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유저 분과 대화하며, "그 일 잘한다고 소문난 시니어는 주니어 시절 어떤 사람이었나?"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과거 컨설턴트 시절을 상기해보며, 지금 일 잘하는 시니어의 주니어 시절 특징을 정리해 보았다.
1. 방어적이지 않았다.
과거를 회상해보면, 주니어 중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총량을 정해놓고 일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새로운 일이 들어오면, '어떻게 해낼 수 있을까? 다만, 내가 해야 하는 다른 일들과는 우선순위를 어떻게 둬야 하나?' 관점 보다는, '이번주에 내가 할 일은 다 찼으니 일단 못해' '일을 최대한 쳐 내야겠다' 관점에서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 주니어에겐 일을 부탁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게 되고 '꼭 시켜야 하나?' 한 번 더 고민하게 된다. 어떤 주니어는 팀장이 나에게 일을 시키는 것을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 '일 하는 skill' 이라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데, 대단한 착각이다. 일을 튕겨내는 사람에게는 내 고민을 나누고 Discussion을 요청하는 것도 부담이 되어버리고, 그들은 그렇게 '혼자 일하는 사람'이 될 뿐이다.
좋은 시니어들의 주니어 시절 모습은 일을 튕겨낸다기 보다는 '부탁한 일을 내가 최대한 할껀데, 다른 중요한 일들도 있으니, 1) 우선순위를 함께 정하되, 2) 최대한 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해보자' 이야기 하는 분들이 많았다. 그런 사람에겐 더 중요한 고민/일을 부탁하게 되고, 결국 그 사람은 중요한 일을 도맡아 하는 시니어로 성장하게 된다.
2. 말에 가시가 돋히지 않았다.
주니어 중, 일부러 말을 쎄게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말을 쎄게 하게 되면, 상대방은 그 사람을 더 어렵게/조심스럽게 대하게 되는데, 이런 관계맺음을 '일을 잘하기 위한 과정'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것도 대단한 착각이다.
쎄게 말하는 사람에겐 그 누구도 솔직한 피드백 해주지 않고, 대화 자체를 꺼리게 된다. 즉, 혼자 일하게 내려려 둔다. 그 사람이 일을 나쁘지 않게 했을 때에는 '수고했어요' 말하는 것이 전부이고, 결과물이 아쉬울 때에는 '제가 마무리 할께요. 고생했어요' 하고 말 뿐이다. 다소 심한 표현일 수도 있지만, 내가 쳐 놓은 방어막 안에서 성장이 없는 사람으로 나이가 들어갈 뿐이다.
좋은 시니어들의 주니어 시절 모습은, 상대방이 나를 어려워하게 만들기 보다는 나를 편하게 대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분들이 많았다. '내가 좀 만만해 보이면 어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면 좋을 뿐이고, 그 과정에서 나는 내 일을 잘하면 될 뿐이지!' 하는 분들이 많았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모이게 되어 있고, 처음에는 여러 사람 대하는 과정에서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지만, 결국 중요한 일을 진행하게 되는 시니어로 성장하게 된다.
3. 민감하지 않았다.
주니어 중,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상대방이 정확하게 이야기 하지 않으면 따져 묻고, 표현에 곡해가 있으면 그 표현 자체를 문제삼는 경우가 있다. 일을 정확하게 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상대방을 무안하게 할 필요까지는 없는데 말이다.
좋은 시니어들의 주니어 시절 모습은, 주니어임에도 내가 마음 편히 이야기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해도, 그 의도를 파악하여 맞는 방향으로 정리해주는, 때로는 내가 생각해도 좀 정리 안된 생각을 이야기 하였고 헛소리 비슷한 것도 했는데, 그 안에서 꼭 필요한 일을 잘 찝어서 정리하고 실행으로 옮겨주는 '개떡같이 이야기 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 주는 마법사 같은 사람' 들이었다. 그런 사람들이 리더십이 진짜 중요한 고민이 있을 때 discussion partner 역할을 하는 시니어로 성장하였다.
4. 혼자만 잘하려 하지 않았다
주니어 중 너무 혼자 힘으로 모든 것을 다하려고 끙끙 앓는 사람들이 있다 (내 힘으로 해냈으니, 나 혼자 리워드를 가지겠소). 그리고 팀이 최고의 결과물을 내는 것 보다는, 내가 옆 동료 보다 더 중요한 일을 하고 더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업무 태도는 팀워크를 저해한다. 집단 지성을 사용하여 팀 시너지를 만들어 내는 환경을 만드는 데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고, 불필요한 tension 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좋은 시니어의 주니어 시절 모습은, 일단 혼자의 힘으로 해보려고 하되, 생각대로 잘 풀리지 않으면 팀장님 또는 선배들에게 찾아가 빠르게 상황을 설명하고 input을 받아 팀이 원하는 결과물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내는 사람들이었다. '나 혼자 해낼테다' 자존심 부리기 보다는 '팀이 원하는 것을 빨리 하고, 팀이 더 필요한 것을 더 하자' 태도였던 듯 하다. 그리고, "제가 중요한 일을 할께요" 보다는, "팀장님이 보기에,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주세요. 최대한 빨리 해볼테니, 내가 필요한 일이 있으면 더 주셔도 됩니다" 라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었다. 팀장이 되면, 일을 가리지 않고 해주는 (때로는 빛나지 않은 일임에도 묵묵히 최선을 다해주는) 사람이 고맙고, 그런 사람과 더 중요한 고민을 나누게 된다.
