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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성장은 내가 속한 조직의 격에 의해 결정된다.

by 이승훈 Hoon Lee

개인의 성장은 내가 속한 조직의 격 (조직의 비전/관점/일의 Quality)에 의해 결정된다.


컨설팅 업은 어떤 조직의 누구의 문제를 해결하느냐에 따라 회사의 명성 및 해당 회사 출신들의 평가가 구분된다.


큰 조직의 CEO의 문제를 해결하는, 소위 말하는 Big 3 (McKinsey, BCG, Bain) 회사들의 수임료가 가장 비싸고, 해당 회사 출신들이 받는 대우가 가장 높다. 반대로 작은 회사의 실무진 문제를 해결하는 컨설팅 회사들은 수임료가 상대적으로 낮고, 해당 회사 출신들이 받는 대우도 경쟁력 측면에서 매우 높은 편은 아니다. 같은 학부를 졸업한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Big 3 에서 5년 일했고, 또 한 사람은 로컬 컨설팅 회사에서 일했다고 가정 시, 5년 뒤 두 사람이 문제를 보는 관점, 문제 해결하는 방식, 그리고 두 사람이 받을 수 있는 대우는 꽤 많이 달라져있음을 느낀다.


'이 사람은 일을 잘하는 사람인가?'에 대해서는, 커리어 초반에는 개인의 역량이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경력이 쌓이면 쌓일수록, 1) 이 사람이 어떤 skill 을 얼만큼 가지고 있는가? 2) 이 사람이 얼마나 똑똑한가? 보다는... a) 이 사람이 소속된 회사는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높게 성장한 회사인가? b) 이 사람은 회사로부터 어떤 일을 받았고 이를 어떻게 해내며 성장해 왔는가? c) 그 일은 얼마나 어렵고도 중요한 일이었나? 에 따라 '일을 잘하는 사람'에 대한 평가가 결정됨을 느낀다. 마치 컨설팅 회사 입사 전에는 같은 역량을 가진 사람이었지만, 그 후 5년 어떤 컨설팅펌에 소속되어 어떤 client 회사 내 누구의 문제를 해결해오며 성장했는가가, 그 사람의 역량/가치/포텐셜을 결정하는 것과 같다.


결국 커리어가 올라가면 갈수록, 개인의 능력만으로 평가받기 보다는, 내가 속해있는 조직의 비전의 크기, 내가 속한 조직이 정의하는 일의 속성, 내가 받는 일의 난이도/Quality, 나에게 피드백 주는 리더의 관점/역량의 크기 및 나와 협업하는 동료들의 수준에 따라 평가 받는다고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Ringle 이라는 에듀테크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실리콘밸리 반 서울 반 오가며 일하며.. 한국사람으로서 크게 우려가 되는 점을 하나 느끼고 있다. 바로 실리콘밸리 내 테크 회사와 한국 내 테크회사 간 격차가 더더 크게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내 빅테크 회사들이 정의하는 다음 세상의 정의, 기술의 역할, 이의 달성을 위한 프로젝트의 수준이 한국 내 테크 회사들이 정의하는 것 대비, 더 본질적이고, 더 포괄적이며, 더 난이도 높은데, 더 큰 impact 를 창출할 수밖에 없는 것들로 구성되어 있다. 반면, 한국 회사들이 바라보는 비즈니스/테크/서비스의 수준/본질/범주는 미국 내 테크회사들 대비 매우 아쉽다. 더불어, 미국 정부에서 AI 라는 업에 대해 각 국 정상을 대상으로 대놓고 '미국이 AI 사업을 키워나가는 것 건드리자 마라. 밑보이면 우린 가만히 있지 않는다' 는 스탠스는 미국/한국 간 테크기업 간 격차를 더 크게 벌릴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어서 더 아쉽기도 하다.


미국 테크회사들이 정의하는 업의 정의와 한국 회사들이 정의하는 업의 정의는 마치 컨설팅에서 Big 3 와 로컬 컨설팅 회사의 수준과 유사하다는 느낌을 개인적으로 많이 받는다 (주관적인 느낌이어서 틀릴 수도 있지만, 그런 느낌을 무척 만힝 받는다) 미국 테크회사에서 일한 인재들과 한국 회사에서 일한 인재들의 격차가 경력이 올라갈 수록 더 커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 생각한다.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의 범주는 내가 속한 회사의 역량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미국/한국 테크 회사 간 격차가 커지면, 그 안에 소속된 사람들의 관점/역량/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적인 우려가 더 커지는 것이다.


참고로 미국 테크 회사들끼리 경쟁하는 것 보면 정말 살벌하다. 그 대단한 OpenAI 도 '우리 언제 밀릴지 몰라. 밀리면 끝장이야. 오늘 더 긴장하며 문제 해결해야 해!' 라는 긴장감이 팽배하다. 아마존도 '우리 잘못하면 2~3년 뒤 정말 밀릴수도 있어. AI 트렌드를 잘 활용하여 유통업/클라우드업에서의 지위를 유지해야해. 이 트렌드를 조금이라도 잘못 이해하거나 잘못 활용하거나 잘못 개발하면, 그 순간 끝이야' 라는 위기감이 엄청나다. 그래서, 핵심인재들이 받는 압박의 강도는 매우 쎄고, 이 압박을 견뎌내며, 경쟁사 대비 더 뛰어난 기술/솔루션을 더 빠르고 더 정교하고 결국 유저의 만족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들어 내는 사람만 살아남는 생존 경쟁 속에서 하루하루 '내가 성장하느냐, 내가 도태되느냐'의 기로를 버텨내고 있다. 뛰어난 인재는 생산적 경쟁 속에서 살아남는 과정에서 탄생된다고 하는데, 미국 테크 회사들의 경쟁 간 인재들이 받는 압박의 강도는 한국에서 경험하는 것 이상의 이상의 이상이라는 것은 사실인 듯하다.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결국 기업들이 잘해야 한다. 1) 전 세계 사람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세우고 (우리도 할 수 있다. 어차피 서비스는 사람을 위해 사람이 만드는 것인데, 우리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2) 그 비전을 단기간에 달성하는 수 있는 기술/솔루션에 대한 정의를 정확하게 내리고, 3) 무리수가 따르겠지만, 가급적 빠르게 만들어 낼 수 있는 방법을 설계해서 어떻게든 해낼 수 있도록 하고, 4) 이를 해낼 수 있는 소수의 사람들과 함께 어렵고 쉽지 않지만 해내야 하는 길을 함께 실행해내고, 5) 이를 세상 사람들에게 잘 알려 하루하루 더 많은 유저가 우리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함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구글/마소/OpenAI 를 언젠가는 이길 수 있다는 마인드는, 과거 조선업을 일구고 반도체업을 일군 선배들의 창업 마인드이기도 하다.


생존하는 것도 힘든 시대에, 대의를 가지고 서비스를 운영하고 성장시키는 것은 정말 어렵다. 그런데, 창업을 왜 했는지? 본질적으로 생각해보면, 겨우겨우 생존하려고, 어떻게든 수익내려고 창업한 사람은 없다고 본다. 대의를 품기 어려운 시대이지만, 이럴때일수록 대의를 마음 속에 품고, 잘 생존해 나고 잘 성장하며, 성장 모멘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한다. 그것이, 초글로벌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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