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을 할 때, 아주 가끔, 상대방의 소통법에 깊은 감동을 느낄때가 있다.
상대방의 소통이 잔상처럼 기억에 나름 오래 남는 경우를 떠올려보면 아래와 같다.
1. 신중하고도 배려가 보이는 단어 선택
'단어 선택이 매우 적절하고 그 안에서 배려가 느껴진다'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있다.
단어 선택을 신중히하는 사람은 중요한 단어 선택을 할 때 아주 잠깐 (진짜 0.1~0.2초) 고민하고 말하는 것이 느껴진다. 물론, 이 마저도 익숙한 사람은 단어 선택의 적절함이 일관적으로 쭉 느껴진다.
단어 선택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특히 듣는 사람의 인지구조와 그 사람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표현에 대한 감을 가지고 단어 선택을 해야 한다. 말하는 사람이 얼마나 상대방을 고려하며 소통하는 마인드셋/습관을 가지고 있는지가 핵심이다.
나는 이 습관을 BCG 다니면서 배울 수 있었다. Client 에게 메세지를 전달하는 업이었다 보니, 항상 그 분들의 반응을 살피는 버릇/습관이 있었다. 그 습관이 정말 큰 도움이 된다.
2. 상대방을 배려한 Disclaimer 강조
말을 신중히 하는 사람은 Disclaimer 를 정확히 전달하는 경향이 있다.
"지금 이 부분은 내 개인적인 경험에 바탕을 둔 이야기야. 실제와는 일부 다를 수 있음을 알아줬으면 해"
"학교/회사의 판단 기준은 솔직히 저도 잘 모릅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에 바탕을 둔 생각이니 감안해서 들어주시고, 꼭 스스로의 판단 기준을 세워서 판단하셔야 합니다"
"최근 3개월 간, XX 부분의 성장율이 60% 수준이고, 수익성도 30%로 빠르게 개선되었습니다. 다만, 꾸준히 해당 성과가 나올지에 대해서는 2~3개월 더 지켜봐야 합니다"
Disclaimer는 상대방이 내가 제공한 정보를 확대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을 때, 한 번 끊어주고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주기 위해 제공하는 '잠깐만요!!' 순간이다. 나에게 더 유리할 수 있음에도, 상대방이 더 정확하게 판단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잠시 stop 하는 것이다.
Disclaimer 를 너무 자주할 필요는 없다. 너무 잦은 Disclaimer 는 소통을 방해한다. 다만, 중요한 정보에 대해서는 Disclaimer 를 부드럽지만 확실하게 할 필요가 있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소통의 기본이다.
3. 개인적인 경험은 책임질 수 있는 범위내에서 솔직하게. 단, Confidential 에 대한 요청은 명확하게.
본인의 솔직한 생각/느낌/경험을 나눠주는 사람은 오래 기억될 수밖에 없다. 그 만큼, 굉장히 개인적일 수 있는 이야기를, 나를 신뢰하기 때문에, 그리고 나를 위하기 때문에 이야기 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솔직한 이야기를 잘 전달해주는 분들의 특징 중 하나는, 상대방이 부담스럽지 않은 범위 내에서 솔직하게 이야기 해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누군가가 피해를 보지 않는 범위내에서 이야기 해준다는 것이다.
솔직한 이야기 속에 제 3자의 이야기가 포함될 경우, 해당 제 3자가 1) 좋은 사례의 주인공일 때에는 누군지 짐작은 할 수 있도록, 2) 실패 사례의 주인공일 때에는 누군지 짐작은 할 수 없게 (하지만 듣는 사람이 충분히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제공하면서) 전달해준다. 그게 제 3자와 듣는 사람에 대한 기본적 예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confidential 을 전제로 한다 할지라도, 듣는 사람이 혹여나 실수를 했을 때에도 난처하지 않을 수 있는 범주 내에서 이야기 해주는 것이 예의이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달하는 솔직함의 정도를 control 하는 것은 말하는 사람의 책임이다.
4. 조언은 명확하게 but 듣기 편하게.
메세지를 부드럽게 전달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단 메세지가 짧고 명확해서 이해하기 쉽다.
그리고, 나에게는 다소 불편한 이야기일 지언정 그 메세지가 잘 들어오는 경우를 떠올려보면, 1) 나를 잘 아는 사람이, 2) 나를 진심으로 생각하는 마음으로 전달한 의견일 때였다. 나를 잘 안다는 것은, 그 만큼 그 동안 나를 위해 시간을 내어줬다는 뜻이다. 그리고, 아무리 잘 알고 친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상대방이 듣기 불편한 이야기를 하는 데에는 많은 고민이 필요하고 에너지가 필요한 일인데, 그럼에도 이야기 해준다는 것은 정말 나를 생각해 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상대방의 진심이 느껴지는 충고는, 그 메세지가 어떻든지간에, 소중하고 감사하다.
5. 말하는 태도 만큼 듣는 태도가 좋은.
소통이 기억남는 사람은, 말할 때의 모습도 기억남지만, 들을 때 모습이 특히 더 기억에 남는다.
내 이야기를 정말 집중하고 몰입해서, 그리고 공감을 해주며 듣는 사람에게는, 그 만큼 나도 그 사람의 이야기에 몰입하게 된다. 상대방의 듣는 태도가, 그 사람의 메세지의 힘을 결정하는 것이다.
기억에 남는 소통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고, 또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회사의 리더십이라면 더더욱 그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