괘변론자의 썰
오랜만에 카페에 앉아 억지로 글쓰기를 하려니 미리 생각해 둔 주제가 없어 뒤적뒤적 댔다. 무슨 글을 쓸까 사진첩을 훓다가 문득 멀찍이 접어두었던 캐묵은 생각하나를 꺼냈다.
“나는 마신다. 고로 존재한다”
대단히 거창하게 표현하고 싶어서 제목을 골라봤다. 당시에 했던 생각이기도 해서 막 억지로 짜낸 제목도 아니다.
‘마시는 업’에 있다보니 떠오른 생각이었겠지만, 이런 수준의 잡생각을 하는 인간이 또 있을까 싶어 스스로에 대한 기특함을 느낀다.
한 번 생각해보자.
나는 오늘 무얼 마셨고 무엇을 했나.
다양한 종류의 마실 것들이 있고
각각의 마실 것들이 가지는 메타포가 존재한다.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거나 내 시간을 가졌는지
소주를 마시며 못다한 회포를 풀고 고민을 나누었는지
맥주를 마시며 즐겁게 놀았는지
에너지드링크를 마시며 밤을 세웠는지
건강음료를 마시며 몸 건강의 안녕을 기원했는지
차를 마시며 오후의 시간을 즐겼는지
이온음료를 마시며 흘린 땀방울을 채웠는지
무언가를 하기 위한 매개체로 무얼 마시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오늘 무엇을 마실지 선택함에 따라 오늘의 내가 무엇을 할지가 정의될 수도 있다.
어떤가?
자, 그럼 오늘은 무얼 마셔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