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그리고 '성장'
짧지도 길지도 않은 내 인생을 회고해보면, '사람' 그리고 '성장'이라는 단어가 단순하게도 남게 됨을 느낀다.
운 좋게 첫 직장으로 입사한 BCG는 사람이 제품인 곳이었다. Client 사무실에 소수 팀이 파견되어 일정 기간 상주하며 보고서와 메세지를 남기고 복귀하는 업이었다. 유저에게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공장도, 유통도 필요없는... 팀이 가서 팀의 의견을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남기고 오는 그런 업이었다. 그래서 BCG 는 더 성장하기 위해 1) 더 좋은 사람을 선발하는 것, 2) 기존 사람들을 더 다양한 프로젝트에 투입하고 자체 트레이닝 프로그램도 돌려서 더 많이 성장 시키는 것에 집중했던 것 같다. 나의 첫 직장 BCG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사람'이었다.
그런 BCG 에서, 나는 '사람'과 함께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다. 매 프로젝트가 매번 새롭게 힘들었지만, 리더/동료/후배 다 좋아서 버틸 수 있었다. 물론 당시에는 참 많이 툴툴거리고 또 회사 욕도 하고 그랬지만,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컨설턴트로서, 그리고 사람으로서 인정받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되어서 아쉬운 마음을 표현한 것' 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렇게 툴툴거리면서도 6년이라는 시간을 즐겁게 보냈던 것 같다. 특히, 후배들이 참 좋았는데, Asso 반장 (ART Dean)으로서 Asso 의 권익향상을 위해 아젠다를 잘 세팅하고 파트너님들과 잘 이야기 하며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역할은 전혀 하지 못했지만, Asso 시절 했던 실수들 모아서 교육 자료 만들고, 다른 Asso 출신 선배들 동원해서 트레이닝 세션 열고 하면서 '교육을 통한 가치 전달'에 힘 썼던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내 마음속에는 '사람'과 '성장'을 위한 방법으로 '교육'이 자리잡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좋아하던 BCG 를 떠나 새로운 도전을 위해 도착한 Stanford 는 '사람'을 가장 많이 강조하는 학교였다. 입학 전에는 스탠포드는 '창업' 및 '기술'을 강조하는 학교일 것이라 상상했었는데, 막상 입학해보니 '사람'과 '기여'를 강조하는 학교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사람'을 좋아하고 '기여'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창업' 또는 '서비스 개발'이라는 비즈니스로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에서 '기술'이 발전해 나가는 것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기술'이 먼저가 아닌 '사람'이 먼저이고, '사람'이 '사람'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10조, 100조짜리 회사 및 비즈니스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음을 배웠던 것 같다. '사람'과 '성장'은 비즈니스와 별개가 아닌, '사람'과 '성장'이 비즈니스의 본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그리고 좋은 친구를 만났던 순간, 바로 창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그 창업이 '사람'과 '사람'을 1:1로 연결하고, '대화'와 '피드백'을 통한 '성장'을 도모하는 업이라는 것이 자연스럽고도 즐겁다. 스탠포드를 거치며, '사람'과 '성장'이 내 평생의 일이 된 것이다.
학교 졸업 후 BCG 에 2008년에 들어갔으니, 사회생활 시작한지 벌써 15년이 지나간다. 그리고 Ringle 창업한지도 9년차에 접어들어 간다. 40대라는 나이에 '사람'과 '성장'을 축으로 1) 보통의 영어 사업이 아닌, 일을 통해 성장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영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2) 그 과정에서 '성장하고 싶어하는 유저 (수 많은 직장인, 대학생들) 및 튜터 (미국/영국 학부를 다니며 글로벌 성장을 꿈꾸는 대학생들)과 개별적으로 만나 교류하고 있고, 3) BCG 사람들과 꾸준히 연락하고, 동료 창업가 및 스타트업인들과도 '성장통'을 함께 나누고 '성장'의 동기를 서로 주고 받으며 즐겁게 지내고 있다. 그래서, 돈을 많이 번 것도 아니고, 대단한 커리어를 만든 것도 아니고, 전 세계 최정점에 있는 스타트업을 만든 것도 아닌데, 일하는 것도 즐겁고 사람 만나는 것도 즐거운 것 같다.
지금으로부터 10년 뒤, BCG 와 Stanford 에서 발견한 '사람'과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Ringle을 통해서는 어떻게 기억하고 정의내릴 수 있을지 궁금하다. 그리고, 그 과정이 어떤 시행착오와 '에피소드들로 가득찰 지도 우려도 되지만 기대가 훨씬 더 크다. 쉽지 않을 도전기, 성장기겠지만, 그 과정에서 더 많은 '사람'에게 '성장'할 수 있는 계기, 솔루션, 장을 제공하는 사람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내 인생의 키워드가 된, '사람' '성장'을 마음에 품고, 오늘도 매 순간 최선을 다해보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