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G 4~5년차 시절,
'나 꽤 많은 산업 봤고, 꽤 많은 client 와 해봤고, 꽤 많은 주제 다뤄봐서, 그래도 왠만하면 밀리지 않다' 라는 허세가 베이스를 깔고 있었던 시절,
속된 말로, 모 파트너님에게 제대로 발린(?) 적이 있었다. 특정 산업에 대한 토론이 붙었는데, 준비해간 논리는 제대로 깨지고, 질문에 대한 대답은 거의 하지 못하고...1시간을 보냈었다.
그리고 '승훈님, 왜이래? 요즘 정신 다른 곳에 팔렸어? 아니면 원래 이것밖에 안되었나? 실망이야!' 라는 말과 함께 미팅이 끝난적이 있었다.
그 순간, 자존심이 상했다 보다는, 평소 대단하다고 생각한 파트너님에게 깨진 것이기도 하고, 그리고 스스로도 납득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나 스스로에게 굉장히 실망했다.
그리고 생각해봤다. 그 파트너님과 나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그 분은 다양한 프로젝트를 동시에 핸들해서 내가 보는 이 산업/이 주제에 대해서는 내가 더 많은 시간을 쏟고 있었던 것 같은데.. 무엇이 차이를 만들어냈나?
차이는 아래와 같았다.
1. 기본적으로 그 분이 나 보다 더 똑똑했다. 나보다 20살은 더 많은 분이었지만, 그럼에도 브레인 파워가 나보다 더 나았다. (시장에 대한 계산 속도만 봐도.. 음...)
2. 그 분이 나보다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은 자료를 봤다. 파트너는 상대적으로 회의 시간이 많이 일 하는 시간은 적을 수 있는데, 그 분은 일의 양은 나보다 더 많아 보였다. 그리고 찾아갈 때마다 뭔가 보고 있었는데, 관련 자료였던 기억이 있다. 더 많은 정보를 습득하고 있었다.
3. Client 에 대한 정보량이 나 보다 더 많았다. 파트너니까...더 높은 더 다양한 분들과 비공개 미팅을 많이 하시는 분이기에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공개된 자료에서 습득한 정보양마저도 나보다 더 많았음에 할 말은 없었다.
결국, 나보다 더 똑똑한 분이, 더 많이 읽고 일하고, 더 많이 고민했기 때문에.. 그런데 그 시간이 나보다 20년 더 누적된 분이기 때문에, 보통의 노력을 해서는 넘어서기 어렵다는 것이 그 당시 판단이었다.
이 분이 대단했던 것은, 과거 자료에서 장표 참고해서 재활용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매번 새로 만드셨는데, 그 만큼 열정과 직업의식이 강한 분이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그 다음 미팅에서 '만회'하기 위해, 일의 시간, 단위 시간 당 집중도, 정보의 양/질을 극단적으로 높여서 준비했던 기억이 있다. 내 BCG 시절 가장 열심히 일한 순간 top3 안에 들어가는 순간이었던 듯하다.
그 이후 미팅에서 "지난 번보다는 '쪼금' 더 볼만하네. 수고했어요. 앞으로 더 열심히 해. 그래야 업의 본질과 client 사의 context 를 바탕으로 메세지를 전질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어. 그 정도 컨설턴트로는 성장하고 싶어했잖아" 이야기 들었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어느 업에서나 특별히 잘하는 분들의 특징은, 더 열심히 노력하는데, 그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는 데에 있는 듯하다. 그 노력을 멈추지 않게 하는 원동력은 저마다 다르지만 그 core 에는 '더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어, 더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자리잡고 있는 듯하다.
당시 미팅이 나에게는 특별한 순간으로 기억남아 있다. 15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히 기억남고, 또 여전히 나에게 자극을 준다. 오랫만에 파트너님 뵐 때마다 '지금의 나는 그 때의 나보다 성장했을까?' 생각하곤 하는데, 여전히 그런 자극을 주는 분이 있다는 것이 행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고, 링글을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누군가에게 그런 메세지를 전딜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그 당시 기억이 다시 떠오른 오늘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