서비스의 방향과 외부 피드백의 방향이 다를 때 고민이 된다' 토로하시는 분들이 있다.
사실 같은 창업자 입장에서 나 역시 여전히 고민하는 지점이다. 회사가 성장하는 것은 팀 탓이고, 회사가 성장하지 못하는 것은 창업자 탓이라는 생각을 종종 하는 입장으로서는 더 생각이 많아지는 고민이기도 하다.
그런데 예나 지금이나 아래와 같은 생각을 한다.
만들어 보고 싶었던 서비스를 만들지 못하면, 후회만 남는다는 사실을. 만들고 싶은 제품을 만들지 못한 상황에서 피드백을 반영하기 시작하면,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제품이 되어버린다는 사실을.
그래서 창업자 분들과 대화 시 아래와 같이 이야기 하는 듯 하다.
1. 만들어 보고 싶었던 것이 있으면 빠르게 만들어 볼 것. 해보고 싶었던 것을 일단 해봐야, 그 이후 피드백이 귀에 들어오기 때문임.
2 필요하다 생각했던 것을 빠르게 만들어서 출시한 이후, 유저 피드백은 1:1 소통을 통해 깊게 & 많이 들어볼 것. 해당 제품/기능을 마주한 유저의 진짜 속마음 및 행동 변화를 객관적으로 많이 들어봐야 함. 그래야 제품을 만드는 '감'이 생기고, 추후 미래에 들어올 팀을 설득할 수 있는 힘이 생김. (참고로 유저 4명 이상 모시고 진행하는 focus group interview 나, 다수 유저 대상 진행하는 서베이는, 출시된 제품에 대한 깊이 있는 피드백을 듣는 관점에서는 큰 도움은 안됨. 사업 초반에는 1:1로 많이 혼나고 또 평가 받아야 함)
3. 회사가 커진 뒤에도, 과거 경험 등 통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기능 등에 대해서는 항시 도전을 던지고 agenda shaping 해야 함. 유저가 많아지고 팀이 커질수록 큰 변화를 꿰하기 쉽지 않은데, 유저의 unmet needs 를 해결가능한 큰 이야기는 창업자가 지속적으로 비전을 던져야 함. 단, 팀/유저가 많아질수록 설득을 위한 cost 가 커지고, 실패 시 risk 가 커지는데, 그래서 '승부수를 던졌으니 어떻게든 되게 만든다. 이번에 실패하면 회사 망할지도 모른다'는 필사항전의 마음으로 어떻게든 되게 만들어야 함. 어떻게든 되게 만들기 위해서는 팀의 도움이 필요하기에, 팀을 설득한다는 느낌 보다는 팀의 마음에 '어떻게든 되게 한다'는 승부욕이 생길 수 있도록 해야 함.
4. 단, 팀이 커질수록, 채우고 또 채운다는 지양하고, 버리고 채운다는 스피릿을 내재화 해야 함. 즉, 유저를 위한 제품을 지속 만드는 Maker 정신이 유지되고 또 impact 을 내기 위해서는, 제품을 '단순화' 하기 위해 불필요한 기능/영역은 과감히 드러내는 의사결정을 지속적으로 실행해야 함. 계속 만들기만 할 수는 없기 때문임 (계속 만들어대면, 제품이 복잡해지고 무거워져서, 유저가 안쓰는 기능이 90% 이상의 제품이 될 수밖에 없음). 팀이 커지고 유저가 많아질수록, Maker 정신을 고취하기에 앞서 '하나를 만들면 두개를 없앤다'는 원칙/스피릿을 내재호 시켜야 함.
5. 1~4가 만족되었을 때, 창업자의 고집은 뚝심/신념이 됨. 1~4가 만족되지 못하면 창업자의 고집은 아집이 될 수 있음.
결국, 창업자는 무엇인가 만들어서 문제해결을 하기 위한 마음에서 창업을 한 것이다. 문제해결적 메이커 정신이다. 그 메이커 정신을 잃으면, 회사는 평범해진다. 단, 그 정신이 회사를 끝없이 성장시키는 혁신의 원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유저 피드백을 깊게 들으며 감을 쌓아나가는 과정에서, 항시 risk taking 상황에 회사를 놓이게 하는 더 큰 도전의 아젠다를 제시하되, 그 전에 불필요한 것은 과감하게 정리하는 냉정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정리하고 보니, 나는 위와 같이 실행하고 있나 하는 반성이 급 밀려 온다. 하...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