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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훈 Hoon Lee Oct 21. 2019

스타트업 관점에서, 자산이 될 수 있는 실패의 요건

과정이 공유되는 실패, 전쟁과 연결되어 있는 실패


스타트업은 실패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조직원들에게 "절대 실패해서는 안된다"는 문화보다는, "도전과 실패 과정에서 Big win 을 찾아야 한다"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구글과 같은 선도 기업들도 신사업 또는 새로운 기능 런칭 시 성공 보다는 실패의 확률이 높은 상황에서, 경험과 자본이 부족한 스타트업이 '실패가 없는 조직'을 표방하는 것은 '실패하지 않을 확률이 확실한 안전한 선택만 하자'는 것과 같고, 결국 small win 만 반복되는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는, 빠른 시간 내 big win 을 해야하는 스타트업에게는 독약과도 같다. 


다만, 스타트업은 실패를 거듭할 여유와 자원이 많지는 않기에, 실패를 하더라도 큰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실패를 압축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성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실패'의 특징은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먼저, 시작부터 종료까지의 전 과정이 팀 내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된 프로젝트의 경우, 설령 해당 프로젝트가 실패해도 그 경험이 팀을 성장시키는 자산이 될 수 있다. 즉, 아무도 모르게 시작된 프로젝트가 결과마저 좋지 못했을 때에는 그 실패를 통해 아무것도 얻지도 못하고, 실패를 반복하는 조직이 되어버리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데 비해, 프로젝트 시작 시점 부터 왜 그 프로젝트를 어떤 문제인식으로 인해 시작하게 되었는지가 팀원들에게 공유되고, 중간 중간 경과 상황이 공유되며, 결론적으로 프로젝트 결과가 어땠고 그 과정에서 배운점이 무엇인지가 공유되는 프로젝트의 경우, 해당 프로젝트는 실패여도, 더 큰 실패를 방지하게 되는 예방주사로  작용하거나 다음 프로젝트의 성공 확률을 높여주는 성장통이 될 가능성이 높다. 


두 번재 요건은, 큰 전쟁의 승리와 연결되는 실패의 경우, Big Win을 위한 초석이 된다. 두 번째 요건을 설명하는데 있어, 우선 '큰 전쟁'이라는 부분을 강조하고 싶다. 즉, 스타트업의 경우 회사의 명운이 달린 큰 전쟁을 피하지 말고 기꺼이 해야 한다. 사실, 자원이 부족한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패전 시에도 데미지가 치명적이지 않을 규모의 전쟁을 기획할 가능성이 큰데, 아이러니하게도 중소규모의 전쟁을 통해서는 빠르게 big win 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의 큰 성공을 만들어 내는 것은 결국 팀의 초인적 집중력과 집착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패전 시에도 훗날을 도모할 수 있는 규모의 전쟁을 치룰 경우, 전쟁 과정에서 팀의 집중력이 쉽게 흐트러지고 긴장감이 풀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전쟁에서 패배 시 스타트업이 망할 수 있을 정도의 큰 전쟁을 시작하게 되는 경우에는, 팀 내 초인적인 집중력이 생긴다. 매일 매일이 긴장의 연속이고, 몇 번의 전투에서 패배의 조짐이 보일 때면 있는 머리/마음을 총동원해서 어떻게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긴박함이 팀 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런 초집중력이 있을 때야만, 자원이 부족한 스타트업이 big win 할 수 있는 일말의 여지가 생긴다. 그래서 중요한 시기에 전쟁을 치룰꺼면 all-in 하는 마음으로, 패전 시 조직이 위태할 수 있을 정도의 큰 베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다음으로 '전쟁의 승리와 연결되는 전투의 실패'의 부분을 언급하고 싶다. 사실 큰 전쟁 치루는 도중에는 수십번의 중소규모 전투가 발발하게 되는데, 이런 전투 중 몇 번은 실패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전투의 실패가 전쟁의 승리로 가기 위한 지금길을 보여주는 경우도 많고, 큰 전쟁을 이기기 위한 단서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큰 전쟁의 승리와 연결된 전투에서의 실패/패배는 ROI 가 높은 패배라 생각한다. 현명한 조직이라면, 큰 전쟁을 설계한 상태에서 몇 번의 전투를 패배하다 보면, 이 전쟁 자체의 판을 바꿔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결정, 이 전쟁의 전략을 바꿔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판단, 이 전쟁의 전술/지형에 변화를 줘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센싱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아무리 크게 설계된 전쟁이라도, 몇 번의 전투를 통해 전쟁의 타이밍을 조정할 수도 있고, 전쟁 중 큰 비효율이 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예방을 할 수도 있다. 


링글의 경우, 중요한 시즌이 확실히 있다. 각 시즌에 대한 운영 방향을 기획할 때에는 all-in 한다는 자세로 임한다. 그래서 그런지, 매 회의 시, '이번에 실패하면 팀이 휘청될 것 같은데..' 라는 긴장감이 임한다. 사실 나도 버짓팅을 하고 pro-forma 를 돌려보면 긴장이 된다. 그래서 중요한 시즌을 앞두고는 몇 번의 사전 A/B Test 등을 진행해 보는데, 해당 행사 시 고객의 행동 및 반응을 보면 전쟁을 어떻게 임해야 하는지, (또는 전쟁 자체를 미뤄야 하는지)에 대한 단서가 보인다. 결론적으로, 예비 전투에서 2~3번 패배했는데 본 행사의 마지막 순간에 성과를 만들어 낸 경우도 있었고, 예비 전투에서 경험한 좋지 않은 분위기를 직감하고 전쟁 자체를 미룬 경우도 존재했다. 다만, 정말 중요한 타이밍에는 임전무퇴의 정신으로 조직의 명운을 걸고 all-in 하는 마음으로 사업을 집행하는데, 이 때의 살떨리는 하루하루는 전투의 실패를 종국에는 전쟁의 승리로 만드는 요소가 된다.


아무쪼록, 과정이 공유되는 상황에서의 실패, 그리고 전쟁의 승리와 연결되는 실패는, 스타트업 관점에서 꼭 관대해야 하는 실패라고 생각한다. 위의 두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실패는, 정말 그냥 실패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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