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승훈 Hoon Lee Apr 16. 2024

미국에서 애 키우다 한국에 잠시 와서 느껴지는 것

대한민국 저출산의 원인

곧 지안이 첫 돌이다. 미국에서 태어난 지안이는 1년 중 대부분을 미국에서 지냈다.


지난 주 잠시 한국에 귀국했는데, 귀국 후 느낀 한국의 '아이 보육 범 인프라'는 미국에 비하면 정말 정말 좋다. 


우선,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어린이집은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 (미국에서는 시설도 허름한데 돈은 비싸고, 그마저도 차타고 가야한다)


영유아 까페/키즈 까페 등 아이들을 잠시 놀릴 수 있는 인프라도 정말 잘 되어 있다.


장난감도 렌트 시스템 잘 되어있고, 유기농 이유식은 구독형으로 먹일 수 있다. (미국에도 유기농 이유식이 있지만...  ㅠㅠ)


부모님이 같은 도시에 거주하는 비중이 미국 대비 높아, 부모님 도움을 받기도 용이하다.


병원 인프라도 한국은 매우 뛰어나다. 아이가 아프거나 다치면 인근 병원에서 빠르게 치료받을 수 있다 (미국에서는, '아픈 것이 나을때 쯤 진료받을 수 있다'는 농담도 있다) 산후 조리원은 정점이다. 부자들이 득실대는 실리콘밸리에는 산후조리원이 없다. 


그런데...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미국은 혼인율/출산율이 정상이다. 결혼을 상대적으로 빨리 하고, 이후 출산을 계획하는 가정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1자녀 가정 보다는 2자녀 이상 가정이 더 많다. 반면, 영유아 인프라가 잘 되어있고, 사람의 도움을 받기 좋은 한국의 경우.. 출산율은 전 세계 최악이다. 최근 초등학교 입학생 규모가 졸업생의 60% 수준이라고 한다 (급격하게 인구가 줄고 있는 것이다) 


결국, 한국-미국을 오가며 위의 모순적인 상황을 마주하다 보면 '한국 저출산의 문제의 본질'이 '인프라/제도'에 있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이유가 무엇일까..?


높은 사교육비 때문이라 하기에는, 실리콘밸리도 사교육에 많은 돈을 지출한다.


부모가 아이들 care 에 드는 시간이 많다고 하기에는, 실리콘밸리도 부모가 애들 등/하교 pick-up 하고, 아이가 단체 운동 시작하면 주말에 함께 비행기타고 가서 경기 출전 하는 것 봐줘야하고.... 미국도 아이 care에 손이 많이 가는데 도움의 손길은 오히려 적다. 


집 값 비싸고 생활비가 비싸서 여력이 안된다고 하기에는, 실리콘밸리 물가는 미쳤다.


그렇다면 진짜 이유가 무엇일까..??


미국에서는 '획일적인 기준' 하에 아이들을 3세 부터 경쟁에 내모는 분위기는 없는 듯하다. '4세 고시' '초등 의대 입시반' 등등은 없다. 미국도 사교육은 많지만, 아이와 함께 놀고 대화하고 부대끼며 유대감을 형성해야 할 시기에 '선행학습 시키고 줄세우는' 그런 풍토는 없다. 그래서 그럴까? 미국에서 주변의 미취학 아동을 둔 가정들을 보면 '나도 애 낳고 싶다' 생각이 들었는데, 한국에서는 '애를 낳아야 하나' 고민이 생겼던 듯하다. 


미국에서는 40대 이후의 고민, 60대 이후의 고민을 20~30대부터 하지는 않는 듯했다. '노년은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좋은 학군의 집은 어떻게 사야하는지?' 고민이 20~30대 초반을 지배하는 것 같지는 않다. 20~30대에는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좋은 배우자 만나고, 아이를 낳아 행복한 가정을 시작하는 고민을 치열하게 하고, 함께 만들어 나가며 살아가는 듯했다. 집이야... 세들어 살다가, 여력이 조금 생기면 모기지 받고 조그마한 집 사서 살다가, 아이가 학교에 갈때 쯤 되면 학군이 좋은 지역에 조금 더 넓은 집으로 이사 가면 되는 것이고, 노년에 대한 대비는 '주변에 노년 고민하며 20~40대를 사는 사람들은 없으니, 일단 열심히 살자' 생각하는 듯하다. 


무엇보다 미국에서 아이 낳아 키우는 가정을 보면 '잠도 잘 못자고 고생한다' 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부럽다. 행복해 보인다'는 생각 많이 했다. 집 부근 블루보틀에서, 아빠와 아이가 마주 앉아 와플 나눠먹으며 두런 두런 대화는 모습 보면 '좋겠다.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호기심으로 세상을 보고 눈과 귀로 세상을 담아가는 시기에, 학원 보내고, 입시 걱정하고, 내 아이만 뒤떨어지면 어떻게하지 고민하는 모습은 내가 사는 미국 동네에서는 상상하기 어렵다.


결국, 아이와 가정이 '기쁨' '만들어 나감'으로 다가오기 보다는, '부담' '(다른 아이/다른 가정과의) 비교/경쟁'으로 다가오는 환경 때문에 출산율이 계속 하락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해결될 수 있을까?!


이런 풍토는 시스템/제도가 만들어 낸 것은 아니다. 입시 제도가 이런 풍토를 만들었다 할 수 있을까?  


원인을 찾자면, 1) 다양성을 경험하지 못했고, 그래서 존중하지도 못하는 한국 사회 풍토, 2) 아이라는 단 하나뿐인 고유한 존재에서 고민을 시작하는 것이 아닌, 사회에서의 아이를 지나치게 이른 시점부터 고민하는 분위기 (우리 아이가 미래에 뭐가 되었으면 좋겠어?....), 3) 모두가 자유을 원하고 외치지만, 정작 자유롭지 못한 부모 세대의 마인드셋이 문제 원인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저출산 관련 제도/인프라 관점에서 고민하고 문제 해결하기 위한 여러 노력하는 것도 좋지만, '어른들의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들이 병행되었으면 좋겠다. 정부에 기대서 해결 가능한 문제라기 보다는, 부모들이 나서서 피나는 고민/고뇌/마음고생/노력을 해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 것이라 생각한다.


아이를 낳아보니, 모든 아이들이 다 소중하게 다가온다. 남의 아이도 소중하고, 길거리에 지나가는 낯선 아이도 소중하다. 아이들은 그 존재 만으로 빛나는 것이다. 그래서, 저출산 문제를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더 많으면 더 좋은 세상이 될 것 같은데.. 아이들이 존재할 수 있는 기회 조차 인색하게 반응하고 수지타산적으로 고민하는 이 세상을 받아들이가 어렵다. 특히 내가 사랑하는 고국이 그 지경인게 더 받아들이기 어렵다.


스타트업하느라 정신 없긴 하지만, 그래도 이 문제에 꾸준히 관심가지고, 더 많은 아이들이 더 바르고 에너지 넘치고 밝게 자라날 수 있는 세상 만드는데, 1) 링글을 통해, 2) 글을 통해, 3) 행동을 통해 하루에 10분이라도 매일 노력하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