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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sh Jun 17. 2017

화장실과 창의성

고립과 분출의 공간에 대하여

분대장 시절, 점호가 끝나면 친한 분대원들끼리 잠들기 전 한 시간 정도 수다를 떨다 잠들곤 했다. 보통의 경우 군대에서 점호가 끝나고 수다를 떨다 잠든다는 건 안되는 일이었지만, 난 그렇게 했다.


그 때마다 재밌고 신선한 주제들이 이야깃거리로 오르내리곤 했었는데 가장 재미있었던 주제는 '화장실'이었다.


화장실에서 볼일 볼 때 누구는 옆으로 돌아앉아 싼다느니.. 누구는 변기에 올라서서 싼다느니.. 누구는 뒤로 돌아 앉아 싼다느니.. 또 누구는 닦을 때 앞으로 닦는다느니..


미친듯이 웃고 떠들다가 죽는 줄 았았다.

ㅋㅋㅋㅋㅋㅋ




근데, 돌아서서 잠을 자려는데 문득 이런 생각에 미쳤다. (그때 난 화장실 이야기로 이런 생각까지 하는 내가 미친 놈이라고 생각 했었다.)


일정 부분.. '고립'과 '최소한의 교육'이 창의성을 낳는 것 아닐까


생각해보자.

화장실은 혼자 고립되어 분출하는 공간이면서

방법적인 측면에서 최소한의 교육으로

각자가 문제를 해결하는 공간이다.


어느 누구도 '똥 싸는 법'의 정석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 최소한의 교육으로 고립된 상태에서 각자가 편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했던 것이다.


그리고 딱히 이 주제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하거나 가르치려 들지도 않는다.


난 이것이.. 창의성이 발현되는 원리,

더 나아가 진화의 원리라고 생각했다.




이게 나의.. 일명 '화장실론'이라는 것인데

이는 '바깥 사회'에도 적용 가능하다.


실제 '바깥 사회'에서도 너무 많은 (주입)교육과 너무 많은 교류는 '다양성', '창의성' 쪽으로 발현되기 보다, '타성', '획일성' 쪽으로 흘러가게 끔 하곤한다.


요즘의 세상은 아직까지도 '타성', '획일성'에 젖은 사람들이 지배적인 세상이다 보니, '다양성', '창의성' 따위는 '모난 것' 정도로 취급 받는 안타까움이 존재한다.



우리는 서로 좀 고립될 필요가 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온전한 나로서 직립했을 때

창의적인 나로 진화할 수 있다.


나만의 화장실을 만들고 분출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 가는 일.


그래야 다른 사람과 교류하고 대화할 때, '똥 싸는 자세', '똥 닦는 방법'으로 웃길 수 있는 흥미로운 사람이 될 수 있다.


아 똥 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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