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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sh Nov 23. 2017

나는 지금입니다.

내 축빠인생 최우수선수 찬양가

나를 K리그 팬으로 이끌었던 건 신영록, 이청용, 기성용 등이 주축되어 이끌었던 U-20(?) 대회 브라질전이었던 것 같다.


그 대회 주축 맴버였던 이청용과 기성용. 거기다 박주영까지 FC서울의 초대 전성기를 이끌었던 시절. 스탯머신 몰리나와 이젠 레전드 반열에 올라선 데얀도 있었으니.. 말 다했지.


그런데 그보다 앞서 10년 전에도 우리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초대형 K리그 신인 3인방이 있었다.


왼발의 천재 고종수, 테리우스 안정환, 그리고 이동국. 왠열인지 이동국의 수식어가 뭐였는지 당장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내 눈에는 세명의 유망주들 중에는 가장 실력이 떨어져 보였고, 가진 건 힘밖에 없는 무식자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수 년동안 얼마나 이동국을 욕하고 다녔는지 모른다. 가진 건 힘밖에 없고 욕심만 앞서서 있는대로 기회를 날려 먹는 녀석을 유망주라고, 미래 스타라고 떠들어대는 당시 축알못들에게 진절머리가 났다.


그가 2002년 월드컵을 (다행히도) 못 나간 것은 나에게는 (미안하지만) 너무나 희소식이었고, 그렇게 이동국은 군대를 갔다.




그러던 중 이동국을 다르게 보게된 ‘사건’이 터졌다.


이동국이 군대에 있으면서 국가대표에 뽑혀 치렀던 경기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때 그 순간 한 장면이 어찌나 강렬했는지 어디랑 했던 경기였는지는 잊어버렸다.


다만, 얼마나 절치부심하고 연습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만 그렇게 보였는지 모르겠지만.. 슛을 대충 차지 않고, 각을 재고 힘을 조절해가면서 찼던 찰나의 순간으로 기억한다.


그냥 별 것 아닌 슛 하나 한 거였고,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순간이었지만, 나는. 나는 그때 그 슛이 들어간 것도 아니었는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힘을 다루고 있구나!

힘들었을텐데 이겨내고 성장했구나!


그 날 그 장면은 내 축빠인생에 잊지 못할 순간이 되어버렸다.




안타깝게도 이동국 선수는 이 후 월드컵, 빅리그와는 좋은 인연을 맺지 못했다. 그때마다 예전의 ‘이동궈’만을 기억하는 축알못들은 열심히 씹어댔다. 그때마다 외롭게 변호하느라 오히려 축알못 신세가 되었다.


(뭣도 모르고 씹어대는 축알못들 때문에) 괴롭고 힘든 순간도 있었겠지만 어쨌든 그는 묵묵히 자신의 영역을 구축해 나갔다. 살아있음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가장 행복한 순간들을 만들어갔다.


나는 그것을 봤다.


특히, 얼마전 국대에 승선해 이란전 5분의 출전을 위해 피치 위에 섰을 때 이동국 선수를 연호하는 사람들을 경기장에서 직접 목격했을 때 나도 행복했다. 그간의 내 응원이 증명받는 것 같았다.


뭐 그래도 여전히 이래저래 평/말들은 많지만,

U-40 최고유망주의 성장드라마는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나는 여전히 이 드라마가 더 더 더 계속되었으면 한다.




사실, 한편으로는


“나는 지금입니다”


내 로망과도 같은 이 말을 이동국 선수는 말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정말 부럽기도 하지만,


그가 계속해서 꿈같은 순간들을 보여주고 행복 드라마를 써나감으로써 그를 응원하는 나에게도 힘이 되었으면 한다.


나도 언젠가 그처럼 “나는 지금입니다”를 말 할 수 있는 순간이 오기를 바라기에..


그를 응원하는 내 축빠인생 최고선수 찬양가는 당분간 계속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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