5. 걱정이 많지는 않았다.
주니어 중 팀장의 평가에 일희일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면 그럴수록 평가에 더 집착하게 되고, 모든 노력이 '평가를 잘 받기 위함'에 수렴하게 된다. 인정받지 못하면 마치 인생이 부정당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경우도 있었다.
좋은 시니어들의 주니어 시절 모습은, 물론 평가를 잘받고 싶어하긴 했지만, '지금 당장 최고의 평가를 받는 것' 보다는 '정확한 피드백을 받아서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에 초점을 두고 노력했던 분들이 많았다. 무조건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노력하고, 좋은 평가 못받으면 격분하기 보다는... 내 보스에게 정확한 피드백을 구하고, 부족한 부분을 물어보고, 그 영역을 고치려 노력했던 분들이 많았다. 주니어 때 피드백을 많이 받았던 분들이 결국 좋은 시니어로 성장했다.
6. 효율적이지는 않았다. 잘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주니어 중 효율을 지나치게 신경쓰는 사람들이 있다. 효율적으로 일하는 환경이 세팅 안되면 굉장히 힘들어 하는 분들이었다. 왜 이렇게 시간 비효율적으로 쓰는지 모르겠다며 역정 내는 분들도 있었다.
다만,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효율을 떠나서 될 때까지 해볼 필요도 있다. 좋은 시니어의 주니어 시절 모습을 생각해보면, 효율적으로 일하는 것 보다는 더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노력을 멈추지 않는 것에 집중하는 분들이 많았다.
팀이 효율적으로 일하려면, 누군가는 비효율을 감수하고 준비를 해야 하는데, 주니어 시절부터 더 나은 결과를 내기 위해 노력을 멈추지 않은 사람들이, 시니어가 되면 팀이 더 효율적으로 정확하게 일하기 위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숨은 노력을 마다하지 않는 리더가 되곤 했다. 효율만 찾은 주니어는, 시니어가 되어서도 효율만 찾는 리더가 보통 되는데, 리더는 효율적으로 퇴근(?)하는데, 결과물 수준은 높지 않고, 팀은 비효율적으로 돌아가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발생하곤 했다.
7. 윗 사람만 챙기지 않았다
주니어 중 인턴에게 잘 못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인턴에게는 가혹하고 윗사람에게는 친절한 주니어들이 있었다.
좋은 시니어의 주니어 시절 모습은 윗 사람에게도 잘하고 아랫 사람에게는 '더 잘하는' 사람이었다. 윗 사람에게는 내 일을 정확하고 impact 있게 reporting 하기 위해 노력하고, 아랫 사람에게는 나에게 더 편하게 다가올 수 있도록 더 많은 시간을 써주는 사람들이었다. 그런 분들이 리더가 되면, top management 가 주로 찾는 팀장이 되었다. Top management 도 많은 팀원들의 지지를 받는 팀장과 일하는 것이 부담이 적기 때문이고, 더 강력한 조직을 만들기 위한 키맨(인플루언서)임을 알기 때문이다.
1번~7번 내용을 정리해 보자면, 좋은 시니어들의 주니어 시절 모습을 회고해 보면, 처음에는 인정받지 못한 사람들이 더 많았고, 입사 초반 위기를 겪은 사람들도 꽤 많았고, 일을 일대로 많이 하는데 평가는 평가대로 잘 챙기지 못한 사람들도 꽤 많았고, 자기 일도 벅찰텐데 다른 사람 챙기느라 고생은 고생대로 한 사람들도 많았다.
그런 모습이 모이고 모여, 여러 실패가 쌓이고 쌓여, 결국 누군가의 실수를 공감하고 이해해주고, 누군가의 좌절을 보듬어주고, 누군가의 잘못을 빠르게 이해하고 고쳐주는 사람이 되는 것 아닌가 싶다.
좋은 시니어로 성장하고 싶다면, '나는 내 일 잘해서 인정받을꺼야' 생각하며 개인 중심적으로 일하기 보다는, '나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피드백 받으며 배울꺼야' 열린 마음으로 많은 사람과 교류하며 일할 필요가 있다.
ps. 팀을 중심에 놓고, 더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협업을 진행 중인 Ringle 팀에게 감사한 마음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