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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관점에서, 자산이 될 수 있는 실패의 요건

과정이 공유되는 실패, 전쟁과 연결되어 있는 실패

by 이승훈 Hoon Lee


스타트업은 실패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조직원들에게 "절대 실패해서는 안된다"는 문화보다는, "도전과 실패 과정에서 Big win 을 찾아야 한다"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구글과 같은 선도 기업들도 신사업 또는 새로운 기능 런칭 시 성공 보다는 실패의 확률이 높은 상황에서, 경험과 자본이 부족한 스타트업이 '실패가 없는 조직'을 표방하는 것은 '실패하지 않을 확률이 확실한 안전한 선택만 하자'는 것과 같고, 결국 small win 만 반복되는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는, 빠른 시간 내 big win 을 해야하는 스타트업에게는 독약과도 같다.


다만, 스타트업은 실패를 거듭할 여유와 자원이 많지는 않기에, 실패를 하더라도 큰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실패를 압축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성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실패'의 특징은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먼저, 시작부터 종료까지의 전 과정이 팀 내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된 프로젝트의 경우, 설령 해당 프로젝트가 실패해도 그 경험이 팀을 성장시키는 자산이 될 수 있다. 즉, 아무도 모르게 시작된 프로젝트가 결과마저 좋지 못했을 때에는 그 실패를 통해 아무것도 얻지도 못하고, 실패를 반복하는 조직이 되어버리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데 비해, 프로젝트 시작 시점 부터 왜 그 프로젝트를 어떤 문제인식으로 인해 시작하게 되었는지가 팀원들에게 공유되고, 중간 중간 경과 상황이 공유되며, 결론적으로 프로젝트 결과가 어땠고 그 과정에서 배운점이 무엇인지가 공유되는 프로젝트의 경우, 해당 프로젝트는 실패여도, 더 큰 실패를 방지하게 되는 예방주사로 작용하거나 다음 프로젝트의 성공 확률을 높여주는 성장통이 될 가능성이 높다.


두 번재 요건은, 큰 전쟁의 승리와 연결되는 실패의 경우, Big Win을 위한 초석이 된다. 두 번째 요건을 설명하는데 있어, 우선 '큰 전쟁'이라는 부분을 강조하고 싶다. 즉, 스타트업의 경우 회사의 명운이 달린 큰 전쟁을 피하지 말고 기꺼이 해야 한다. 사실, 자원이 부족한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패전 시에도 데미지가 치명적이지 않을 규모의 전쟁을 기획할 가능성이 큰데, 아이러니하게도 중소규모의 전쟁을 통해서는 빠르게 big win 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의 큰 성공을 만들어 내는 것은 결국 팀의 초인적 집중력과 집착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패전 시에도 훗날을 도모할 수 있는 규모의 전쟁을 치룰 경우, 전쟁 과정에서 팀의 집중력이 쉽게 흐트러지고 긴장감이 풀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전쟁에서 패배 시 스타트업이 망할 수 있을 정도의 큰 전쟁을 시작하게 되는 경우에는, 팀 내 초인적인 집중력이 생긴다. 매일 매일이 긴장의 연속이고, 몇 번의 전투에서 패배의 조짐이 보일 때면 있는 머리/마음을 총동원해서 어떻게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긴박함이 팀 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런 초집중력이 있을 때야만, 자원이 부족한 스타트업이 big win 할 수 있는 일말의 여지가 생긴다. 그래서 중요한 시기에 전쟁을 치룰꺼면 all-in 하는 마음으로, 패전 시 조직이 위태할 수 있을 정도의 큰 베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다음으로 '전쟁의 승리와 연결되는 전투의 실패'의 부분을 언급하고 싶다. 사실 큰 전쟁 치루는 도중에는 수십번의 중소규모 전투가 발발하게 되는데, 이런 전투 중 몇 번은 실패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전투의 실패가 전쟁의 승리로 가기 위한 지금길을 보여주는 경우도 많고, 큰 전쟁을 이기기 위한 단서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큰 전쟁의 승리와 연결된 전투에서의 실패/패배는 ROI 가 높은 패배라 생각한다. 현명한 조직이라면, 큰 전쟁을 설계한 상태에서 몇 번의 전투를 패배하다 보면, 이 전쟁 자체의 판을 바꿔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결정, 이 전쟁의 전략을 바꿔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판단, 이 전쟁의 전술/지형에 변화를 줘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센싱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아무리 크게 설계된 전쟁이라도, 몇 번의 전투를 통해 전쟁의 타이밍을 조정할 수도 있고, 전쟁 중 큰 비효율이 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예방을 할 수도 있다.


링글의 경우, 중요한 시즌이 확실히 있다. 각 시즌에 대한 운영 방향을 기획할 때에는 all-in 한다는 자세로 임한다. 그래서 그런지, 매 회의 시, '이번에 실패하면 팀이 휘청될 것 같은데..' 라는 긴장감이 임한다. 사실 나도 버짓팅을 하고 pro-forma 를 돌려보면 긴장이 된다. 그래서 중요한 시즌을 앞두고는 몇 번의 사전 A/B Test 등을 진행해 보는데, 해당 행사 시 고객의 행동 및 반응을 보면 전쟁을 어떻게 임해야 하는지, (또는 전쟁 자체를 미뤄야 하는지)에 대한 단서가 보인다. 결론적으로, 예비 전투에서 2~3번 패배했는데 본 행사의 마지막 순간에 성과를 만들어 낸 경우도 있었고, 예비 전투에서 경험한 좋지 않은 분위기를 직감하고 전쟁 자체를 미룬 경우도 존재했다. 다만, 정말 중요한 타이밍에는 임전무퇴의 정신으로 조직의 명운을 걸고 all-in 하는 마음으로 사업을 집행하는데, 이 때의 살떨리는 하루하루는 전투의 실패를 종국에는 전쟁의 승리로 만드는 요소가 된다.


아무쪼록, 과정이 공유되는 상황에서의 실패, 그리고 전쟁의 승리와 연결되는 실패는, 스타트업 관점에서 꼭 관대해야 하는 실패라고 생각한다. 위의 두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실패는, 정말 그냥 실패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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