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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훈 Hoon Lee Mar 23. 2024

창업, 극한의 멀티태스킹과 멀티인격

Ringle 을 창업한 2015년부터, 약 10년이 지난 오늘까지 가장 챌린징한 것이 있다면 '멀티태스킹의 범주와 깊이가 어마어마하다는 것' 그리고 '매 순간 메세지/감정/표정 등을 adaptive 하게 대응해야 한다(멀티인격)는 것' 이다.

서비스 기획/개발 챙겨야 하고, 매출/비용을 동시에 모니터링 해야하고, 세금도 내야하고, 계약서 (고용계약서, 투자계약서, B2B 계약서, 용역계약서, 미국에서 각 주별 상이한 계약서들...)를 꼼꼼히 검토해야 하고, 정부지원금 지원/관리해야 하고, 자금흐름 관리해야 하고, payroll/대금지급 등 놓치지 않고 챙겨야 하고, 대금납입 잘 되었는지 살펴봐야 하고, 입사자/퇴사자 관리 및 리더십/시니어/주니어 미팅 등 진행해야 하고... 기타 등등..


물론 어느정도 규모가 되면 해당 일을 분담/전담해주는 팀이 생기긴 하지만, 그래도 모니터링 등을 안할 수는 없고 관련된 정보는 빠삭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분업화 된다고 해서 부담이 경감되는 것은 아니다.


메세지/감정/표정 관점에서도, 하루에 칭찬(?)해야 하는 미팅과 챌린지해야 하는 미팅이 연달이 이어져있고, 퇴사자 인터뷰와 입사자 인터뷰가 연달아 잡히는 경우도 있는 등, 온탕과 냉탕을 반복되는 일정 속에서...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냉정하고 단호하게, 때로는 역질문하고 맞받아치며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여러 인격을 갈아 끼운다는 느낌을 하루에 여러번 반복하다 보면 '혼이 나간다'는 느낌을 받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위와 같은 멀티태스킹 및 Adaptive 한 대응을 허덕 허덕 거리면서도 무너지지 않고 끝까지 버티며 이어나가다 보면,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경험할 수는 없는 깨우침을 얻게 되는 듯 하다. 무엇보다 1) 하염없이 부족한 나 자신의 민낯을 자각할 수 있게 되고, 2) 나의 장점/단점을 정확하게 인지하게 되며, 3)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문제 해결하는 과정에서 지혜/인사이트를 얻게 된다. 


사실 오늘도 '하... 창업... 진짜 끝이 없네. 오늘 쫌 버겁다'는 생각을 몇 번이고 했지만, 누군가가 "그래서 9년 전으로 되돌아가면 창업 안할꺼야?" 물어보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아니오, 사서 고생하는 것 알지만 그래도 할껍니다. 힘듦 그 이상으로 얻은 것이 많으니까요" 라고 답할 것 같다.


지금 직장 다니면서 성장에 갈급함을 느끼는 분이 있다면,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창업'이라는 옵션에 마음과 귀를 열어두시고, 5년 내 인연과 기회가 찾아오면 굳이 의식적으로 거부하지는 않으셨으면 좋겠다 :) 창업은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 길을 따라가 보는 것은, 고난의 행군이긴 하지만, 나 자산을 발견하는 길이기도 하고, 함께 성장하는 사람들을 만나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길이기도 해서, 한 번 사는 인생 관점에서 정말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 


어찌되었던, 어제보다 오늘 더 힘들고, 내일이 더 힘들겠지만, 오늘도 힘내고, 내일은 더 힘내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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