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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훈 Hoon Lee Aug 21. 2019

내 생각을 전달하는 사람 vs 나를 이야기하는 사람

인터뷰어 입장에서 선발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일까?

중-고등학교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시험을 잘보기 위한 팁 중 하나는 "출제자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였다.


돌이켜보면, 나는 중-고등학교 시절, 출제자의 의도를 생각하며 문제를 풀었던 것 같지 않다. 나는 문제 풀 대 '예전에 접했던 문제였는지?'를 가장 먼저 생각했고, 이후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단어를 중심으로 생각하며 급하게 문제를 풀었다. 그래서인지 자주 실수를 했고, 출제제가 만들어놓은 함정에 빠지기도 했다. 출제자의 의도를 생각하며 문제 푸는 습관이 들었더라면 더 쉽게 고득점 받을 수 있었고 시험 간 편차가 크지 않았았을텐데, 정작 시험문제 풀 때에는 매번 시간에 쫓기며 문제를 풀어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과거 컨설텅 취업 인터뷰, MBA 입학 인터뷰를 준비할 때에도 주변에서 가장 많이 해 준 조언은 "인터뷰어의 의도에 맞는 답변을 해야 한다" 또는 "인터뷰어의 입장을 생각해보고 답변해라" 였다. 사실, 인터뷰를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그 말이 잘 와닿지는 않았다. 너무 뻔한 이야기였기에 ㅠ.


그런데, 컨설팅 사 입사 후 인터뷰어로서 인터뷰를 봤을 때 가장 안타까웠던 것 중 하나는 "인터뷰이 분들이 너무 논리적으로만 준비된 답변을 한다. 본인이 생각하는 정답만을 주장하려고 한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말이 되는 이야기만 하려고 하는 것 같다" 였다.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파악해야 했는데, 이 사람이 누군지가 보이지 않았던 경우가 많았다. 똑똑해 보일법한 답변도, 사실 인터뷰가 종료되면 기억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인터뷰어였던 당시, 기억에 오래 남는 지원자들은 대부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준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본인의 과거 경험 속에서 시사점을 이야기 해주는 사람들에겐 정말 wow 했다. 인터뷰가 '정답맞춤 대회'라기 보다는 '내가 함께 일/공부하고 싶은 사람을 선발하는 자리'이고, 인터뷰어가 궁금한 것은 인터뷰이의 답변이 얼마나 짜임새있는지가 아닌,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인지 이기에, 인터뷰어는 인터뷰이의 솔직한 경험과 시사점에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다면, 사람은 누구나 비슷한 경험과 생각을 하며 성장하기에, 인터뷰이가 과거의 경험 및 생각을 솔직하게 이야기 할 때, 쉽게 공감이 된다는 사실이다. 상대방의 솔직한 과거는 경청하게 되고 상대방의 논리적 주장은 비판적으로 듣는 것이 인간의 본성인데, 경청하는 인터뷰일때가 인터뷰어 입장에서 인터뷰이에게 더 좋은 perception 을 가지게 되었던 것 같다.


요즘, 이따금, 컨설팅을 준비하는 후배들이 찾아와서 mock interview 를 부탁할 때, why 컨설팅부터 물어보는데, 후배들이 준비한 답변을 들어보면, 대부분 '자... 됐고, 솔직히 이야기 해봐요. 진짜 왜 컨설팅 가고 싶은지?' 라고 반문하는 경우가 많다. 이후, 이 친구가 솔직하게 하는 이야기를 듣고 난 이후에는 대부분 '아니 그 이야기가 더 와닿고 좋은데, 처음에는 왜 그렇게 이야기 안했어요?' 라고 반문하게 되는데, 이 때 후배들은 대부분 '앗, 뭔가 더 특별하게 말해야 할 것 같고, 더 논리적으로 말해야 할 것 같아서 처음에 그렇게 답변했습니다' 라고 이야기한다. 그 때 주로 해주는 말은 '솔직하게 이야기 해주는 사람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다. 


  

결론적으로, 인터뷰어에게 인터뷰는, 인터뷰이의 생각을 듣고 싶은 자리가 아닌, 인터뷰이가 어떤 사람인지 듣고 싶은 자리인 것 같다. 인터뷰이가 인터뷰를 내 생각을 주장하는 자리가 아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생각하는 사람인지 들려주는 자리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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