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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sh Jan 27. 2018

비전(Vision, 飛展)

메뉴얼대로 살아만간다면 과연 꿈꿀 수 있을까

노래가 나온 게 99년이니까 나는 17살이었고, 노래를 부른 유승준은 24살. 작사작곡을 한 이현도는 28살이었다.


당시에는 가사의 표현이 좀 특이하고,

- 숫자만 하나씩 밀려나가는 어제와 똑같은 지친 아침

- 모두가 똑같은 표준의 시계

- 너는 정말로 행복할거니 등등


음이 좋고 신난다는 이유로 좋아했다. 별다른 이유 없었다. 당시 최고 인기였던 유승준이 부른다 정도?




시간이 어느덧 이만큼 흘러 유승준은 한국을 들어오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고, 그 사이 이 노래를 좋아했던 우리 모두는 나이를 잘도 먹었다.


어느 날 회사를 관두고 싶어 안달이난 친구가 술자리에서 이런 얘기를 한다.


“나는 요즘 후배들 하고 얘기하다가 농담반 진담반으로 이렇게 얘기한다. ‘메뉴얼대로 살아가면 꿈꿀 수 있을까?’라고’


이러면 요즘 후배들이야 속으로 ‘뭔 개소리야’하거나 조금 특이한 표현의 조언정도로 생각하지 유머로 받아들인다던지, ‘커다란 날개를 달아~ 다시 태어나~’라며 맞받아친다든지 하는 후배는 없다는 것이다.



그만큼 세대차이가 난다는 말 되시겠다.

공감 안되는 ‘센스 오브 휴머’인 게지.



하지만 그 술자리에서 우리는 바로 빵터졌고, ‘커다란 날개를 달아~ 다시 태어나~’ 이러면서 맞받아치고 주욱 노래를 이어갔다. 먼 놈에 가사가 이리 좋으냐며.



 

그날 ‘유승준의 비전’을 들으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얘네는 뭐하는 놈들인데 1999년에 10대들한테 이런 가사로 노래를 만들었지??’


그때는 그저 반항끼 그득한 10대 시절이라 멋져 보이는 가수와 가사가 좋았던 것 뿐이지, 가사의 의미를 느껴가며 좋아했던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서른 중반 후반을 달려가는 지금에 와서 보니..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가사>

숫자만 하나씩 밀려나가는 어제와 똑같은 지친 아침을 생각없이 체념한 듯이 맞이하고 있니?

모두가 똑같은 표준의 시계 그대로 보며 맞춰 나가며 그대로 너는 정말로 행복할꺼니?

오! 누구를 위한 것도 아냐 꿈이 없다면
메뉴얼대로 살아만 간다면 과연 꿈꿀 수 있을까


커다란 날개를 달아 다시 태어나 허무하게 남겨진 어제를 벗어나 높이 날고 싶다면 작은 망설임은 걷어 차버려

끝없는 미지를 향해 내딛어야 해 새롭게 시작되는 오늘에 누구도 나를 대신 살아 줄 수는 없는거야


다시 태어난다 해도 자신이고 싶은 그런 모습의 그 삶을 위하여! 발을 내딛어 그 아무도 알 수 없는 내일로




한 치도 자라지 않은 걸까?

아니면 지금에 이르러 더욱 공감이 되는 걸까?

저 가사의 의미를 더 깊이 느끼고 살았다면 조금 다른 삶을 살았을까?


몇 가지 확실한 건

메뉴얼대로 살아가면 꿈꿀 수 없다는 것과

허무하게 남겨진 어제를 벗어나 높이 날고 싶다면 작은 망설임은 걷어 차버려야 하고 누구도 나를 대신 살아 줄 수는 없다는 거.


그리고 유승준의 저 무대는 꼭 한 번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는 것.

왠지 보면 눈물날 거 같다는 거.



흘러간 유행가한테 위로받고 응원받고 싶어졌다.

그러면 왠지 박차고 일어날 용기가 더 생길 것만 같고 그렇다.


나의 요즘에는 그런 게 필요하다.


https://youtu.be/yuztM-Uw8SY


이 무대 한 번만이라도

국민청원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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