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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훈 Hoon Lee Nov 10. 2023

되게 하자.

되게 하자.


흔히 내가 한 일에서 impact 가 나지 않으면, ‘전략이 잘못되었나?’ ‘내가 한 일은 일단 답이 아닌가보다’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impact 가 나지 않은 많은 이유는, 전략/아이디어의 실패가 아닌 ‘실행의 실패’ 때문이었다. 즉 impact 가 날때까지 집요하게 끝까지 실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것저것 해보고 안되었을 때, ‘안되나보다’ 판단내리고, 실행을 잠시 멈추고 다른 곳으로 향했기 때문이었다. 


조금 다른 예지만, 블랙베리가 스마트폰의 주류를 이끌던 시절 (노키아가 1등이던 시절)에는 스마트폰에 투자하는 것은 틀린 전략이었다. 시장이 매우 작고, 이용자가 niche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시장을 바꾼 것은 아이폰의 등장이었다. 말도 안되는 전략/기획이었지만, 스티브잡스와 애플의 미친 실행이 결국 시장을 바꿨다. 그리고 ‘우리가 스마트폰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에 대한 why에 대한 설명이 그 집착을 이끌어 냈다. 


테슬라가 등장하기 이전에는 전기차 개발은 오답이었다. 전략적으로도, 기획적으로도 말도 안되는 아이디어였다. 그런데 이 말도 안되는 것을 해낸 것은 당시 일론머스크와 테슬라의 미친 집착과 실행이었다. 그 집착은, 우리가 전기차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에 대한 강력한 신념으로부터 나왔다. 


나는 요즘 impact 이 나오지 않을 때에는 전략 또는 아이디어를 먼저 의심하지는 않는다. 적어도 우리가 하기로 했던 것에 대한 why 가 명확하다는 전제하에, ‘우리는 될 때까지 미친듯이 실행해 봤나?’에 대해 더 먼저 고민하고 깊이 파고 들어가려 한다. 


최근 팀에 몇 가지는 '지금 하지 말자. 해도 나중에 하자'고 강하게 요청했다. 그 이유는 팀이 우리가 집중하기로 한 것에 초몰입/초집중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때로는 할 수 액션의 옵션의 가지수를 크게 제한할 때,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1~2개 밖에 없을 때, 그 때는 어쩔 수 없이 (할 수 있는 것이 1~2개 밖에 없으니까..) 초몰입하게 되는데, 그럴 때 impact 나올 때가 있다. 그게 내가 창업 초창기에 경험한 것이었다. (창업 초창기에는 돈도 없고 인력도 없어서 1~2개에만 초집중 초몰입하고, 안되도 계속 때려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렇게 하다 보니 더 좋은 제품이 나오고, 조금 씩 조금 씩 유저가 증가하고, 유저와 더 가까워지고, 그 과정에서 회사가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런데 팀 규모 및 예산 규모가 증가하면서, 집중력이 일부 흐트러짐을 느꼈다. 그래서 예산을 통제하고,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실행을 다시 1~2개로 국한함으로써 다시 1~2개를 끝까지 때려보는 실행을 팀과 함께 하고 있다


내가 실리콘밸리에서 배웠던 것 중 하나는, 창업 후 최소 5년 동안은, 제대로 된 1개 서비스 개발에 회사의 명운을 걸어라 였다. A 제품 만들다 보니 B 도 시장성이 보여서 B 도 해보고, C도 하는, 그래서 팔리는 제품은 많아지는데 모든 제품이 새로운 시장을 창조할 정도는 안되는.. 그렇게 회사 운영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창업 후 첫 7년 동안은 1:1 성인화상영어 하나를 제대로 만드는 데에 집착했던 것 같고, 그 과정에서 만난 10대 유저를 위한 제품을 창업 7년이 지난 이후 출시를 하게 되었고, 또 1:1 성인화상영어에 집착하며 만들어 낸 기술적 자산인 AI 진단 엔진을 바탕으로 최근 test prep을 만들어보고 있는 듯 하다. 


그리고, 2023년 11월, 한 차원 더 높이 도약하기 위한 승부수를 던져 보는 시점에서, 몇 개의 action 들을 전개하기 보다는, 반드시 잘해야만 하는 1~2개에 초집중/초실행 해 나가는 과정을 팀과 함께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이 의사결정이 이번에도 통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 회사가 또 한 번 next level 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그 동안 여러 시행착오를 통해 찾아낸 ‘1~2개’의 아이디어에 대해, 될 때 까지 포기하지 않고 더 깊이 고민하고 더 치열하게 실행하며 답을 찾아나갈 필요가 있다.


그래서, 요즘 내 머릿속에 딱 하나밖에 없는 키워드는, ‘되게 하자. 될 때까지 하자’ 인 듯 하다.


되게 하자. 될 때까지 신나게 실행해보자.


ps. 나는 팀이 항시 고맙다. 때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주문을 할 때에도, 튕겨내기 보다는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궁금한 것은 먼저 질문해주는 팀이 감사하다. 돌이켜보면, 보통 이런 느낌을 강하게 받았을 때, 약 3~4개월 뒤 회사가 quantum jump 하곤 했었는데, 그래서 연말-연초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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