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하는 사람과 해석하는 사람.

by 이승훈 Hoon Lee

창조하는 사람과 해석하는 사람.


과거 핸드폰 시장에서 스마트폰 이야기 하면 혼나던 시절이 있었다. 과거 스마트폰 시장은 전체 핸드폰 시장 중 5% 이내를 차지했다. 그리고 스마트폰이 시장의 지배폰이 될 것이라 예측하는 증권사/컨설팅사/연구원/교수 등 기관들은 없었다. 블랙베리가 가장 대표적인 스마트폰이었는데, 블랙베리가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노키아의 시대였다. 그런데, 애플 아이폰이 출시되며 시장 구도가 바뀌었다. 핸드폰 시장을 스마트폰 시장으로 바꾼 것은 스티브잡스와 애플의 집념이었다. 그 이후, 논리적으로 해석하는데 능한 사람들 (애널리스트, 컨설턴트, 연구원 등)은 기존 관점을 180도 바꿔서,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핵심역량은 무엇이고, 그들의 best practice 는 무엇인지? 연구하며 기존 피처폰 업체들의 한계를 논하기 시작했다.


과거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이야기 하면 혼나던 시절이 있었다. (불과 10여년 전이다) 안되는 이유들도 많았고 (배터리의 성능, 충전 인프라의 한계 등), 시장성에 대한 전망도 불투명했다 (당시 도요타, 벤츠 등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에 뜨뜨미지근했다). 그래서 시장을 논리적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은 전기차에 대한 보고서 조차 내기를 꺼려했다. 그런데 일론머스크와 테슬라가 집념과 똘끼로 만들어 낸 테슬라가 등장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 전기차를 바라보는 세상의 관점은 바뀌었다. 선도 자동차사도 전기차를 만들기 시작했고, 자동차 산업은 SW 중심으로 재편되기 시작했으며, 그 모든 트렌드는 테슬라가 제시했다. 해석하는 사람들은 전기차 시장에서의 테슬라의 핵심 역량을 분석하며 best practice 를 제시하기 시작했고, 기존 전동차 회사들의 한계를 논하기 시작했다.


엔비디아도 마찬가지다. 인텔, 삼성, TSMC 등이 만든 세상에 엔비디아가 심각한 균열을 내며 전 세계 1위 시총 업체가 될 것이라 예측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반도체에 HW 가 아닌 SW 가 중요하다는 컨셉이 적용될 것이라 생각한 사람도 없었다. 엔비디아로 인해 새로운 문법이 탄생한 것이다.


세상을 분석하고 해석하는 사람들은, 미래를 예측하지는 못한다. 메가 트렌드 분석은 엉터리라고 생각하는 것이, 그들이 말하는 트렌드를 만든 사람들은 메가 트렌드 분석을 통해 그 시작을 만든 것이 아닌, 본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만들어 냈을 뿐인데, 세상을 해석하는 사람들이 이를 메가 트렌드로 분석하고 여기 저기 업체를 찾아다니며 지식 장사를 하고 있을 뿐이다. 그들이 메가 트렌드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순간에는, 사실 그 트렌드는 이미 저물고 있고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새로운 업체/인물에 의해 새로운 트렌드가 만들어 지고 있을 뿐이다.


세상을 해석하는 분들과 대화하며 가끔 답답할 때가 있다. '진짜 유저가 제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지금 유저의 진짜 니드가 무엇이고 그들의 상황은 무엇인지? 그들에게 지금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모르는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그저 세상에 나온 지식, 세상에 나온 숫자를 조합하여 본인들이보고 싶은 세상을 말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다만, 가뭄에 콩나듯, 시장의 본질을 이해하고, 유저의 관점에서 시장을 보고 업체를 바라보고 있는 전문가를 만나면... 그래서 정말 반갑고 고맙다. (다만, 이런 사람들은 세상을 해석하는 사람들 20명 중 1명 있을까 말까 한 듯)


아무쪼록,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사람 입장에서,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문제해결적 서비스를 세상에 선보여, 유저의 사용/재사용을 이끌어 내고, 그 과정에서 유저의 문제가 해결되며 그들의 능력/삶이 개선되고, 결국 더 좋은 사회가 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 생각한다. 세상은 시장이 없다고 하지만, 사실 존재하는 시장에서 위대한 서비스를 만든 회사는 거의 없다. 없는 시장에서 1) 더 좋은 제품, 2) 더더 좋은 제품을 만드는 팀, 그리고 3) 운의 힘으로 시장을 만들어 낸 업체들이 위대한 회사이고 그들이 시장을 만들어 냈을 뿐이다.


시장의 크기/시장에서 통하는 제품 등등을 고민하기 보다는 (물론 중요한 고민이지만, 가장 중요한 고민은 아니다) 유저에 대한 고민, 그리고 진짜 우리가 무엇을 왜 만들고 싶은지? 충분히 좋은 제품을 만들어 내고 있는지? 더 좋은 제품 만드기 위해 무엇을 더 집요하게 파들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곳 실리콘밸리에 있으며 '빡빡한 시대에... 그래도 숨쉴 만 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만드는 것에 대한 존중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고, 이를 중시하는 생태계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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