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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훈 Hoon Lee Dec 15. 2019

2014년의 우버, 그리고 2019년의 우버

공유경제의... 어쩌면 한계?  

요즘 Bay 에서 생활하며, 내가 유학 시절에 경험했던 공유경제가, 가격도, 서비스 Quality 도 바뀌었음을 느낀다. 


적어도 내가 경험한 2013~14년도 공유경제의 핵심은, 


'자산을 소유한 & 시간이 다소 남는 사람들이, 유휴 자산을(남는 시간을), 그 자산을 잠시(일부) 필요로 하는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여, 본인 자산의 회전율도 높이고 타인의 효용도 높인다'


였다. 


우버는, 운행 시간보다 집에 parking 되어있는 시간이 더 많은 차량 소유주가, 마침 본인 시간도 남을 때 (예: 퇴근 이후? 출근 전? 주말? 아니면 잠깐 쉴 때?), 유휴 시간을 활용하여 주차되어 있는 차를 가지고 나가 운전을 하면서 1) 시간도 보내고, 2) 큰 돈은 아니지만 예전에는 벌지 못했을 돈을 버는 그런 서비스였다.


Airbnb 는, 집을 소유한 사람이 집에 남는 방이 있을 때? 또는 휴가 중 집이 빌 때? 해당 공간을 잠시 그 공간을 빌려줌으로써, 집 회전율(?)을 극대화 하고, 과거에는 벌지 못했을 돈을 벌 수 있는 서비스였다.


적어도 2013~14년 당시 내가 경험한 우버와 에어비엔비는, 재미삼아 취미삼아 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우버를 타면 정말 옆집 아저씨/아줌마/형/누나/동생 같은 분들이 자차로 운전하며, 이야기도 하고, 자차의 깨끗함도 누리고, 택시보다 꽤 저럼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 꽤 놀라운 서비스였다. 게다가, 당시 SF 와 Bay Area 는 정말 택시 잡기가 어려운 지역이었기 때문에 (콜택시를 불러야 하는), GPS 기반 앱으로 편하게 호출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혁신이었다. 초창기 에어비엔비도 집을 잘 가꾸시는 분들의 집에 잠시 초대받는 느낌? 그들의 일상을 나도 경험해보는 느낌? 이 강했다.


당시 우버와 에어비엔비의 성공은, 유사 공유 서비스들의 시작을 알렸다. 한 예로, 식료품을 대신 쇼핑에서 집 앞에 배달해주는 서비스 (이왕 쇼핑가시는거, 이웃 지역에 사는 주민들의 것도 쇼핑해서 가져다 주시고 돈도 버세요) 등등등.

 

결론적으로, 처음에는 우버나 에어비엔비를 직업적으로 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차주나 집주인의 경우에도 '우버/에어비엔비를 하며 일정 규모 이상의 돈을 벌어야 한다' 보다는 '어차피 노는 시간/자산을 활용해서 재밌게 용돈을 번다' 는 느낌이었어서, 서비스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가에 형성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물론 우버나 에어비엔비가, VC 등으로부터 받은 투자금의 일부를 고객에게 보조해주면서 최종 가격을 낮춘 것이 더 큰 일조를 했을 터지만). 동시에, 이 일을 하기 위해 일부로 자산(집/차)을 구매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민간이 소유한 자산의 회전율을 극대화하는 방향이었지, 공유하기 위해 자산을 사는 player 는 많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우버/에어비엔비를 하시는 분들 자체가 이웃집 주민 느낌이 굉장히 강했다. 이 점이 정말 서비스 Quality 를 높여주는 핵심 중 하나였다. (자산을 소유한 사람은 일정 수준의 매너를 갖추고 있다는 나만의 편견 때문일지도?) 


그런데, 우버/에어비엔비가 성장하면서, 우버/에어비엔비를 직업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증가함을 느꼈다. 기름 효율이 좋은 중고차를 구매해서 하루에 8시간 이상 우버 drive 를 하는 분들이 증가했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었고, 우버에서도 자차를 살 여력이 안되지만 우버 drive 를 전업으로 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프리우스급 차 (또는 꽤 괜찮은 중고차)를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loan 이 있지 않았을까?? 추측만 한다. 에어비엔비도, 뭔가 집을 여러 채 소유하며 (또는 lease 하며), 그 집을 에어비엔비 만을 위해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러한 현상은 2가지 차이점을 낳은 것 같다. 우선, 서비스 가격의 상승! 물론 우버가 수익화하는 과정에서 최근 이용료를 높인 이유가 더 크겠지만, 이 일을 직업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질수록 일정 수준의 시간 당 pay 를 해야 하는 압박도 가격 상승을 견인하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Full-time 화 될 경우, 보험비 등 보조로 나가야 하는 추가 cost 가 증가했을 수도 있다). 에어비엔비도, 내가 사는 집의 유휴공간을 회전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아닌, 내가 에어비엔비를 하기 위해 부동산(또는 long-term lease)에 투자한 돈을 회수해야 하는 사람들이 증가했기 때문에, 고객에게 offer 하는 가격 자체가 과거 대비 증가했다고 추측한다 (4~5년 전 같았으면, 이거보다 더 좋은 집이 더 저렴한 가격에 에어비엔비에 있었었는데.. 생각을 요즘 많이 한다)


두 번째는 Quality 의 하락. 예전에 우버를 타면, 다양한 차를 타보는 경험도 덤으로 얻었는데 (대부분 차들이 깔끔하고 넓었다), 요즘 우버를 타면 과거 대비 오래된 차들이 더 많아졌고, '왠지 직업적으로 하시는 분' 느낌의 드라이버 분들도 많아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4년에는, 인근에서 스타트업을 성공적으로 exit 하셨던 분들이 심심하실 때 스탠포드에서 우버 하시며 학생들과 대화도 하시고 했는데, 심지어 어떤 아저씨는 우리 동기 이름 100명은 알고 계셨다, 요즘 그런 분들을 찾기 어렵다). 에어비엔비를 이용해도, 과거 가정집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포근함을 주는 집/주인님을 요즘 기대하지는 않는다. 

