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는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스타트업 운영 시 도움이 되는 시사점들이 발견할 때가 있다.
음식을 직접 만들어 본 분들은 공감하시겠지만, 남이 준 음식은 배가 부르거나 입맛에 잘 안맞으면 남기는데, 내가 한 음식은 사실 잘 남기지 않게 된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해서 메뉴 정하는 것부터, 재료를 구입하고, 밑작업 하고, 직접 요리까지 하는 과정에서 나름 내 음식에 대한 애착이 생겼기 때문에, 맛이 별로일 때가 있어도, '나쁘지 않네' 생각하며 다 먹게 되는 듯 하다.
1. 여러 단계를 다 직접 챙기며 수고하는 과정에서 애착이 생기는 것,
2. 그리고, 애착이 생긴 음식은 맛이 별로더라도 나쁘지 않다 생각하며 다 먹게 되는 것,
관점에서 최근 스타트업 운영하며 들었던 생각을 공유해 보고자 한다.
1. 한 팀이 제품 판매-운영-CX(유저 대응)-제품 개선 제안까지 다 했을 때 생기는 장점
Ringle 은 10대를 위한 화상영어 Ringle Teens 를 TF 형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제품 자체는 약 1.5년에 걸쳐 만들었는데, 그 후 약 5명으로 구성된 small team 을 꾸려서 판매-서비스 운영-CX 대응-제품 quick fix 제안 등 모든 것을 커버하고 있다. 매출 KPI, 수업 수 KPI, 환불 KPI, 수업 만족도 KPI 까지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튜터 선발/교재 개발/제품 개발 등은 관련 팀이 support 하고 있다)
그런데, TF 에서 판매-운영-CX 관리를 모두 하면서부터, 유저 한 명에 대한 애착(?)이 높아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유저를 제품 설명회 과정부터 만나서 장/단점 등 상담하며 제품 이용을 결정하게 만들고, 이후 해당 유저가 수업을 잘 듣고 있는지 모니터링하며 관리하고, 불편함 또는 개선사항 등은 CX 관점에서 수렴하여 제품 개선 영역으로 정리해서 넘기도 등등을 하다 보니, 유저 한 명 한 명에 대해 holistic view 가 생기고, 유저에 대해 마음도 더 많이 쓰이는 것이다.
유저에 대한 건전한 애착이 늘어날 때의 장점은, 유저에 대한 본질적/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더 빠르고 더 정확하고 더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을 support 할 수 있다는 데에 있다.
하지만 단점은, 유저 한 명 한 명의 결정에 따라 멘탈/심력이 올라갔다가 내려갔다 하는 과정에서 마음과 몸의 상태가 급격하게 떨어질 수 있다는 데에 있다.
그래서, TF 팀원 분과 이야기 하면서, '유저에게 최선의 집중은 집중대로 하되, 어쩔 수 없는 일 (예: 제품과 fit 에 맞지 않아 환불 요청 등)은 자책하지는 말되 유저 분께서 마지막까지 불편하지 않으시도록 잘 대응하면 된다'말씀 드렸다. 특정 상황에서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이성적으로 결정하며, 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이다.
아무쪼록, 팀이 커지다보면 판매-운영-CX 팀이 나뉘어지고, 한 명의 유저에 대해 각 각 조직이 각 각의 관점에서 대응하게 되면서, 유저에 대한 holistic view 가 다소 약해질 때가 있는데, 이번에 Small Team 을 운영하면서 '팀이 커져도 유저에 대한 종합적인 view 를 가지고 일관성있게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이 조금 더 깊어진 듯 하다.
2. Maker 가 빠질 수밖에 없는 함정
제품을 만든 사람에게는 '내가 만든 제품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나는 내가 만든 제품에 객관적이야' 라고 아무리 이야기 해도, 남들이 봤을 때에는 '만든 사람의 제품에 대한 애착'이 강하게 느껴지고, 객관적으로 이야기 하려고 노력하는 만든 사람의 이야기가 감정적이고 주관적으로 들릴 뿐이다. (마치 내가 만든 음식은 아무리 맛이 없어도, '나쁘지는않다'고 평가하며 그냥 먹는 것처럼 말이다. 남이 만든 음식이었다면 '맛 진짜 없다' 하고 안먹었을 상황인데)
그래서, Maker 들에게 '유저게 제품을 이용하고 있는 사실에 근거한 객관적인 현황'을 균형있게 전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이 때 너무 사실에만 근거에서만 이야기 하면 여러모로 감정이 상할 수 있는 risk 가 있기 때문에, '소통을 현명하게 이어나가는 것'이 진짜 중요하다.
제품이 가진 장점, 그리고 보완점 (단점이라는 단어 보다는 보완점이라는 단어가 받아들이기 힘들지 않은 뉘앙스이다) 을 정리하고,
장점은 장점대로 왜 유저가 장점이라 느끼지는 이야기 해주고,
보완점은 보완점대로 왜 유저는 우리의 의도와는 다르게 제품을 이용하고 있고, 그래서 우리가 원하는 impact 가 나오고 있지 않은지 '설명'해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보완 영역의 경우에도, 제품 자체가 오류가 있는 경우와, 제품 자체 문제가 있다기 보다는 외부 환경의 문제로 인한 오류로 구분하여, 오류를 수정해야 하는 부분과 외부 환경에 맞게 개선/보완해야 하는 부분으로 설명하면 좋다.
그렇게 논의가 흘러가면, Maker 들은 받아들이게 된다. Maker 들의 마음 속에는 '유저에게 도움이 되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 도움이 안되는 부분은 고쳐서라도 잘 만들어서 도움이 되고 싶다'는 열정이 가득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 지나친 열정이 때로는 객관적 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하는데, 그럴 때 현명한 소통 & 충분한 설명은 Maker 의 열정이 현실 부정이 아닌 현실 개선으로 흐르게 만들어 준다.
결론적으로, 스타트업을 하다 보면, Maker 로서의 아집에 쉽게 빠지는 나 자신을 종종 발견한다 (아집에 빠지는 동료도 종종 본다). 그리고 스타트업 초반에는 유저에 너무 집중하는 과정에서 멘탈이 나가는 경험을 해보기도 하고, 반대로 팀이 커지는 과정에서는 유저를 holistic view 보다는 각 팀의 입장에서 유저를 바라보게 되는 현상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를 얼마나 빠르고 현명하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회사의 성장 속도가 결정되기 때문에, 오류에 빠지지 않고 잘하고 싶을 뿐이다.
그런데, 요리하면서 이런 생각이 드는것 자체도 문제일지 모른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