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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훈 Hoon Lee Jan 11. 2024

1등 메이커는 다자간 (유통) 채널을 좋아하지 않는다

과거 BCG 시절 여러 프로젝트를 하며 느낀점 중 하나는, 1등 회사는 1) 다른 회사와 섞이는 것을 싫어하고 (주목이 분산되고, 제품 Quality 이외의 경쟁이 붙기 때문), 2) 내가 통제할 수 없는 환경을 기피한다 였다.


일례로, 애플은 유저들이 자사 오프라인 유통 채널인 애플스토어 (체험형 전시/판매 공간)에 주기적으로 방문하고, 자사 captive channel에서 구매하도록 유도한다. 그 이유는, 양판점 또는 종합몰에서 애플을 마주하는 순간, 애플이 원하는 고객 경험을 100%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애플이 유통사의 정책/방식을 따라야만 하고 (즉, 매대 위치, 전시 형태, 경쟁 제품의 종류/SKU 등을 control 할 수도 없고), 타 업체와의 제품 비교 환경에서 가격 및 할인 경쟁의 늪에 빠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애플은 captive 유통 채널 구축에 많은 시간/노력을 할애하고 있다.


한국발 글로벌 회사들도 마찬가지다. 삼성/LG 모두 오프라인 양판점(베스트바이, 코스트코, 하이마트 등) 및 온라인 종합몰(아마존, 쿠팡 등)을 좋아하지 않는다. 지대가 비싼 sweet spot 에 디지털 플라자와 같은 captive 판매 채널을 운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과거 양사의 국내 매출의 경우 하이마트에서 삼성과 LG를 전시하는 비중에 따라 양사 가전 매출이 달라지던 시기가 있었는데, 결국 두 회사 모두 제품/마케팅 경쟁이 아닌, 유통사의 입김에 의해 가격/노출도/고객경험/매출 등이 좌지우지 되는 환경을 싫어했던 것이다. 


단, 이런 play는 소수의 압도적 1등 회사 또는 niche 하지만 확실한 팬덤을 구축하고 Quality 높은 서비스/운영을 제공하는 회사만 할 수 있는 play 이다. 즉, 유저가 굳이 찾아오는 수고를 하도록 만들 수 있는 회사만이 가능한 play 이다. 대다수의 maker 들에게 유통사는 '잘하면 대박이 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another 마케팅 채널'이고, 높은 확률로 일부 손해를 볼 risk 를 감수하고서라도, 유저의 저변을 넓히고 제품에 대한 인지를 강화할 수 있는(종국에는 브랜드 제품이 될 수 있는) 기회의 채널인 것이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요즘의 CES를 보면, 미국 1등 회사들은 유통 채널 뿐 아니라 컨퍼런스 마저도 '여러 회사가 함께 모여 경쟁적으로 전시하는 각축장을 점점 피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한다. Apple, Google, MS 모두 CES 에 큰 투자를 하지는 않았다. Apple의 비전프로 공개로 인해 CES 가 일부 묻히기도 했다. 물론 CES가 전자제품 위주의 박람회라고 하지만, 과거 특정 시점에는 Top IT 회사들이 자사의 신기술을 처음 공개하고 뽐내는 자리이기도 했다. 그런데, 미국 IT 회사들이 1년에 1~2번 자사 신기술/신제품 소개 중심의 captive conference를 크게 진행하고 (전 세계 관련자 초대 및 글로벌 온라인 생중계 통한 presentation 진행) 신기술을 공개하기 시작하면서, 여러 회사의 기술이 소개되는 CES를 우선시하지 않는 현상이 진행되고 있는 듯 하다. 


관련하여 대기업, 그리고 스타트업에게 각 각 다른 시사점이 있는 듯 했다.


먼저, 미국 내 1등에 도전하는 한국발 글로벌 대기업의 경우 우리 회사만 오롯이 빛날 수 있는 행사를 자사에게 가장 적합한 공간/장소에서 가장 적합한 순서/방식으로 진행하고, Product/Technology Quality 뿐 아니라 Presentation Quality 를 바탕으로 전 세계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행사가 진행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것이, 요즘 세상의 "1등의 품격"이기도 한 듯 하다.


그리고, 미국 진출을 노리는, 또는 미국 내 입지 강화를 노리는 스타트업/대기업/중소기업의 경우, 마치 유통사가 많은 maker 들에게 새로운 고객에 다가갈 수 있는 마케팅 platform 역할을 하는 기회인 것처럼, 다수 한국 스타트업들에게 CES 는 새로운 시장에 자사 서비스를 소개하고 입지를 더 강화할 수 있는 행사라 생각한다. 물론, CES 가 미국 Top 회사들도 함께 참여하여 더 큰 주목을 받을 수 있다면 더더욱 좋겠지만, 향후 1~2년은 미국에 소개할 수 있는 나쁘지 않은 행사임은 분명하다.


아무쪼록 CES 를 보면서 든 2가지 생각을 공유해본다. 1등 player 는 CES 를 넘어설 수 있는 captive 기회를 찾는 것이 중요하고, 도전하는 player 들에게 CES는 여전히 잘 활용하면 좋은 채널이다.


ps. 한국기업에 CES는 한국 내 인지도를 높이는 역할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국내 정치/경제/언론의 집중을 집중적으로 받는 행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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