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 VC 와 미팅하며 받은 챌린지 & 1년 뒤 정리되는 생각
MBA 에 있을 때, 미국 및 중국 VC 대상 피치를 해본 적이있었다. Ringle 을 출시한지 6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는데 ,이왕 실리콘밸리에 있는 김에 Fund Raising 을 미국/중국 VC 로 부터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무턱대로 찾아가 발표를 했던 것 같다.
1. 미국 VC 와 마주하다.
미국 Incubator 나 VC를 만났을 때 주로 받았던 질문은 “어떻게 20배, 30배 성장을 달성할 수 있는가?” 였다.지금 생각해보면, “현재값X 20~30배 성장”인데, 1) 현재의 서비스가 충분히 매력적인 상태이고 (조금만 투자하면 폭발적 성장 가능한 상태이고), 2) 구체적으로 이렇게 이렇게 투자하면 현재 대비 20~30배 성장 가능하다 라는 것을 이야기 해야만 했다.
물론 그 때는 모든 것이 어설픈 상태였다. 그래서, VC 미팅 시 "현 상태가 왜 매력적인지, 어떻게 x20~x30 성장을 달성할 것인지"의 frame 으로 이야기 해야 한다는 사실 조차 몰랐었다. 그래서 그냥저 순진하게 Product 을 보여주고, 현재의 숫자를 share 하는 것밖에 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들과 대화할 때 들었던 생각은, 이들은 “교육 sector (Edu-tech)” 에 대해서는 다른 산업 (예: 메세징, 커머스, 게임 등) 대비 보수적으로 본다는 것, 그리고 중국인/미국인이 아닌 외국인이 설립한 서비스에 대해 보수적으로 본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당시 Ringle 이 유료고객을 꽤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미국 VC 들이 타 서비스/팀 대비 Ringle의 현황값 및 성장성을 보수적으로 보고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Ringle은 초기값으로서 아직 더 빡센 검증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얼마나 더성장할 수 있을지는 아직 회의적입니다. 한국에서 얼마나 더 클 수 있을까요? 한국에서 성장했다고 다른 국가에서도 통할까요? 등)
그 당시 위와 같은 챌린지를 받으면서, 은연중에 ‘저들에게 매력적인 초기값은 도대체 무엇일까? 20배~30배 성장을 증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그 때로부터 약 1년 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 나는 미국 VC 가 바라보는 매력적 초기값의 실체 및 20~30배 성장 가능성의 의미를 나만의 방식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약간의 깨달음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극히 주관적인 깨달음이다. 그리고, 20~30배 성장에 대해 사람마다 해석하는 방식은 저마다 다른데, 내 해석은 여러가지 담론 중 하나의 계파 정도라고 생각한다 )
미국 start-up 은 보통 실리콘밸리에서 시작하거나 뉴욕에서 시작한다. 보통 Bay Area 를 점령하는 서비스가나타나면, VC 가 SEED 자금을 투자해준다. 그들은 해당 자금을 가지고 LA , Seattle 등 미국 서부 라인을 점령한다. 점령에 성공하면 대형 VC 가 등장해 Series A, B 정도를 투자해준다. 그러면 해당 start-up 은 뉴욕을 중심으로 한 East Coast 와 Chicago 를 점령하고, 동시에 런던, 파리 등 유럽의 대도시를 점령해 나간다. 이 마저도 성공하면 큰 VC / PE 등이 등장해 Series C 를 투자해주고, 그러면 남미, 아시아 등으로 확대해 나가고성공적으로 언젠가 대규모 IPO 를 달성한다 (Series C 를 건너뛰고 IPO로 갈 수도 있다). 반대로 WeWork 처럼뉴욕에서 시작해, 미국 동부를 점령하고, 이후 유럽의 각 대도시 및미국 중/서부 도시를 점령하고 아시아로 향하는 start-up 도 있다.
