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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훈 Hoon Lee May 25. 2024

PE 관점 차용하기

과거 많은 자본이 start-up 에 집중되었을 때에는 '어떤 서비스가 더 좋은 사용 경험을 제공하여, 1) 더 많은 사람들이 2) 더 자주 쓰고, 3) 더 오래/계속 쓰게 하는가?가 가장 중요한 지표였다. '얼마나 빠르게 수익을 낼 수 있는가?' 보다는 '서비스를 반복 사용하는 유저를 얼마나 많이 빠르게 모아서 업을 장악할 수 있는가?'가 중요했다. 쿠팡이 엄청난 적자를 보면서도 버텨낼 수 있었던 이유는, 쿠팡의 성장을 value 하는 자본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시기에는 '유저', '문제해결', '성장'이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회자되었던 듯하다. MBA 에서도 매출/수익 보다는 유저/문제해결/성장이라는 단어가 언급된 빈도수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그 관점에서 Scalability가 회사를 평가하는 키워드였다. 


다만 최근 1~2년 사이 금리가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인상되는 과정에서, 자본이 Start-up 을 바라보는 관점이 급변하였다. 서비스가 얼마나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가?도 중요하지만, 전 세계의 폭발적 관심을 받고 있는 LLM/시스템 반도체 영역에 있지 않은 이상은, 당장 수익을 만들어 낼 수 있는가?가 매우 중요한 지표가 되었다. 


결국 Scalability 만큼이나, unit economics & profitability 가 중요해진 것이다.


다시말해, 요즘 같은 시기에는 1) 더 자주 쓰임받는 서비스를 만들되, 2) unit economics 를 합리적으로 설계하여, 3) top-line 과 수익의 동반 성장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 관점에서 요즘은 PE의 approach 를 '합리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2~3년 뒤 우리 회사가 목표하는 재무제표/손익계산서를 정해 놓은 뒤, 지표를 그렇게 만들기 위해 앞으로 2~3년 간 1) unit economics (제품 1개 팔 때의 수익구조)를 재설계하고, 2) 필요한 규모의 매출을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3) 고정비를 합리적으로 통제/관리하여, 4) 필요한 영업이익을 특정 기한 내 만들어 내느냐를 top-down 으로 정의해 보는 것이다.


결국, 1) 유저의 사용성을 높여가며 서비스를 성장시키는 여정과, 2) 회사가 더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달성해야 하는 2~3년 뒤 재무/수익 구조를 align 시키는 것이 앞으로 2~3년의 핵심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비전-미션-상품-서비스-사람-시스템-인프라를 align 시키는 것을 넘어, 서비스와 재무구조 성장을 align 시키는 것이 중요해진 현 시점에서, 재무구조 관점에서 biz model 을 만들어가는 PE의 관점을 스타트업 운영 시 '부분적으로 차용'할 필요가 있다. 


단, 시대가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수익이 성장을 느리게 만드는 구조는 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장이 주춤하면 그 때부터 '스타트업'으로의 정체성이 파괴되기 때문이다. (PE 관점을 차용하되, 매출-수익이 x10 성장하는 모습을 설계해야 하는 것이다) 


어려운 시대다. 하지만, 모두에게 큰 자본이 선사되어 모두 자본을 던지는 play 하는 시기보다, 어려운 환경에서 고민/자원을 쥐어짜내며 하루하루 버텨나가야만 하는 시대가, 스타트업을 진짜 스타트업으로 만들어 주는 시간일 수 있다. 이제는 다시 스타트업답게 적은 사람이 더 빨리 더 민첩하게 더 과감하게 움직여서 유저도 만족시키고 비용 효율적 성장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그래서 2~3년 내 팀이 원하는 재무지표로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화이팅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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