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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founder

by 이승훈 Hoon Lee

얼마 전, Co-founder 에 대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Ringle 은 10년 넘게 공동대표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데 비결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해당 질문에 대해 아래와 같이 생각한다. (일부는 현장에서 말씀드렸고, 일부는 글 작성 과정에서 더했다)


1. Co-founder 간 갈등은 팀이 쪼개지는 참극 및 회사의 불필요한 큰 에너지 낭비를 초래하는 만큼 (그런 케이스 정말 많다), 회사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한 마디로, 양심이 있어야 한다.


2. 이 레이스를 얼마나 길게, 얼마나 높게 보는지에 대한 컨센서스가 필요하다. 100m 달리기로 보는 사람과 마라톤으로 보는 사람이 co-founder 가 되면 결국 갈등이 생긴다. 단거리던 장거리던 같은 레이스로 보는 것이 중요하고, 관점이 갈리면 더 길게 보는 사람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 맞다 (Ringle co-founder 팀이 오래가는 이유는, 이 여정에 대한 길이/높이에 대한 컨센서스가 10년 넘게 맞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3. 보통 2~3년 주기로 위기는 찾아온다. 그 위기는 리더십의 잘못된 의사결정의 누적된 합의 결과일 때가 많다. 그런데 위기가 찾아왔을 때, '누구의 책임인지?'를 우선적으로 따지기 시작하는 팀은 무너진다. '원인이 무엇이고, 어떻게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가?'에 집중해서 일단 해결해내고, 그 이후 깊은 회고를 통해 '재발 방지를 위해 우리는 어떻게 성장해야 하는가?'를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너 때문에 이렇게 되었어... 라는 마음 갖는 사람은 co-founder 자격이 없고, Ringle 팀은 적어도 지금까지 당신 때문에 라는 이야기를 단 한 번도 한기억은 없다.


4.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co-founder 팀은 더 단단해지고, 더 빠른 성장을 위한 새로운 균형값을 시장 경제 원리처럼 찾아간다. 새로운 변화에 더 빠르게 & adaptive 하게 맞춰나가야 팀이 위기 이후 극복 과정에서 더 빠르게 성장하는데, 이 때 중요한 것은 feedback 이다. Feedback is a gift 라는 말을 토대로, 자주는 아니더라도 필요한 때에 필요한 피드백을 진심을 담아서 서로 하거나 팀에게 받거나 하는 과정이 도움이 된다.


5. 서로 역할이 달라야 한다. 겹치면 비효율이다. 다만 중요한 의사결정에 대해서는 방향이 같아야 한다. 방향이 다소 따르면 빠르게 조율해서 방향을 맞춰야 한다. 전적으로 신뢰한다는 것은, 그냥 '믿는다'가 아닌, '입장이 다를 수 있는데, 그 다름의 이유를 존중하고 (타당한 이유가 있으니까 입장이 다른 것이다), 대화하면 조율해 나갈 수 있다는 믿음을 근거로 조율해 나갈 때 생기는 것이다.


6. 다르면 당연히 쉽지 않다. 다만 다름을 성장의 근원적인 힘으로 인지해야 하고, 그 다름을 회사의 성장과 연동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성향이 유사하면 편할 수는 있지만, 그 편함이 회사를 나태하기 만드는 길이 될 수 있다.


7. 위기를 마주하는 과정에서, co-founder 들은 그 책임의 의미를 뼛속깊이 인지하게 된다. 그 때 서로의 존재에 대한 감사함을 느낀다. 그런 의미에서 위기는 곧 기회이고, 위기가 찾아오면 더 의지하고 협력해야 한다. 그러면서 단단하고 강한 팀이 되는 것이다. (위기가 찾아오면 혼자 힘으로 어떻게든 해보려는 co-founder 팀도 꽤 많은데, 위기를 어떻게든 넘어설 수는 있어도 그 과정에서 팀 내 균열이 발생하며, 그 균열은 성장의 속도를 더디게 하고 더 큰 갈등을 야기하게 된다)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양심과 신뢰이다. 양심은 회사의 이익을 위해 최선이 되는 결정을 한다는 것이고, 신뢰는 치열한 논의 과정을 통해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근거 있는 믿음을 지칭한다. 양심이 있고 신뢰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사람이 co-founder 로 함께 하면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링글은 그 어렵다는 2인 공동대표 체제를 10년 째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참고로, 팀의 존재도 중요하다. 리더십이 성장하려면 성장통을 겪을 수밖에 없는데, 리더십의 성장통은 팀을 때로는 불편하게 때로는 분노하게도 한다. 다만, 이를 버텨내주는 팀을 만나면, 결국 함께 성장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Co-founder 가 잘 유지되려면, 양심/신뢰 기반의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조건이지만, 좋은 팀을 만나는 것이 충분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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