미국 Start-up 의 이러한 성장패턴을 보며 들었던 생각은,
“미국 VC 들에게 매력적인 초기값은 Bay Area 또는 NY 에서 꽤 많은 유저를 확보하고 있고 입소문이 나 있는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구나. 그래서, VC 파트너들이 직접 써봤거나, 그들의 지인들이 ‘그 서비스 써봤어? 좋던데?’ 정도의 이야기 나오면, 매력적인 초기값이라고 생각하는거구나. Bay Area 또는 NY 의 경제규모는 Seoul을 능가할텐데, 그래도 한국 기준으로 번역해보면 서울을 점령한 서비스 (또는 서울 내 2~3개 구를 점령한 서비스) 정도에게 매력적 초기값을 느끼는 것이구나”
“그런데 20배, 30배 성장의 다른 말은, SF (샌프란시스코), 또는 NY 급 도시 20~30개를 추가로 점령할 수 있는 서비스인가? 로 생각할 수 있겠다. 예를 들면 A 라는 서비스가 SF를 점령했는데, 균일한 서비스 Quality 를 미국 및 유럽의 주요 도시 20~30개 대상으로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가? 정도. 20~30개 도시 점령은 곧 20~30배 성장을 의미할테니”
“그런데, Ringle 이라는 교육 서비스를 운영 중인 한국인으로 안타까웠던 점은, 우선 미국인들이 교육 서비스를 바라보는 관점에 굉장히 제한적이었다는 것. 미국이라는 국가는 한국-중국-일본 대비 학원사업이 발달하지 않아, 미국 VC 들 역시 교육 서비스를 굉장히 협소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는 것. 동시에, 교육이라는 업 자체는, 한 개 도시를 점령하는 것 자체도 굉장히 어려웠다는 것. 페이스북은 남녀노소 나이불문 누구나 즐길수 있는 platform 이지만, 교육은 나이/지능/ 교육수준에 따라 전혀 다른 content 가 필요하기에, 엄청 fragmented 되어 있는 업이었다는 것”
“또 하나 아쉬웠던 점은, SF 를 점령한 start-up의 경우, 전 세계 20~30개의 대도시를 점령할 수 있는 potential 이 있다고 상대적으로 인정받기 쉬운 반면, 서울을 점령한 start-up 은, 서울을 점령했다고 해서 베이징, 도쿄, 방콕,하노이 등을 점령 가능한 것이 아니기에.. 20~30배 성장을 증명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는 것”
2. 중국 VC 와 마주하다.
그런데, 중국 VC 에게 피치를 했을 때에는, 미국 VC 만큼 Scalability에 대한 챌린지를 하지는 않았다.
“중국에서 터지면, 그 자체가 20~30배 성장이다.중국에서 터질 수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하다”
한국 버전으로 해석하면 “서울에서만 성장해도 충분히 scale up 할 수 있으니, 굳이 20~30개 다른 도시/국가에서 성장 가능한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는 없다”
따라서중국 VC 를 만날 때에는, 지금의 초기값 및 20~30배 성장을위한 구체적인 길을 상세하게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동시에, 중국 VC는 미국 대비 교육업 (Edu-tech) 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었다. 동양에서는, 각 가정에서 엄청난 돈을 자녀 교육에 쏟아붓고 있었기 때문에, 교육업은 실패하기 어렵고, 대박을 칠 수 있는 사업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안타까웠던 점은,미국 현지에 있는 중국계 VC 는 중국인 또는 미국인에게만 투자했다는 사실이었다. 한국인들로 구성된 팀은, 믿을만한 기관에서 투자를 받아온 팀이 아닌 이상에는, 투자를 심각하게 검토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Ringle서비스는 중국에서 통할 수 있는 모델이나, 당신들이 중국인이 아니기 때문에 겪는 챌린지가 클 것이다. 어느정도 자본금이 받쳐주지 않으면, 한국인이 중국에서 사업을 성공하는 것은 어렵다. 만약 Ringle 이 믿을 만한 기관에서 투자를 받아오면, 그 때는 적극 투자를 검토할 수 있다.
