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노무현입니다>를 보고 느낀 것들에 대해
2002년은 내가 대학을 입학하던 해였고,
축빠로서 월드컵을 술한잔 하면서 볼 수 있었다는 점을 인생 최고의 행운 중의 하나로 여기며 추억하는 해이기도 하다.
21세기를 맞이하며 모두들 기대감에 들떠 있었고
마치 1988년 서울올림픽이 그러했듯,
2002년 월드컵은 새 시대로의 도약을 상징하는 것만 같았다.
적어도 2002년을 살던 우리는 그랬고, 스스로 세련되어졌다고 여겼던 것 같다. 그랬던 것 같다.
지난 주말 영화 <노무현입니다>를 보며 느낀 점이 있다.
02~03년을 대학교 1, 2학년생으로 '노풍'을 내 눈으로 지켜보았고, 2009년 노무현의 죽음을 목도할 때까지..
당시 세상이 정말 세련된 세상이었나.. 싶다.
년도를 가리키는 앞자리 숫자가 1에서 2로 바뀌었다 뿐이지 뭐가 그리 바뀌었나..
아니, 적어도 저 2002년 월드컵 로고만큼이나 촌스러웠던 것 같다. (저 로고가 공식로고는 아니다.)
우리는 그냥 세련된 척, 뭔가 바뀌어 가는 척 했었던 것 같다.
새 시대를 바라는 기대감과 함께 노무현은 등장했지만, 그에 반해 세련되지 못했던 언론, 보수층, 사회, 시민..
우리는 딱 노무현의 등장까지만 책임지고, 그 이후는 나몰라라 했더랬다.
시대의 기대감에 떠밀려 대통령 자리에 선 노무현에게.. 무기력감은 가히 절망적이었을 것이다.
어찌 저리 살았을까. 도대체 왜 저렇게까지 하면서 살았을까.
조금만 돌아갈 것을.
두 번째 파도를 기약하며 살아줄 것을.
인간 노무현이라는 사람을 조금 더 이해하는 사람이 더 많았으면 좋았을 것을.
시대의 기대감은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었지만
인간 노무현을 이해하고 대할 수 있을 정도로 세련되지 못했던 것 같다.
문득, 노무현이 뿌린 유산이 정말 많다는 생각을 한다. 비로소 새 시대를 맞을 준비가 되어가는 것 아닌가 싶다.
과정없는 결과 없다고 했다.
이제 충실히 씨앗을 뿌려 수확할 때다.
그를 기억하며
우리의 2002년은
이제
다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