 

결국, 요즘 이 곳에서 만나는 이주한지 2~3개월 내 되는 분들은 '요즘 우버 가격이 올라서, 그냥 차 사는게 나을 듯 해서 차를 빨리 샀어요' 라고 많이 말씀하신다. 물론, 급할 때는 or 어쩔 수 없을 때는 우버를 타지만, 예전처럼 '내 차 타는거 보다 우버 타는게 낫다' 는 느낌은 받지 못하는 것 같다 (팔로알토에서 SF 목적지까지 우버풀 타면 운 좋으면 20불 내외로 가던 시절). 요즘 나도 우버 부르려다 너무 비싸서, 칼트레인으로 선회했던 적이 많다. (그래서 그런지, 칼트레인에 사람은 넘치고, 칼트레인 역 주변에 apartment complex 집값은 폭등하는... 것인가)


사실, 우버/에어비엔비처럼, 엄청나게 빠르게 scale-up 한 서비스의 경우, 폭증하는 수요를 맞추기 위한 공급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full-time 으로 이것만 하는 분들의 출연이 반갑고 또 필요 했겠지만, 이 과정에서 소비자의 경험 자체가 달라지지 않았나 싶다. 폭증하는 공유경제 서비스가 경험할 수밖에 없는 과정일지도.


좀 다른 관점이지만, 공유를 위해 자산을 구입하는 (또는 long-term lease 하는) play 도 몇 년 전부터 활발했는데 (대표적인 예가 WeWork), 이런 공유경제는 내가 2013~14년에 경험했던 것과는 약간 다른 결의 공유 경제였다 (우버나 에어비앤비 회사는 공유경제를 위해 자산을 구입하지는 않았다). 해당 공유경제는 초반에 고정지출이 많이 발생하기 형태이기 때문에 경기/정책변화 등에 따른 공실률(자산회전율) 차이에 따라 cash flow 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업 이기에, 이들의 5년 뒤도 정말 궁금하다. 다만, 이들의 본질은 '유휴자산의 회전율 극대화' 가 아닌, '투자한 자산의 회전율 극대화'이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 + '열정 넘치는 아마추어가 제공하는 의외의 Quality' 는 경험하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물론 기존 서비스 대비 가격이 살짝 비싸지만, 보다 professional 하거나 보다 편리한 서비스를 경험할 수는 있다고 본다. 2014년 우버를 통해 느꼈던 wow 와는 성격이 다른 wow 일수도?) 


아무쪼록 (다시 우버로 돌아와서), 물론 현재의 우버는 여전히 value 를 제공한다. 최대한 빠른 시간 내가 있는 곳으로 차량을 배차해주며, 희망하는 곳으로의 이동을 다양한 price range (조금 돌아갈 수 있지만 합승허용? 합승 없이 바로 고? 조금 더 좋은 차로 바로 고? 등등)하에서 갈 수 있도록 보장해준다. 하지만, 2013~14년을 돌이켜보면, 그 당시 공유경제 핵심은, 아웃주민의 유휴자산 제공에 따른 1) 이웃집 주민이 제공하는 전혀 결이 다르지만 매우 좋은 Quality 경험, 2) 기존 professional service 대비 낮은 가격 이었는데, 요즘은 그 경험을 하지 못해 아쉽고, 우버 탈 때 마다 옛 생각을 하며 (2013년에는 더 좋았는데...) 어느 때는 칼트레인을 탄다.


마지막으로, 우버 대신 탄 칼트레인의 기차 안에서 자연스레 링글을 떠올릴 수 있었는데, 당시 반성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 생각해 본, 링글에 적용해 볼 수 있는 시사점은, 링글 서비스도 성장하는 과정에서 튜터의 공급 자체를 '증가하는 수요를 맞추기 위해 충분한 수의 튜터를 모집한다의... 양적관점에서의 튜터 공급' 만 생각할 경우, 수강생 분들이 초기에 링글 튜터에게 느꼈던 감동의 크기가 감소할 수 있기에, 튜터의 수를 충원하는 것 이상으로 튜터들이 간직한 좋은 느낌을 유지하고 증폭시킬 수 있는 공급을 생각해야 한다. (사실 요즘 느끼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기에, 더더욱 스스로 마음에 깊이 새기는 시사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스템적 개선, 튜터분들과의 interaction 개선, 더 좋은 튜터를 발굴하기 위한 리크루팅 측면의 개선 등등이 선행되어야 함을 느낀다. (사업 참 어렵다..!! 그래서 재밌고, 또 그래서 계속 하는 것일수도?) 


ps. 본 글은 미국 내 공유경제 서비스의 before(2014) and after(2019)에 대한 개인적 시사점을 적은 잡생각 글 입니다! 한국의 공유경제는 미국 대비 규제/시장환경 차이로 인한 큰 '다름'들이 있기에, 해당 글은 한국에 적용 시 도움이 안될 수 있음을 알려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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