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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훈 Hoon Lee May 01. 2019

업의 판도를 변화시키는 힘

백색가전은 사양사업이었고, 스마트폰은 5%를 위한 제품이었지만, but.


대학생 시절, 첫 인턴을 했던 시기 (2004년)는 모두 폴더폰을 쓰던 시기였다. 벨소리 화음이 늘어나고, 핸드폰 내 카메라로 스티커 사진 수준의 사진을 찍던 시절.




당시, 옥션이 온라인 상거래를 주도하고 있었고, 온라인 쇼핑몰도 인터파크가 직매입 기반 초저가 공세 (특히 도서와 화장품) 및 책한권만 사도 무료배송을 내걸며 무섭게 성장하고 있었던 시대로 기억한다. 2001년 대학에 입학할 때만 해도, PC 통신에서 인터넷으로 넘어오기 시작하면서, 다들 daum 한메일로 '이메일'에 신기해하고, 싸이월드를 통해 관계를 맺던 시대였는데, '인터넷이 좋긴 한데, 상거래까지 인터넷으로 할까? 제품은 직접 보고 입어보고 그렇게 사야하는데, 과연 온라인 커머스가 성장할까?'에 대한 회의론이 더 많던 시대였는데, 불과 2~3년 만에 옥션과 인터파크 등이 업계의 판도를 뒤집어나가던 모습이 기억난다. (당시 아마존은 도서 전문몰에서 종합쇼핑몰로 진화해가던 시기였다) 말도 안되는 직매입과 무료배송으로, 고객에게 Wow 경험을 선사하며 인터넷 상거래를 보편화 해나가는 모습을 보며, 대형 증권사 / 컨설팅 회사 모두 '인터넷 상거래의 성공요소 분석 및 벤치마킹 보고서'가 많이 나왔던 기억이 있다. 




컨설팅회사에 입사했을 2008년은, 커리어에 욕심 많은 대학생들은 블랙베리를 가지고 싶어하던 시기였다. 투자은행 다니는 잘나가는 선배들이 항상 블랙베리로 이메일 확인하면서 열일하는 모습이 너무 멋있게 보이던 시기? 당시 스마트폰 시장에 대한 미국 Top 증권사 보고서의 전망은" 5~10% 시장만을 선점할 수 있는 프리미엄 제품이다" 였다. 그리고, 당시 대형 전자회사의 고민은 '백색가전은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고, 중소기업이 가격으로 치고 오는 레드오션 시장이기에, 이걸 계속 가져가야 하나 아니면 매각해야 하나' 였었다. 글로벌 초대형 기업이 하기엔 격이 떨어지는 사업이 되고 있었고, 전문가들은 여러 보고서를 통해, 백색가전을 매각하고 정확히 알 수 없는 멋진 단어의 조합이었던 신수종사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그런데, 스티브잡스의 아이폰이 나오면서 스마트폰이 대세가 되기까지 약 2년이 걸리지 않았던 것 같다. 내가 회사를 입사했을 때에는 폴더폰을 가지고 있었고, 왜 우리회사는 블랙베리 안주지 의아해하고 있던 상태로 주니어 시절을 보냈는데, 어느덧 나의 핸드폰은 아이폰이 되어있었고, 아이폰으로 이메일 확인이 가능해져서 블랙베리라는 존재는 아예 없어졌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백색가전은 다이슨의 청소기/헤어 드라이어/선풍기, 발뮤다의 공청기/토스터기 등 고객의 니즈에 부합하는 초고가 제품이 글로벌 히트를 치면서, 업에 대한 평가가 전혀 바뀌어가고 있는 현상을 본다. 가전은 IoT 를 대비한 시장이라기 보다는, 제품 하나하나를 기가막히게 잘 만들면 그 자체 만으로도 엄청난 성장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었던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요즘은 백색시장의 가능성과 발뮤다/다이슨의 창업 성공기 및 벤치마킹을 다룬 보고서를 저마다 내고 있다.




약 4~5년 전만 해도, 한국은 매우 작은 시장이기에 유니콘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요즘은 한국에서 유니콘이 계속 나오는 이유에 대한 글을 굉장히 많이 보인다. 




결론적으로, 어떤 시장이든, 업의 판도를 뒤바꿀 수 있는 잠재력은 존재한다. 인간이 완벽한 제품/서비스를 만든 시장은 아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잠재력이 잠재력만으로 존재할 때에는, 많은 사람들은 가능성이 적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고 있고, 고만고만한 제품들끼리 흔히 이야기하는 레드오션 경쟁을 하고 있기에. 그런데 그 잠재력을 두 차원 뛰어난 서비스/제품으로 구현시킨 창업자/사업가가 등장해 업의 판도를 바꿔나가면, 업을 지배하고 있던 비관론은 일제히 찬사로 바뀌고, 비관론자 들은 벤치마킹 기반 성공 스토리 전도사로 변모하게 되는 듯 하다.




큰 변화를 만든 창업가들이 한결같이 하는 이야기는, '내 비전을 믿어주는 사람이 100명을 만나면 2~3명 정도였는데, 이들이 투자해주고, 또 회사에 조인 & 합심하여, 기적을 만들 수 있었다. 사실 나라도 누군가 나에게 와서 내가 한 이야기를 하면, 안믿었을 것 같은데, 그 이야기를 믿어 주는 소수의 사람이 있더라. 결국 덜 믿어주는 95명 때문에 포기하는 것이 아닌 믿어주는 5명을 찾기 위해, 계속 희망을 품고 좌절하지 말고 계속 만나서 이야기하고 꿈을 전파하며 서비스를 키워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창업을 한 이유도, 다른 사람의 성공기/실패기를 분석하는 사람이 아닌, 실패자가 될 지언정 인류에 도움이 되는 것을 만드는 도전을 직접 해보고, 꿈이 이끄는 삶을 살아보자에 있었던 것 같다. 업의 판도를 바꾼 사업가 분들이 이야기 한 5명을 아직 찾아나가는 단계이지만, 그래도 2년 이상을 버텨준 팀이 있고(팀 전체가 5명 중 1명), 또 애정을 가지고 피드백 주시는 유저분들이 있고(대다수 유저분들이 5명 또 다른 1명), 꾸준히 믿어주시는 투자자 분들이 계시다는 것은(투자자분들 전체가 5명 중 또 다른 1명) 행복한 일이다. (5명 중 2명을 더 찾으면 되는 것인가!! 사실, 본질적으로 창업팀이 100배, 10,000배는 훌륭한 리더십으로 성장해 나가야 하기도 거겠지!!) 좋은 것을 만드는 것, 그래서 더 성장하고, 그 성장으로 더 좋은 것을 만들고 더 똑똑하게 실행해서, 더 성장해서 더 좋은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은 모든 사업가의 숙명이라 생각하고, 그 길을 쉼 없이 달려가보고 싶다.



근로자의 날이지만, 1~2달 정도 계속 머릿 속에 떠돌던 생각을 정리한 글 끝. 어벤저스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는 것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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