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선점, 그 과정에서의 재미.

by 이승훈 Hoon Lee


10년 전에는 '재미/신남'이 키워드였다. 모든 회사에 방문하면, 인테리어 자체부터 재미가 느껴졌고, 회사 내 재미를 더해주는 여러가지 장치 (금요일 비어챗, 오피스 내 게임 시설, 공짜 점심/맛난 간식 등)들이 운영되고 있었고, 그 안에서 사람들이 나름 재밌게 일하고 있었다. 사실 과거 아이폰 모멘트때는 그런 인테리어가 없어도, 행사가 없어도 '나는 유저를 위해 새로운 앱을 만드는 것이 너무 신나' 하는 사람들이 모여 스타트업이 시작되었고, 마침 그 시기에 실리콘밸리에 큰 호황이 임하며 만듬=신남의 분위가 존재했었는데 (즉, 재미의 본질이 만듬에 있었던 시기), 어느 순간부터 만드는 것 자체에 흥미를 느끼지는 않은 사람들의 유입도 많아지고 (만드는 것이 재밌어서 유입되는 사람들 보다는, 좋은 직장을 찾아/성장의 기회를 찾아/돈도 많이 벌고 재미도 있는 분위기가 좋아서 유입된 사람들이 증가), 재미가 의무/형식화 되면서.. 재미가 변질되시 시작했고, 불황 및 AI 가 찾아오며 이제 재미라는 키워드는 쏙 들어간 느낌이다.


요즘의 키워드는 생존, 선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AI가 강타하고 있는 이 시대에 '생존'하는 서비스가 되기 위해, AI 를 활용하여 비용은 비용대로 줄이고 AI 를 적용해서 매출은 매출대로 만들어내는... AI 중심의 생존의 노력을 구가하고 있고, 특히 Big Tech 들은 핵심기술/도메인을 선점하기 위해, 선점하지 못하면 그냥 밀린다는 위기감을 가지고, 새로운 기술 등을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스타트업은 시대의 분위기에 휩쓸리지는 안되, 그 분위기의 본질을 이해하고 똑똑하게 활용하며 때로는 버티고 때로는 성장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AI 는 매출 증가 보다는 비용 절감/속도 개선으로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 AI 기술을 활용하여, 줄일 수 있는 비용은 줄이고, 높일 수 있는 속도는 높여야 한다. 비용을 줄이고 속도를 높여 매출을 더 많이 만들어 내는 방법이 AI 활용 제 1단계라 생각한다. 다만, AI로 매출을 추가 확보하는 제품을 만들거나 기능을 구현하는 것은 실패의 확률이 더 높기 때문에 신중히 접근하되, 유저의 피드백을 통해 기회를 발견하고, 단기간 내 빠르게 mvp 를 만들고 매출 테스트를 해보며 치고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한다.


동시에, 재미가 감소한 분위기를 활용할 필요성이 있다는 생각도 든다. 다만 재미를 재해석하여 접근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실리콘밸리의 재미의 본질이 '제품 만들기'에 있었음을 명심하고, 다양한 benefit/행사를 통한 재미 보다는, 내가 만들고 싶은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의 재미, 배울 수 있는 동료와 협업하면서 느끼는 재미 등을 만들어 내야 한다 생각한다. 만드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재미는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연료이고, 스타트업만이 줄 수 있는 독특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나도 한 동안 재미라는 것을 놓고 살았는데, build-up 해나가는 재미가 느껴질 수 있게 하는데에 노력해야겠다는 반성을 하게 된다. 그리고 Ringle 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키는 교육 서비스였지만, 속도감 개선, 학습효과 향상, 그리고 작년에 런칭한 AI 튜터 서비스의 독립 서비스로서의 완성도 개선, 마지막으로 기존 1:1 서비스와 AI 서비스의 통합 운영 기반 시너지 창출 등에 집중해야 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똑똑한 선점, 그 과정에서의 재미를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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