그렇다고 Ringle 이 미국에서 통할 수 있는 서비스인지도 모르겠다. 미국에서 통할 서비스에 투자한다는 관점에서는 미국인 또는 중국계 미국인에 투자하는 편이 낫다. 고로 너희 팀은 참 애매하다”
3. 1년이 지난 지금, 다시 그들을 만난다면.
그당시, 미국/중국 VC 들에게 Scale up 에 대한 챌린지 또는 미국/중국인이 아니기에 성장 한계성이 존재한다는 시선을 받을 때 마다 마음이 불편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은 그 때와는 다르게 생각한다.
“사실 영어는 비영어권 국가 사람들의 공통된 문제이다. 서울을 점령한 영어 서비스는, 타 서비스 대비 도쿄, 하노이, 오사카,방콕, 싱가폴 등으로의 확정성이 용이한 편이다. 영어는 그 사람들에게도 큰 어려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localization을 심하게 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동시에, IT/Mobile 의 진화로, 전 세계 경제가 하나로 통합되기 시작하면서, 많은 start-up 및 대기업의 고민이 세계화 Scale up 이 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영어가 필연적인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이 정도의 확장성을 지닌 서비스가, 서울이라는 도시를 점령했다는 것은, 일정 수준 이상의 Product Quality 를 만들어 냈다는 반증이다. 하나의 도시를 장악한 확장성이 존재하는 서비스는, 유사한 니즈를 보유한 다른 도시로 빠르게확장해 나갈 수 있다”
“마지막으로, Scale 을 User 의 수로 보는 것도 좋지만, 고객이 지불한 Money 총량 및 가치의 관점에서도 볼 필요도 있다. 전 세계적으로 교육은 Monetization 이 가장 잘 되는 업인데, 그 이유는 사람들이 교육 서비스에 돈을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교육은 사람들에게 미래요,희망이기 떄문이다”
아무쪼록, Ringle 이 지금보다는 서비스Quality 및 User 수 관점에서 더 많이 성장해야겠지만, 올해가 끝나갈 떄 쯤이면, 미국 VC 를 만나도자신있게 “우리의 현재 초기값은 큰 도시 하나를 점령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20~30개 도시로 충분히 확장해 나갈 수 있다” 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중국계 VC 를 만나도,“Ringle 이 비록 큰 기관에 투자를 받지 않은 상황일 수 있지만, 받지 못한것이 아니라 받지 않은 것이며, 중국에 직접 진출하지는 않더라도, 중국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매력적인 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 번 검토해 보시면 좋겠다” 라고 말은 던져볼 수 있을 듯 하다.
미국 VC 가 던지는 20~30배 성장의 의미. 처음에는 몰라서 만날 때 마다 연전연패하고, 버벅이고, 중언부언을 해댔지만, 나름 20~30배 성장을 바라보는 관점이 생기고 나니, 20~30배 성장을 설명할 수 있는 길이 보인다.
비록 내가 한국인이고, Ringle이 한국에서 시작된 서비스이고, 한국 사람들을 주 고객으로 현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현재 제공하는 서비스가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끼는 영역이고, 하나의 도시에서 통할 정도면 다른 도시에서도 통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기에, 어렵지 않게 20~30개 도시에서 통할 수 있는 서비스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 듯 하다.
내가 한 때 가졌던 "나는 한국인이기 때문에 글로벌 진출 시 어려움이 있다" "한국에서 시작된 서비스는 타 국가로 확정하기 어렵다" 는 Frame 는 내가 스스로 만든 덫이다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한국인이 만든 서비스도, 전 세계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불편함에 소구하고 있고, 전 세계에게도 통합 법한 기술력 / 문제해결력만 가지고 있다면, 충분히 세계적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데 말이다.
아무쪼록, 미국계 VC 를 만날 때에는 20~30배 성장에 대한 나만의 관점과 해석, 이를 달성 가능케 하는 솔루션, 마지막으로 “자신감”이 필요하다 생각한다.
금요일 밤, 퇴근을 미루고, 잡생각을 하다가 떠오르는 생각을 정리한 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